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를 든 편의점 강도를 검거한 경찰이 범인을 유치장 수감이 아닌 집으로 돌려보냈다.

범인을 검거했지만 홀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여윈 상태여서 구속 수사보다 우선 치료와 요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충북 청원경찰서. 청원경찰서 제공

28일 충북 청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새벽 2시30분 청주시 오창읍 한 편의점에서 흉기를 들고 김밥·담배 등을 강탈한 혐의(준강도)로 A(59) 씨를 붙잡았다.

A 씨는 당시 편의점에 들어가 김밥·피자·치킨·담배 등 4만 9천 원어치를 챙긴 뒤 “배가 고프다. 내일 계산하겠다”고 했지만 직원이 거절하자 옷 속에 숨기고 있던 과도를 보이고 그대로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편의점과 주변에 있던 CCTV 화면을 분석해 지난 25일 오전 편의점 주변 원룸에 있던 A 씨를 체포했다.

하지만 경찰은 심하게 야윈 상태의 A 씨를 보고 경찰서로 연행하지 않고 주변 병원으로 A 씨를 싣고 가 영양 수액(4만 2천 원)을 맞혔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 당시 A 씨는 대여섯평 원룸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야윈 상태였다. 사람부터 살려야겠다는 마음에 죽을 사 먹인 뒤 병원에서 치료하게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경찰에게 "일용직 노동을 했는데 지난 7월부터 아파 일을 하지 못했다. 열흘 정도 굶어 배가 너무 고파 편의점에 갔지만 해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달걀·즉석밥·라면 등 식료품 5만여 원가량을 사 A 씨에게 주고 귀가시켰다.

경찰은 범행 전력이 없고 사는 형편,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A 씨의 신병을 확인한 결과 충남 천안에 주민등록이 돼 있고 기초생활수급, 민생회복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27일 A 씨와 오창읍행정복지센터를 찾아 구제 방안을 문의했다.

A 씨가 건강보험료·통신요금 등을 연체해 천안의 관할 행정기관에서도 복지 사각 주민으로 지정돼 있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구제를 받지 못했다.

오창읍행정복지센터는 A 씨의 동의를 받아 오창읍으로 주소를 이전한 뒤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신청을 하고, 3개월간 다달이 76만 원씩 임시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초생활보장법에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정 신청을 하면 심사·결정이 될 때까지 일정 기간 임시 생계비를 받을 수 있다.

경찰은 “일단 A 씨 진술이어서 모두 믿을 수는 없지만 형편이 어렵고 딱해 일단 건강을 회복하게 하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다. 이와 별개로 범행 관련 수사는 진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