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일 출범하는 기획예산처의 초대 장관 후보자로 28일 지명된 이혜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그동안 분위기에 휩쓸렸던 윤석열 탄핵 반대를 후회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보수 정당 전직 국회의원을 장관 후보자에 지명한 것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15~17대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권 장관은 이 대통령 동향인 안동 출신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치적 색깔로 누구에게도 불이익을 주지 않고, 적임자라면 어느 쪽에서 왔든지 상관없이 기용한다는 이 대통령의 방침에 깊이 공감한다"며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은 본래 정파나 이념을 떠나 누구든지 협력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저의 오랜 소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제가 평생 공부해 오고 쌓아 온 모든 것을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쏟아붓겠다"고 했다.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다.
이전 '탄핵 반대'에 나선 것은 "계엄이 발발한 순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내 첫 일성이었다"며 "원외당협위원장으로 당시 (탄핵 반대) 분위기에 휩쓸려 잠깐 따라간 건 잘못된 일이고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인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보수의 노른자위'였던 서울 서초구 을에서만 세 차례 국회의원(17·18·20대)을 역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바른미래당에 몸담았다가 2020년 합당 뒤엔 윤석열 전 대통령 경선 캠프에도 합류했다. 올해 대선에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1~3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연단에도 수차례 올라 “탄핵소추 절차 자체가 불법” “(민주당처럼) 나라를 흔드는 세력이 내란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직후엔 TV토론에서 “도주할 수 없는 구금 상태에 있던 현직 대통령에게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15자 결정문으로 바로 구속해 버리는 부분에 대해 국민 상당수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 후보자는 이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해 왔다. 퍼주기 팽창 재정 때문에 고물가 상황이 초래됐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3월에는 한 TV토론 프로그램에서 “헛돈을 쓰는 것보다 적은 돈을 들여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시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정책을 면전에서 반박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2차 내란특검을 하고 내란정당 해산시키겠다면서, ‘계엄 옹호’ ‘윤(尹) 어게인(again)’ 하는 사람을 핵심 장관으로 지명하는 이재명 정권”이라며 “도대체 정체가 뭐냐”고 물었다.
대통령실은 이에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발언을 했으나, 적극적으로 한 건 아니라고 봤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 얻을 협치·통합의 가치보다 더 문제가 된다고 보진 않는다”고 했다.
이날 이 후보자의 임명 소식을 들은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원만하게 협업할 지도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