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전 교육부 차관보는 경남 교육이 추진해 온 대규모 디지털 교육 정책과 관련해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교실의 질은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현장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며 근본적인 정책 재검토를 촉구했다.

김영곤 전 교육부 차관보. 김 차관보 제공

김 전 차관보는 28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경남 교육은 지난 수년간 ‘디지털 전환’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톡톡 플랫폼 구축, 태블릿PC 전면 보급, 학교 무선망 확충 등 약 2400억~25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왔다”며 “그 결과가 학생의 학습 향상이나 교실의 안정으로 이어졌는지는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의 규모에 비해 교실의 변화는 체감되지 않고 교사들의 업무 부담은 오히려 늘었고, 수업의 질이 개선되었다는 현장의 평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전 차관보는 디지털 교육을 위한 '아이톡톡' 플랫폼 구축·운영에만 약 221억 원을 투입하고 AI 콘텐츠 개발 109억 원, 고도화 사업 59억 원 등 총 380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있었음에도 잦은 접속 장애와 시스템 불안정, 낮은 활용도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원격수업 장애, 2023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된 운영 문제, 2025년 대규모 계정 오류 사태 등은 일시적 해프닝이 아니라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차관보는 “정책의 실패보다 더 위험한 것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경남 교육청의 태도”라며 “이미 투입된 예산이 아깝다는 이유로 방향 전환을 주저하는 것은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태블릿PC 보급 정책을 거론하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약 1759억 원이 투입됐지만, 현장에서는 활용보다는 관리 부담이 더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유지·보수 비용만 해도 2023년 약 10억 원, 2024년 15억 원, 2025년에는 2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은 기술을 과시하는 장이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정책이 교실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는 순간, 교육은 본래의 목적을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보는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장비가 아니라, 정책을 재점검하고 방향을 바로잡을 용기”라며 “경남교육은 더 이상 체면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교실을 살리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아이들의 배움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교육은 행정의 성과물이 아니라 아이들의 삶 그 자체”라며 “경남교육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용기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다음은 김영곤 전 교육부 차관보가 경남도육청의 디지털 교육 정책을 비판한 내용 전문이다.

'수천억을 쏟아부은 디지털 교육, 교실은 왜 더 가난해졌는가'/ 김영곤 전 교육부 차관보

경남 교육은 지난 몇 년간 ‘디지털 전환’이라는 이름 아래 전례 없는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왔습니다.

아이톡톡 플랫폼 구축과 고도화, 초·중·고 전 학생 대상 태블릿PC 보급, 학교 무선망 구축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2,400억~2,500억 원에 이릅니다.

단일 교육 정책으로는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입니다.

그러나 이 막대한 투자가 교실을 얼마나 바꾸었는지에 대해 묻는다면, 선뜻 긍정하기 어렵습니다.

교실은 더 안정되었는가,

수업의 질은 향상되었는가,

교사는 더 자유롭게 가르칠 수 있게 되었는가.

이 물음에 많은 현장 교사와 학부모는 고개를 젓습니다.

정책은 확대되었지만, 교실의 체감은 오히려 더 팍팍해졌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정책은 옳았고 문제는 일시적이다”라는 말이 반복되는 동안, 정책은 스스로를 성찰하지 못했습니다.

아이톡톡 플랫폼 구축에만 221억 원, AI 기반 콘텐츠 개발에 109억 원, 고도화 비용 59억 원 등 38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그러나 플랫폼 장애, 접속 오류, 낮은 활용도는 반복됐고, 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원격수업 혼란, 2023년 행정사무감사 지적, 2025년 대규모 계정 오류 사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예들입니다.

정책은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순간, 정책은 학습을 멈추게 합니다.

교육 행정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매몰비용의 함정’입니다.

이미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방향 전환을 망설이고,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비용을 투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으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교실로 전가됩니다.

특히 태블릿PC 보급 정책은 그 한계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약 1,759억 원이 투입됐지만, 현장에서는 활용도 저조와 관리 부담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3년 약 10억 원, 2024년 약 15억 원, 2025년에는 29억 원에 달하는 유지·관리비는 교실의 교육활동과 무관하게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사는 수업보다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학생은 기술의 수혜자가 아닌 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교육은 기술의 전시장이 아닙니다.

교육의 목적은 언제나 아이들의 성장입니다.

정책은 교실을 돕기 위해 존재해야지, 교실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 사고하지 않는 행정은 가장 위험한 형태의 권력입니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정책은 결국 교실의 존엄을 무너뜨리게 됩니다.

이제는 선택의 순간입니다.

체면을 지키기 위해 정책을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용기를 내어 방향을 바로잡을 것인가.

경남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은 분명합니다.

더 많은 기술이 아니라 더 나은 판단, 더 많은 장비가 아니라 더 깊은 성찰입니다.

아이들의 배움은 실험대상이 아닙니다.

교육은 정책의 성과물이 아니라 삶의 토대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계획이 아니라, 멈추고 돌아보는 용기입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며, 경남교육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