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8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자당 소속인 이혜훈 전 의원에게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그렇게 좋더냐"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당 내부에선 전혀 예상치 못한 장관 지명에 크게 당혹스러워 했다.

이 전 의원은 현직 서울 중구 ·성동구 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다. 경남 창원 마산제일여고를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긴급 서면 최고위원회를 열어 이 후보자를 제명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지명자. 대통령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이날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이는 지방선거를 6개월 남기고 국민과 당원을 배신한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무위원 내정 사실을 밝히지 않고 선출직 공직자 평가를 하는 등 당무 행위를 지속함으로써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태로 당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당무 운영을 고의적으로 방해했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과 이 후보자의 협잡은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태로,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며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그렇게도 탐나더냐’?'는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의) 대사 한마디가 생각난다"고 이 후보자를 힐난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도 "몰염치한 정치 행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배현진 서울시당 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지낸 전직 중진의원이자 현직 당협위원장인 이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에 합류한 것은 명백한 배신 행위”라며 “이 후보자 행보는 출세를 위해 영혼까지 팔았던 일제 부역 행위와 다름없다”고 했다.

당 주변에선 최근까지 당협위원장 활동을 열심해 생각을 못했다며 같이 활동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반응이다.

주진우 의원은 “이 후보자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은 경제 폭망에 대한 물타기”라며 “이재명 정부는 ‘이혜훈 장관 지명’으로 물타기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에게는 “장관 시켜준다고 하느냐”고 했다.

주 의원은 페이스북에 과거 이 후보자가 ‘민주당의 내란 선동에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라는 현수막을 게재한 사진을 게재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현수막.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페이스북

한동훈 전 대표도 “‘계엄 옹호, 윤어게인’ 하는 사람(이 후보자)을 핵심 장관으로 지명하는 이재명 정권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냐”라고 직격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 총선을 앞두고 B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형태”라며 “‘소득주도성장’은 실패로 결론이 났는데, 이 얘기를 다시 하는 것은 무책임한 생각”이라고 비판했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장관 지명 직후 “성장과 복지 모두를 달성하고 지속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목표는 평생 경제를 공부하고 고민해 온 저 이혜훈의 입장과 똑같다”고 말을 바꿨다.

정치권에서는 “충격적”이란 반응이 잇따랐다.

민주당에선 "윤석열 계엄 지지 행보는 어떤 식으로든 반성 사과가 있어야 할 것”, “그간 그의 언행에 비춰보면 이해되지 않는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