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음식의 맛과 영양가 이야기는 '육군'인 봄나물에만 쏠려있는 것은 아니다. 봄이 제철인 '해군'에도 많다. 잘 알려진 봄 어류로는 바지락과 봄멸치도 있고, 도다리도 있다. 이맘 때면 도다리와 쑥국이 입에 가장 많이 오른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란 말이 있다. '여름 민어, 겨울 광어(넙치)'와 같은 의미로 제철 음식이란 뜻이다. 제철 음식이란 지방(영양분)이 몸체에 축적되면서 사람들의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도다리는 봄철에 먹는 대표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집 나간 며느리를 찾으려면 가을에는 전어를 굽고, 봄에는 도다리쑥국을 끓이라’는 옛말에서도 잘 적시돼 있다.
▶ 도도리쑥국의 '도다리' 진실은?
여기서 대별을 해야할 사안들이 있다.
문화재청이 도다리쑥국을 소개한 내용을 보면 '봄 도다리’란 말은 반만 맞는다고 언급하고 있다. 왜 그럴까?
문화재청의 글 등을 토대로 분석해 보자.
도다리쑥국에 넣는 도다리는 사실상 가짜다. 진짜 도다리가 아닌 '문치가자미'가 대부분이다. 진짜 도다리는 토종도다리, 담배도다리, 담배쟁이 등 이해도 안 되는 '담배'를 붙이거나 '진짜'를 덧붙여 진짜임을 애써 강조한다. 주와 격이 바뀐 것이다.
도다리쑥국의 발상지인 경남 통영에서는 봄에 문치가자미가 많이 잡힌다. 이유는 봄철 산란기를 맞아 남해안으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진짜 도다리는 수심이 깊은 곳에 살아 어획량이 매우 적어 시중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래서 통영 사람들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문치가자미를 '도다리' 또는 '참도다리'라고 불렀다. 이는 일본에서 문치가자미를 '참가자미'로 부른 데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수산물 요리를 많이 즐기는 일본에서는 참가자미를 지칭할 때 참의 뜻인 '마'를 붙여 '마가레이(まがれい)'라고 부른다. 이게 경남 통영 등 남해 지역에서 '참가자미'를 '참도다리'로 바꿔말하면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표준어보다 정확하게 적시하지 않고 두루뭉슬하게 '가자미' 자리에 '도다리'를 바꿔 넣고 사용한데 따른 것이다. 물론 값을 더 받으려는 상술도 한몫했을 듯싶다.
▶ 제철 생선과 맛의 진실은?
그러면 제철 생선과 맛의 관계는 어떨까?
산란기 전후에 잡힌 생선이 맛있다는 주장은 의외로 일치하지 않는다.
한쪽은 산란기 전후 기간을 통틀어 영양분이 알에 집중돼 있어 체지방이 적어 맛이 덜하다고 한다.
다른 쪽은 산란기 전후를 나누어 맛을 대별한다. 산란기 전에는 체지방이 많아 맛이 있고, 산란 후에는 살이 빠져 맛이 없다는 주장이다.
꽃게의 경우를 보면 산란 후엔 살이 빠져 대체로 맛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상당수 수산 전문가들은 산란 전에는 영양분(지방)을 축적해 맛이 있지만 산란 후에는 지방이 빠져 고소한 맛이 덜한 편이라며 후자의 손을 들어준다
▶도다리쑥국의 문치가자미 맛은?
먼저 '제철'과 '산란기'의 다름을 알고서 접근해야 이해가 된다.
어류 식품 전문가들에 따르면 ▲산란기인데 제철이 아닌 경우 ▲제철인데 산란기가 아닌 경우 ▲산란기이자 제철인 경우 등이 있다는 것이다.
통영 앞바다에서 잡힌 문치가자미의 맛은 뛰어나지 않다고 한다. 산란을 하려고 무리지어 와 많이 잡히지만 맛이 오른 제철 생선은 아니란 말이다.
