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1일은 민속 명절인 단오(端午)날입니다. 음력 5월 5일입니다. 보통 양력 6월 초에 들지만 올해는 5월 마지막 날입니다.
단오는 24절기 중의 절기가 아닌 민속일입니다. 여름 문턱의 절기인 소만(小滿·21일)과 보리를 베고 모내기를 한다 망종(芒種·6월 5일) 사이에 있습니다.
예전 단오는 9~10월에 드는 추석, 1~2월에 있는 설날과 함께 우리의 가장 큰 명절이었습니다.
조선 후기 풍속화가인 김홍도의 그림 '씨름'(세로 26.9×가로 22.2cm). 국립중앙박물관
단오의 단(端)은 첫 번째, 오(午)는 다섯입니다. 즉 초닷새란 말이지요.
단오는 1년 중 양기(陽氣·만물의 활발한 기운)가 가장 왕성한 날입니다. 해와 달을 숭상하던 고대인들은 단오를 '태양신을 가장 가까이 접하는 날'로 여겼다고 합니다. 따라서 전해오는 풍습이 많습니다.
민속으로의 단오날은 여성들은 치장을 하는 날이면서 인근 경기 좋은 곳에서 초여름을 즐기는 날이었습니다. 따라서 단오날을 여성의 날이라고도 합니다.
옛 사람들은 이날 '단오장(端午粧)'이라고 해서 깨끗이 목욕을 한 뒤 새 옷을 꺼내 입고 놀이를 나갔습니다. 단장할 장(粧)입니다. 단오날 단장을 한다는 뜻이지요.
여성들은 이날 창포물로 머리를 감았습니다. 창포는 향이 좋고 벌레를 쫓는 성분도 있어 창포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릿결도 좋아지고, 액운도 사라진다고 믿었습니다.
또 독특한 향의 야생화 궁궁이를 머리에 꽂기도 했습니다. 향이 액운을 물리친다고 믿었지요.
즉 이날 남자들은 마을 공터에서 씨름 등을, 여자들은 마을 근처 경기 좋은 곳에서 그네뛰기 등을 즐기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젊은이들은 씨름을 하며 힘을 자랑하고 친목을 도모합니다. 본격적인 농번기에 대비해 힘을 기르기 위해 내기를 걸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네뛰기는 탄 그네가 하늘 높이 올라 액운을 날려버린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스트레스 시원스레 날리는 것이지요.
조선 말기 활동한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의 '추쳔(그네놀이)하는 모양'. 국립민속박물관
단오날 특별히 챙겨먹는 음식으로 수리취떡이 있습니다. 산에서 자라는 짙은 녹색에 향긋한 수리취를 넣고 만든 떡입니다. 찹쌀에 콩이나 팥을 넣어 모양도 예쁘고 맛도 좋죠.
수리취는 몸을 보호한다는 의미도 있어 건강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음식으로 여겼습니다.
들과 산 지천에 나 있는 쑥으로 만든 쑥덕, 쓱전 그리고 약과도 즐겼습니다. 쑥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성분이 많아 여름철 냉증 예방에도 좋다고 전합니다.
조선 시대에는 단오날 궁중 신하들이 시를 모은 '단오첩(端午帖)'을 임금께 바쳤다고 합니다. 이에 임금은 신하들에게 각 지방의 장인들이 만든 단오부채를 하사했다고 하네요. 곧 여름이 시작된다는 의미입니다.
가정에서는 새로 수확한 앵두를 상에 차리고 조상께 제사를 올리는 '단오절사(端午節祀)'와 집안의 평안, 자손의 번창과 풍년을 기원하는 '단오고사(端午告祀)'를 지냈습니다.
단오날 전후로 여러 전통 축제가 열립니다.
유네스코의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강릉단오제'가 대표적입니다.
강릉단오제 기간에는 강원도 대관령에서 산신과 수호신들을 기리는 굿을 하고 제사를 지냅니다. 행사 동안 한국 전통음악과 학산오독떼기, 관노가면극, 시조 경창 대회 등 다양한 유희가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