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른바 '당 게시판(당게) 사태'가 다시 논란이 되는 것과 관련, "제 가족들이 익명이 보장된 당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인 사설과 칼럼을 올린 사실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이 비난받을 일이라면 제가 정치인이라 일어난 일이니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당무감사위원회의 '당게 사태' 조사 결과가 발표된 30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게 사태'는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12·3 계엄 1년을 맞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유튜브 '언더73스튜디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동일하며, 전체 87.6%가 단 2개의 인터넷 프로토콜(IP)에서 작성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한 전 대표는 "1년 반 전 쯤에 저와 제 가족들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익명을 보장하는 당원 게시판에 (가족들이 반박성) 게시물을 올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게시물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내용을 담고 있지 않는다. 주요 일간지 사설이나 칼럼을 익명으로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늘 당무위에서 마치 제가 제 이름으로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도 있던데 저는 (당 홈페이지에) 가입한 사실조차 없기 때문에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 장동혁 대표가 이번 사안의 전말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고, 자신과 정치적으로 결별하기 전에는 오히려 '우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말 소위 '김옥균 프로젝트'라고 저를 당 대표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여러 공격이 있었을 때 당시 제가 신뢰하던 장 의원에게 이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장 의원이 여러 방송에 나가 '익명 게시판에 문제없는 글을 쓴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하나도 없다'라고 아주 강력하게 설명한 영상도 남아 있다"며 "장 대표가 당 대표가 되고서 정치 공세를 위해 다시 꺼내는 걸 보고 참 안타까웠다"고 했다.
장 대표는 ‘한동훈 지도부’에서 수석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친한계 인사로 분류됐지만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사이가 소원해졌다.
한 전 대표는 당 대표 때 전말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당에서 당원들에게 익명으로 글을 쓰라고 허용해준 것인데 누군지 여부를 공개하는 선례를 남기면 되겠는가”라며 “앞으로 누군가에게 기분 나쁜 글을 쓴다고 해서, 범죄 수준에 이르지 않았는데도 매번 까볼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사과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제대로 가야 한다는 칼럼을 올린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만약 가족이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린 게 비판받을 일이라면 제가 정치인이라 일어난 일이니 저를 비난하시라. 가족이 비난 받을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