문치가자미는 우리의 해역과 가까운 일본 해역에서 4~5월 산란을 하는데 통영 등 남해안이 일본에 가까워 봄에 많이 몰려와 잡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치가자미는 통영의 해역에서 봄에 많이 잡히는 생선이지만, 실제 맛이 오르는 제철은 먹이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여름과 가을이라는 말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식품위생가공과의 한 연구원은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류생태학자는 아니지만 상세한 과학적 자료나 연구 자료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식품 관점에서 보면 시기별 영양분 차이는 미세하다. 알이 배었을 때 맛이 조금 더 좋고, 계절적으로는 여름에 맛이 조금 덜하고 겨울에는 더한다"고 말했다.
그는 "맛의 차이가 크지 않아 취향과 인식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다만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회유성 어족은 시기에 따라 체지방의 차이가 커 맛의 차도 많이 난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도다리쑥국을 봄철 음식으로 상찬(賞讚)을 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심해에 있는 진짜 도다리를 넣은 봄철 도다리쑥국이 진짜 맛일 터이다. 또한 도다리쑥국은 도다리보다 쑥의 향긋한 맛으로 담백하게 먹는 봄철식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가자미나 도다리로 쑥국을 끓인 이유
위에서 언급했듯이 비록 제철이 아닐지라도 도다리(문치가자미)를 넣고 끓인 도다리쑥국은 봄철 특별식으로 부족함은 없다.
도다리쑥국은 향긋하고 부드러운 쑥을 넣어 색다른 맛을 낸다. 쑥 특유의 향이 도다리의 비린맛도 잘 잡아준다.
광어와 달리 도다리는 거의 양식이 되지 않는 자연산이어서 별미로도 손색이 없다. 강도다리만 고부가가치 어종으로 인정받아 양식을 한다.
영양 측면에서도 도다리 등 가자미과 생선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 함량이 적어 간장 질환 예방에 좋다.
또 수용성 필수아미노산인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 회복과 숙취 해소에도 제격이다. 쑥에 함유된 비타민B 군과 비타민C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국물에 잘 녹아 영양소가 파괴 되지 않는다.
▶ 가자미(도다리)와 쑥 고르는 법
맛있는 도다리쑥국을 만들려면 싱싱한 가자미(도다리)와 쑥을 고르는 게 우선이다.
이들 생선은 손가락으로 눌러서 탄력이 있는 것이 좋다. 또 배에 상처가 없고 색이 짙고 비늘이 단단하게 붙어있는 것이 싱싱하다.
도다리(가자미)는 광어와 생김새가 비슷해 일반인들은 헷갈린다. 눈 방향을 보면 된다. 눈이 왼쪽에 있으면 광어이다.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가자미)다. 글자수로도 구별하면 쉽다. '광어=왼쪽', '도다리(가자미)=오른쪽'이다. 이를 흔히 '좌광우도'라고 말한다.
쑥은 길이가 4~5cm 정도로, 잎과 줄기가 크지 않는 것이 좋다. 잎의 색이 진하고 너무 많이 자란 것은 쓴맛이 강하다. 또 흙속의 중금속 오염 우려가 있는 도시나 공장 인근의 쑥은 가급적 캐지 않는 것이 좋다.
▶도다리쑥국 레시피(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제공)
<만드는 법>
재료는 도다리(가자미) 50g, 모시조개 15g, 쑥 29g, 대파 4g, 들깨가루 6g을 준비한다.
1) 비늘과 내장,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3등분 한다.
2) 물에 된장을 풀어 끓인다.
3) 물이 끓으면 모시조개와 함게 넣고 20분 더 끓인다.
4) 쑥을 넣고 5분간 팔팔 끓인다.
5) 대파와 들깨가루를 넣고 살짝 끓어낸다.
6) 그릇에 생선과 쑥을 먼저 담고 국물을 나중에 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