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처리에 반대하며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했던 장동혁 대표에게 “노고 많으셨다”고 덕담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은)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 전 대표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장 대표에게 ‘우호적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12월 18일 채널A에 출연해 친한동훈계 핵심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의 징계와 관련해 말하고 있다. 채널A
한 전 대표는 “우리 당 장동혁 대표가 위헌적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막기 위해 장장 24시간 동안 혼신의 힘을 쏟아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오늘 기어이 국민과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까지 강행 통과시켰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비판했다.
한때 정치적 동지였던 두 사람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정반대의 정치적 노선을 걸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었지만 장 대표는 탄핵은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 8월 장 대표가 반탄(탄핵 반대) 노선으로 극우를 등에 업고 당대표가 된 이후 한 전 대표와의 갈등이 더 깊어졌다.
장 대표 대표 취임 3개월 만에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한 전 대표를 겨냥한 ‘당원 게시판 재조사’에 착수했다.
이 건은 지난해 한 전 대표의 가족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당원 게시판에서 비판했다는 의혹이다.
최근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개인 블로그에 “들이받는 소는 돌로 쳐 죽이겠다”며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시사했다.
이에 당 안팎에선 “장 대표가 당권을 정적 제거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에 정치권에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이 손을 잡는다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야권에 결정적인 긍정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윤(尹)어게인’ 세력이 지지 기반인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를 내친다면 TK를 뺀 전국에서 국민의힘이 이길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을 것이란 절망적인 견해도 있다. 그땐 장 대표의 지도부는 선거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장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