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장마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일찍 끝나고 불볕더위가 찾아 전국이 찜통을 방불케 하고 있다. 밤에는 열대야가 지속된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예년보다 빨리 시작돼 제주가 지난달 12일, 중부와 남부 지방은 19일이었다. 장마 초기엔 시간당 60㎜가 넘는 폭우를 쏟아지기도 했다.
중부 지방의 경우 지난달 19~20일 서울에서 첫 장맛비가 내린 50㎜ 정도의 내렸지만 21~7월 1일 13.1㎜에 불과했다.
기상청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제주는 지난달 26일, 남부 지방은 지난 1일 끝났다고 밝혔다.
"너무 목 말라". 경남 함양 양파 재배밭에서 어르신이 양파를 망에 넣다가 잠시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있다. 더경남뉴스 DB
장마가 이처럼 실종된 것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장해 한반도 남쪽을 덮으면서 정체전선(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의 장마는 서로 성질이 다른 남쪽의 북태평양 기단과 북쪽의 오호츠크해 기단이 한반도에서 충돌해 장기간 비가 내린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한반도 여름 날씨는 동남아시아처럼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고 장마 시기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끊어지면서 비가 잦다. 장마가 아닌 동남아의 '우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지표가 더 가열되면서 정체전선과 연관되지 않은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추세다.
이른바 '마른 장마'가 이어지며 폭염은 더 강해지고 있다.
7월 초인데 전국 상당수 지역의 한낮 기온은 35~38도를 잇고 있다. 강릉 등 강원 동부는 7월 1일 밤 올해 첫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는데 기온이 무려 30.3도를 기록했다.
열대야는 '25도 이상', 초열대야는 '30도 이상'을 말한다.
이른 폭염과 열대야에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초여름 절기인 5월 20일~7월 1일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508명으로 전년 동기(390명)보다 30.3% 늘었다.
문제는 앞으로의 폭염의 기세다.
기상청의 중기예보에 따르면, 다음 주말까지 비 소식이 없다.
장마가 이대로 끝나면 지난 2018년의 역대급 폭염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장마가 조기 종료돼 극심한 폭염이 닥쳤다.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역대 가장 많은 31일이었다.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기상청은 "고온다습한 날씨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폭염은 물론 폭우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둔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