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의 '정창현 기자의 고샅길 산책'은 발행인인 정 기자가 곳곳의 숨겨져 있는 대상을 찾아 그 속내를 한 꺼풀씩 벗겨내는 코너입니다. 고샅길은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입니다. 정 발행인은 '고샅길'의 의미처럼 이 구석, 저 구석을 찾아 '호흡이 긴' 사진 여행을 합니다. 구석구석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도심의 풍경과 정취도 포괄해 접근하겠습니다. 좋은 연재물이 되도록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번 '고샅길 산책'은 경남 진주의 얼굴격인 비단, 즉 실크 관련 시설을 찾았습니다. 진주실크박물관입니다.

진주에 웬 비단이냐고 묻는 독자도 있을 겁니다. 고대~중세의 동서양 연결길 '실크로드(비단길)'만 기억할 수도 있겠지요.

진주산 실크는 오래 전부터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 유명합니다. 인근 지리산 청정 뽕잎에서 키운 누에와 남강물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진주산 실크는 그 품질로 인정을 받습니다. 이게 이른바 '진주 실크'입니다.

요즘 통용되는 외래어 실크는 예전엔 명주나 비단으로 불렸지요.

진주실크박물관은 지난 11월 초 문산읍에 개관했습니다. 국내 유일의 실크박물관입니다. 100여 년간 이어온 '진주 비단'의 발자취를 오롯이 담아내 요긴하게 구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서양 의복의 물량 공세에 한동안 쇠퇴의 길을 걷던 실크산업의 부흥을 꿈꾸는 진주실크박물관을 궁금증을 자아내며 둘러봤습니다.

진주 실크산업 재도약의 산실 역할을 할 문산읍 ‘진주실크박물관’ 모습. 진주시

진주실크박물관 외관 모습

진주실크박물관은 그 옛날의 팍팍했던 '생업'이 진주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한 곳입니다.

박물관 안엔 ▲상설·기획 전시실 ▲파노라마 영상실 ▲체험교육실 ▲카페·아트숍 등이 저마다의 공간으로 자리해 방문객을 맞았습니다.

진주실크박물관 주차장. 방문객이 많을 땐 주차 공간이 부족해 도로 쪽에 주차를 해야 한다.

진주실크박물관 안내도. 1층 출입로에 있으며 장애인을 위해 점자와 함께 음성 안내도 한다.

운영 시간 및 관람료 안내판

실크박물관 1층에 있는 안내데스크

안내 데스크에서 참여프로그램(유료)과 박물관 전시 해설(무료)을 신청할 수 있다.

실크박물관 2층 전시실 입구

전시된 실크 아트 작품들. 이진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미술과 교수의 작품이다.

2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이진희 작가의 전시 작품이 방문객을 반긴다.

'오방-The Woven Cosmos-오방의 빛이 짠 우주’를 주제로 전통 실크 기반의 조각, 회화, 미디어아트, 패션 등 총 43점이 전시돼 있다.

한국 고유의 색채인 오방색과 한국적 세계관을 현대적 시각언어로 재해석한 작품들이다.

영화·드라마에서 사용한 소품들. 진주산 실크로 제작된 옷이다.

오방색을 형상화 한 작품

진주 실크의 역사 안내도. 시간과 공간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소개해 보여주는 곳이다. 적시돼 있는 특정 시기를 터치 하면 자료를 설명해준다. 한 어린이가 궁금한 시기를 손으로 누르고 있다.

'진주 실크, 백년의 길' 타임 스케줄 안내도

진주 실크의 역사를 전하는 지난 시절 사진과 물품들

진주 실크로 생산되고 있는 다양한 상품들. 실크에서 아미노산과 단백질을 추출해 만든 화장품과 음식(빵, 커피) 등 다양한 제품을 관람할 수 있다.

관람객이 전시실에 들러 전시품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한 가족 관람객이 비단실을 뽑는 기계 등이 전시된 곳을 지나고 있다.

