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단 소액결제’ 사태가 지역을 옮겨가며 발생한 가운데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을 악용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펨토셀은 반경 10여m에서 무선 통신 신고를 하는 장비로, 주로 가정이나 소규모 사무실에서 통신 음영지역 해소 및 데이터 분산을 목적으로 사용된다.
통신 전문가들은 해커가 차량에 펨토셀 장비를 싣고 다니면서 주변 네트워크를 가로채는 수법을 썼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통신 3사가 펨토셀을 실내 통신장애 해소 등에 활용하는데도 KT에서만 일어난 것은 기기 관리 부실 때문이란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 2012년 글로벌 통신전시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선보인 KT의 펨토셀. KT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 등에 따르면 무단 소액결제 사태는 소규모 셀 또는 펨토셀로 불리는 초소형 기지국을 통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범인들이 쓴 초소형 기지국이 KT 통신망에 접속 가능했던 것은, 다른 통신사들과 달리 누구나 초소형 기지국을 다룰 수 있었던 KT 관행 문제에 따른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LTE 통신 속도가 느린 가정이나 사무소에서는 KT가 지난 2010년대부터 공급한 초소형 기지국 상품인 기가 아토 기기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치 후 별도의 이용료나 임대료는 없다.
KT는 전국에 초소형 기지국 15만 7000대를 운영 중이다.
KT는 무단 소액결제를 계기로 최근 1년간 이용자들의 기지국 접속 내용을 조사했다.
다만 최초의 이상 접속 기록이 언제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아 최초 발생 시점이 알려진 것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사를 갈 때 KT에 수거를 요청해도 가져가지 않아 빈집이나 상점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중고나라 등 중고품 판매 사이트에도 초소형 기지국 판매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법 펨토셀이 KT 통신망에 파고든 것은 원래 KT 소속으로 관리번호(ID) 등이 부여됐던 기기를 손에 넣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KT 구재형 네트워크기술본부장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 KT 초소형 기지국의 일부를 불법 취득해 개조했거나 특정 시스템을 만들어 초소형 기지국의 일부분을 떼서 옮긴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초소형 기지국 관리에 대해 “전문 기사가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