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업체들이 대전 직전에 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를 여유롭게 이길 것'이라고 한 결과가 왜 나왔을까?
9일 오후 7시 30분 투표가 끝난 뒤 발표된 지상파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윤 후보(48.4%)와 이 후보(47.8%) 간의 격차가 불과 0.6%포인트로 예측됐다. 실제 최종 득표 결과도 출구조사 예측과 거의 일치했다. 윤 후보는 48.56%, 이 후보는 47.83%로 0.73%포인트(24만7077표) 차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3~8일 이전에 발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3~4%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역대 대선에서 막판 여론조사가 이런 정도로 빗나간 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특히 일부 조사 업체가 공표를 못 하는 기간에 조사한 결과를 투표 종료 직후에 발표했는데 여기서도 윤 후보가 여유 있게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한국갤럽의 지난 7~8일 조사에선 윤 후보는 46%, 이 후보는 40%였다.
한국갤럽은 이 수치에 의견 유보층의 선택을 추정하고, 투표율을 가중시켜 예상 득표율을 윤 후보 52.0%, 이 후보 44.4%라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에 조사한 미디어헤럴드-리얼미터도 윤 후보 50.2%, 이 후보 47.1%였다. 리얼미터는 이를 토대로 '윤 후보 48.4~52.0%, 이 후보 45.3~48.9%'로 전망했다.
국민의힘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이보다 더 크게 틀렸다.
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는 기간에 조사한 두 후보의 격차는 10%포인트 이상이었다.
윤석열 후보의 핵심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승리가 확정된 직후인 10일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충격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물론 이번 대선 과정에서의 여론조사 결과는 유독 들쑥날쑥했다. 같은 업체가 조사한 결과도 언론 매체가 다르면 하루 이틀 사이에 결과가 크게 차이났다.
조사업체들이 이렇게 민심을 읽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론조사업체에서는 응답자의 의도적인 ‘허위 답변’을 가장 큰 원인으로 제기한다. 선거 여론조사가 틀릴 때면 언제나 등장하는 단골 멘트이긴 하다.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통신업체로부터 가상번호를 받아 조사할 때 연령대 정보를 받는다. 받은 가상번호의 주인은 60대로 표기돼 있는데 본인은 20대나 30대로 응답하는 경우가 적잖게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흰머리 청년’이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과대 계산됐을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이번 대선에서 유독 조사 과정에서의 ‘표집 오류’가 많았다는 점도 있다고 한다.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응답 포기층은 항시 존재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선거 무관심층이나 투표 포기층이 막판에 투표에 참여하면서 이들의 표심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대표 사례로 ‘이대녀’(20대 여성)를 꼽았다. 지상파3사 출구조사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이 윤 후보에게 58.7%를 몰아주었지만 이대녀는 이 후보에게 58% 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반(反)페미니즘 노선이 이대녀의 역결집을 이끌어냈다는 설명이다.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20대 전체 유권자 중 윤 후보는 45.5%를 얻고 이 후보는 47.8%를 얻어 이 후보가 더 득표를 했다.
‘샤이 이재명’의 존재로 거론된다. 이 후보 캠프에서 일하는 한 인사는 "민주당은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크게 이겨 조직표가 건재하다"면서 "이들이 선거 막판에 양자 간에 세 결집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선에서 윤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화두인 부동산 문제를 꺼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부각했지만 국민의힘이 바랐던 만큼의 성과를 못 냈다는 주장도 있다. 선거 막판에 수도권 집값이 정체 내지 하락 추세를 보였고, 초고가가 아닌 '1가구 1주택자’에게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정부의 언급도 수도권 부동산 민심을 나눴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막판 단일화가 오히려 중도층을 중심으로 실망하는 유권자가 많아지면서 역결집을 초래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여론조사 횟수가 너무 늘어난 것도 분석 부실 탓으로 꼽힌다.
특히 전화면접 방식의 여론조사는 면접원의 숙련도가 중요한데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업체가 늘고, 조사 횟수도 늘면서 업계에서는 숙련된 면접원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