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지지자 수천 명이 운집한 가운데 첫 토크 콘서트를 열고 ‘윤 어게인’ 강성 당권파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한 전 대표는 “제가 더불어민주당과 싸울 때, 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당이 싸우고 있는 저랑 싸워서 정치적 탈출구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 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특히 “같은 진영과 당내에서의 공격은 늘상 있었는데 이렇게 당 권한을 행사해서 당내 인사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건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운데)가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토크콘서트를 시작하기 전, 행사장 로비를 가득 메운 지지자들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입장권이 없어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지지자들이다. 오른쪽은 한동훈 지도부 최고위원을 지낸 김종혁 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이다. 당 당무감사위원회는 최근 윤리위에 당원권 2년 정지를 권고했다. SNS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21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연 '한동훈이 만난 사람들' 토크콘서트에서 참가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한 전 대표 측

이날 토크콘서트장에는 지지자 1500여 명이 가득 했다.

지난 8일 입장권 예매에서는 시작 8분 만에 전석 매진됐었다. 입장권을 사지 못한 1000여 명의 지지자가 한 전 대표를 직접 보기 위해 로비를 가득 메웠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김예지·박정훈·배현진·안상훈·유용원·정성국·진종오 의원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 함경우 전 조직부총장, 박상수·송영훈 전 대변인, 김경진 국민의힘 동대문을 당협위원장, 함운경 서울 마포을 당협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또 최우성 전 청년최고위원 후보, 유튜브 깨시연·빨대포스트 등이 동참한 ‘꿩 대신 닭’ 콘서트도 열렸다.

한 전 대표는 1년 전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여파로 지난해 12월 16일 대표직을 사퇴한 뒤 북콘서트와 대선 유세 등으로 지지자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대형 공개행사는 처음이다.

지난 3일 계엄 선포 1년을 맞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수백 명이 운집했었다.

한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최근 당에서 한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된 이른바 ‘당원 게시판’ 사태에 대해 일종의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최근 친한계 인사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중징계를 권고한 것을 비판했다.

그는 “(당내에)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당과 싸우는 저’와 싸워서 정치적 탈출구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며 “같은 진영과 당내 공격은 늘상 있었고 허용할 수 있지만, 이렇게 당의 권한을 이용해 당내 인사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건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16일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당론에 반하는 언행’ 등을 했다며 ‘당원권 정지 2년’의 중징계를 당 윤리위원회에 권고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 9일에는 1년여 전 벌어진 ‘당원 게시판 사건’과 관련해 “한 전 대표 및 가족 명의로 게시된 것으로 알려진 글들에 대해 실제 작성자 확인 절차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 잘못을 바로잡을 줄 아는 것도 용기”라며 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장동혁 대표가 지난 19일 충북도당 당원연수에서 “이제 변화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한데 대해 12·3 불법계엄 사죄와 윤 전 대통령 절연을 촉구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최고위원 중징계 권고 직전 ‘받는 소는 돌로 쳐죽일 것’이란 글을 쓴 이호선 감사위원장에게도 재차 각을 세웠다.

그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빅터 프랭클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 내의 ‘매일같이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하게(후략)’ 문구를 소개하며 탄압 속 인내를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 당시 권력 수사를 했다고 밉보여 좌천 4번, 압수수색 2번, 구속 직전까지 말도 안 되는 탄압을 받았다”며 “지금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당시 권력에 ‘들이받는 소’같은 공직자였다. 그 소의 명분을 알아주고 함께해주는 사람이 없이 고립된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때 기타 학원을 다니고 산책하고 전시회를 다녔다”면서 “의식적으로 ‘일상’을 지키려고 한 노력이 (탄압을) 이겨내는 힘이 됐다”며 “일상을 지키는 것만으로 이 결과는 승리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렇게 일상을 지키고 버텨내 우리가 갈 길은 퇴행이 아닌 미래”라고 촉구했다.

한 전 대표는“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산다는 건 제 오래되고 단단한 생각”이라며 “그런 단단함 때문에 계엄 저지, 영부인(김건희씨) 문자 ‘읽씹’(명품백 수수 사과 무마 연락 거부), 통일교 만남(한학자 총재의 요청) 거절 등으로 빌미가 될 수 있는 유혹적 상황에서 길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수우파 정체성을 두고도 “아스팔트에 태극기 들고 나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추종하는 건 보수가 아니다”라며 “자유로운 시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그 과정에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는 게 진짜 보수다. 그런 점에서 저는 저보다 더 보수적 정치인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 돌아가는 꼴이 답답하고,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한심해 보여도 포기하지 말라”며 “지키는 사람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저는 모든 용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 가겠다”고 약속했다.

지지자들에겐 “1년 전 ‘저를 지키려 하지 마시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고 한 그 약속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고 독려했다.

한 전 대표는 토크콘서트 직후에도 지지자들을 만나며 김 전 최고위원의 손을 맞잡았다.

최근 출간한 ‘같이 한컷’ 사인을 일일이 해주기도 했다.

퇴장에 앞서 그는 “여러분의 천금같은 일요일, 좌석 티켓이 없는데도 여기에 와주신 마음은 결국 ‘나라가 잘 되자’는 생각에 함께해주신 것”이라며 “1년 전 ‘저를 지키려 하지 말고,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고 얘기한 적 있다. 끝까지 그 약속 지키겠다”고 했다.

이어 “제가 나태해지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저를 비판해주시고 제대로 된 길로 이끌어달라”며 “우리가 함께 이 바다를 건너 미래로 가자. 바로 오늘 우리 몇천 명이 여기에서 일상을 같이했다. 이 일상을 지켜내고 지금 우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이 어려움을 함께 견디고 미래로 가자”고 말했다.

그는 “함께 가면 길이 된다”며 “다음엔 여러분이 다 들어올 수 있는 장소에서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