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강원 영월군 영월읍 금강공원 소나무에서 18년 만에 구렁이가 출현한데 이어 또 다른 구렁이가 나타나 화제가 되고 있다. 구렁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이를 보려는 구경꾼과 유튜버들의 발길도 금강공원에 이어지고 있다.
28일 강원도민일보 등에 따르면 주민 임상진(72·영월읍 영흥10리) 씨는 며칠 전 오후 4시 30분쯤 금강공원 산책로를 걷다가 구렁이가 나타났던 소나무를 유심히 살펴보던 중 길이 2m에 가까운 구렁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임 씨가 이를 30여 분 지켜보는 가운데 소나무 밑기둥에서 다른 한 마리의 구렁이가 나타나 위로 움직였다.
영월군 금강공원 소나무에 나타난 두 마리의 구렁이. 먼저 나타난 위 구렁이가 아래로 구렁이를 내려다 보고 있다. 독자 제공
먼저 나와 있던 구렁이가 아래 구렁이를 내려다 보다가 두 마리의 구렁이는 소나무에 있던 지름 5∼10㎝의 2개 구멍 속으로 각자 사라졌다.
임 씨는 “두 구렁이는 소나무 구멍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날씨 때문에 먹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인지 크지만 홀쭉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18년 전인 지난 2007년 출현했던 구렁이의 후손인 '남매'나 '부부'가 아닐까 생각된다”는 등 추측이 무성하다.
주민들은 또 ”올해가 푸른 뱀의 해 을사년(乙巳年)인 만큼 영월에 좋은 일이 찾아올 것 같다”는 등 이야기 꽃도 피우고 있다.
구렁이 출현 소식이 알려지자 소나무 주변엔 산책 주민들은 물론 전국에서 찾아온 유튜버들이 영상 촬영을 위해 진을 치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21일 금강공원에서 2007년 출현했던 구렁이가 18년여 만에 다시 나타났다.
영월읍에 사는 김 모(70·여) 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평소에 즐기던 산책을 위해 주민들과 동강변 금강공원 산책에 나섰다가 폰으로 이 구렁이를 촬영했다.
김 씨는 공원을 거닐다가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주민 3∼4명이 소나무 앞에서 웅성거려 다가가 보니 2m 길이의 구렁이가 소나무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 찍었다고 했다.
영월군 동강변 금강공원의 한 소나무에 18년 만에 다시 나타난 구렁이 모습. 독자 제공
김 씨는 “처음 봤을 때 구렁이가 머리를 소나무 아래를 향하다가 돌려 위로 서서히 올라갔다”며 “구렁이는 보통 월동기를 지나고 한여름에, 주로 밤에 활동하는 생물로 알고 있는데 이른 시기에 나타나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이 구렁이는 21일 처음 나타난 이후 22일과 23일 오전에도 잠깐 나왔다가 사라졌다.
앞서 2007년 6월 구렁이가 같은 소나무에 출현해 영월군이 구렁이 전설과 함께 포획금지 및 안전사고 예방을 알리는 안내표지판을 설치했다.
나무를 잘 타는 구렁이는 먹이인 설치류와 양서류, 조류가 많은 평창강과 동강, 인근 하천과 계곡을 중심으로 서식지가 형성돼 있다. 5∼6월에 짝짓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