더경남뉴스가 부울경 지자체 등 기관들의 행정 서비스 다양화와 질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지자체(광역 및 기초 포함) 등의 돋보이는 시책을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이른바 '정책(시책) 엿보기' 난인데, 정책을 펼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월 4일 창간 3주년을 맞아 시작하는 연재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농도(農道)'인 전남도가 그동안 친환경농법으로 권장해 벼논에 입식해 오던 왕우렁이 제거 작업에 나섰다.

왕우렁이가 잡풀을 먹어치우고 해충도 잡아먹어 친환경농법엔 맞지만 모까지 갉아먹어 피해가 커지자 월동 차단 에 나선 것이다. 월동 작물을 재배하거나 논을 깊이 갈아 우렁이를 노출시켜 얼어죽게 한다.

왕우렁이 농법은 1990년대 이후 농약을 대신해온 친환경 제초 방식이지만 지구 온난화로 겨울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죽지 않고 개체수가 증가해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경남 진주시의 한 농업인이 논에 우렁이를 입식하고 있다

5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왕우렁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월동작물 재배, 깊이갈이를 통한 논 말리기 등 왕우렁이 개체수 줄이기에 나섰다.

지난해 왕우렁이 피해가 컸던 지역을 중심으로 2월 한 달간 개체 수를 줄인다.

왕우렁이 월동 차단 사업은 기후 변화로 인한 겨울철 따뜻한 날씨와 잦은 비로 우렁이가 겨울철에 죽지 않고 개체수가 적정한 마리수 이상으로 증가해 모내기 후 모를 갉아먹는 피해가 발생한 데 따른 예방 조치다.

모에 달라 붙어 줄기를 갉아먹고 있는 왕우렁이 모습

왕우렁이가 벼줄기에 낳은 알. 이상 정창현 기자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 지역의 왕우렁이 피해 면적은 2021년 33㏊, 2022년 3.1㏊, 2023년 3.1㏊에서 지난해 1593㏊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해남과 진도·강진·고흥 등에서 축구장(7140㎡) 2231개 규모인 1593만㎡의 논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해남·진도 등지의 농가에서는 왕우렁이가 어린 모를 갉아먹어 몇 차례 모심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왕우렁이 농법은 1992년부터 시작됐다.

남미산 왕우렁이를 수입해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전남에서는 지난해 32억 16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21개 시·군의 논에 제초용 우렁이를 공급했다.

하지만 30년 이상 활용된 왕우렁이 농법은 4~5년 전부터 다른 피해 양태가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기후변화 등으로 생태 양상이 바뀌면서 개체 수가 급증했다.

논에 있던 왕우렁이가 폭우로 수로를 통해 다른 논으로 흘러들어 개체수가 적정 이상으로 늘기도 했다. 일부 농가는 받은 우렁이를 숲이나 수로에 버리는 사례도 있었다.

왕우렁이는 수입산으로 생태교란종에 속한다. 논에서 겨울을 난 뒤 한여름엔 40㎜ 이상 성장해 왕성한 식욕을 드러낸다.

전남도는 이달 한 달간 해남 등 전남 서남부 10개 시·군의 논 1만 5943㏊에 작업을 한다. 친환경 벼를 재배하는 모든 단지와 일반 벼 재배 지역 중 피해가 우려되는 간척지 등이다.

전남도는 통상 3~4월에 하는 논갈이를 앞당겨 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영석 전남도 친환경농업과장은 “왕우렁이 월동 피해를 막기 위해 월동 실태와 피해 경로 조사와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간척지와 저지대 농경지에서 벼를 재배하는 농가는 논 깊이갈이를 앞당겨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