실크를 짜는 직조 기계들. 중년 이하 관람객은 생소하면서도 궁금해 할 수밖에 없는 지난 날의 기계들이다.

실크로 만든 의류들. 승복과 법복, 파일럿복(빨간 마후라 등), 개량 한복이 전시돼 있다.

다양한 실크 색상으로 구성한 아카이빙 타워. 실타래 등 실크 관련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개관한 지 약 두 달이 됐지만 아카이빙 타워의 콘텐츠를 채우는 작업은 아직 진행행이다. 진주시는 패션·공예·디자인 분야 예술가들과 함께 창의적 콘텐츠를 지속 보완 중이다.

한 어린이가 실크 섬유를 생산하는 누에고치 영상이 신기한 듯 보고 있다.

실크의 직조(베짜기) 방식 체험 공간에서 어린이들이 기계들을 사용해 보고 있다.

다양한 실크를 보고 손으로 만져 볼 수 있는 공간

한 관람객이 실크 천을 만져 보고 있다.

진주 소재 실크 제조업체의 실크 무늬 디자인이 저장되어 있는 디스켓이다.

영상실에서 디자인이 저장돼 있는 디스켓을 누르면 실크의 패턴(디자인)을 볼 수 있다.

관람객들이 영상실에서 실크 디자인을 바라보고 있다.

기획전시관에서는 '비단, 삶-생을 수놓다'를 주제로 작품을 전시 중이다.

기획전시관에 전시된 각종 작품들

1층 로비에 있는 실크 제품 전시·판매 공간. 2층 전시관을 둘러 보고 내려오면 진열돼 있는 제품들을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다.

한 가족이 실크로 만든 제품을 고르고 있다. 이상 정창현 기자

진주실크박물관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이며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 추석 등 명절엔 휴관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진주실크박물관(055-749-5972)으로 문의하면 됩니다.

진주실크박물관 전경. 진주시 인스타그램

■추가 내용(연대별 변천)

진주는 실크 생산지로선 최적의 조건을 갖췄습니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남강의 수질이 좋아 염색 때 실크 색상이 선명하고 곱게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진주 인근인 지리산 자락 산청과 함양은 전통적으로 양잠(누에치기)이 발달해 질 좋은 누에고치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을 수 있는 지리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보겠습니다.

진주는 삼한시대 때부터 이어진 양잠 및 직조(베짜기) 전통을 바탕으로,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며 정교한 직물 기술이 발전한 곳입니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진주의 비단으로 임금의 옷이나 사대부의 예복을 만들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근대 산업화 시기인 1920년 우리나라 첫 방직공장인 대구 동양염직소가 진주에 국내 최초의 비단 공장인 '동양염직소'를 설립하면서 근대 실크 산업 중심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호황기가 찾았습니다.

1970~1980년대엔 전국 실크 원단의 70~80%를 생산하며 최대 호황을 누렸습니다. 당시 '진주뉴똥'이라는 고유 상표로 전국을 누볐습니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 역사적 배경, 축적된 기술력이 결합해 진주는 이탈리아 코모, 중국 항저우 등과 함께 세계 5대 실크 명산지로 손꼽혔습니다.

진주 실크는 이처럼 곱고 화려해 한동안 명성을 떨쳤으나 서구 의류산업에 밀려 쇠퇴한 실정입니다.

원단이 부드럽고, 곱고, 화려해 고급스럽지만 드라이크리닝을 해야 하는 등 관리에 손이 많이 갑니다.

그동안 침체를 겪었습니다. 지금도 지속됩니다.

따라서 이곳, 진주실크박물관은 진주 실크산업 재도약 모색하려는 상징적인 곳입니다.

실크는 한동안 진주의 뿌리 산업으로 자리했고, 진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입니다.

진주실크박물관은 진주산 고급 실크의 옛 영광을 되찾는 시발지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