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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유레카!] 식목일(植木日)이 공휴일 아닌 이유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4.05 19:23 | 최종 수정 2022.07.17 18:49 의견 0

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소소하고 세세해 지나치는 궁금한 것들을 찾아 이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유레카(eureka)는 '알았다!'라는 뜻입니다.

오늘은 4월 5일 식목일이다. 누구나 아는, 나무를 심는 날이다.

대지에 양기가 올라오는 이 때 애송이나무(묘목)를 심으니 기념을 할만한 날이기도 하다. 지금도 이 날을 전후로 1개월 동안을 ‘국민식수기간’으로 정해 산지 자원화를 강조한다. 다만 옛날보다 관심은 덜해져 있다.

식목일은 법정공휴일이 아니다. 국가가 공휴일로 정해 나무를 심어라고 강제하거나 기를 쓰고 나무를 심지 않아도 될만큼 우리의 산은 넘칠 정도로 푸르다. 법정공휴일은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건'을 제정해 지정한다.

한 지자체 직원들이 식목일에 도로 둔턱에 나무를 심는 모습. 더경남뉴스 DB

식목일은 이름도 바뀌고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되는 등 몇 번의 '일'을 겪었다.

건국 다음 해인 지난 1949년 법정공휴일로 지정됐다. 나무를 심으면서 나무사랑 정신을 북돋우고, 산지의 자원화를 위해 제정된 날이다.

1960년에는 공휴일에서 빠지면서 20일 정도 빠른 3월 15일을 ‘사방(砂防)의 날’로 대체지정 됐다. 하지만 1961년 식목의 중요성이 다시 대두되면서 공휴일로 부활됐다.

이후 21년 간을 법정공휴일로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1982년 기념일로만 지정됐다가 2006년 공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재차 공휴일에서 제외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 때 지구의 온난화로 식목일을 3월로 앞당겨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적도 있다. '사방의 날'을 염두에 둔 주장일 수도 있다.

땔감용으로 나무를 베는 바람에 산림 자원이 지극히 빈약했던 1960~70년대엔 직장·학교·군부대는 물론 마을 단위에서도 토양에 맞는 나무들을 심었다. 묘목을 심었는데, 일명 '사방사업'이다.

동네 이장이 어느 날 나무를 심는다고 하면 한 집에 한 명 씩 부역을 나가 동네 인근 벗거벗은 산비탈에 올라 종일 심었다. 학교에서도 나무를 심는데 동원됐다. 나무를 심는 것이 큰 애국을 하는 것으로 여기던 시절이다.

'벌거벗은 산에 푸르름을!'. 중장년 이상에게는 지금도 이 문구가 입에 달려 있다. '산림 녹화'다. '때려 잡자 김일성' 문구 정도로 어느 동네 어귀에서나 보던 포스터다. 이들 구호는 학생들 백일장이나 사생화 대회의 단골 메뉴였다.

산에 나무가 없어 민둥산이었을 때이니 빨리 자라 우거져서 산사태를 막기 위해 리기다소나무, 아카시아나무를 많이 심었다. 리기다는 빨리 자라고 아카시아는 뿌리가 땅에 강하게 뻗어 있어 산사태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버섯 수확 등은 부산물이다.

요즘 말로 하면 강제로 나가 무보수로 공익적인 일을 한 것이다. 이런 부역은 새마을운동도 비슷했다. 그런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이들의 값어치는 논란거리로 전락해 있다. 당시엔 질서, 청소 등 근현대적인 의식이 부족할 때여서 일면 수긍이 된다.

지금은 전국 어딜 가도 훤칠한 나무들이 우거진 산림욕장, 수목장이 수없이 많다. 겨울 정도로 숲은 무성해졌다. 새마을운동이 농촌의 지붕을 개량하고 도로를 닦은 것과 같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동네를 청소하는 것을 배웠고, 근사한 도로를 만드는 것을 배웠다. 지적거리보다 칭찬이 백배나 낫고 많다.

주 5일제근무제니 하면서 왜 예로부터 이어진 이런 좋은 것들을 애써 지우려고 할까. 사방사업이나 새마을운동은 지금까지도 개발도상국에선 '할배 같이' 여기고 배우려고 한다. 여기서도 '이념의 그림자'가 어른거려선 안 된다. 위성사진으롣 자주 나오지만 북한의 산은 지금도 벌거숭이다.

화창한 날 꼬맹이를 데리고 가족끼리 야외에 나가 새끼나무 두어 그루를 심어보는 것은 재미난 봄날의 일이다. 오랜만에 손에 흙도 묻혀보고···. 어느 날 찾아 심은 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은 어떤 휴가비나 강의보다 낫다.

오늘은 나무를 심는 기념할 만한 날이다. 공휴일에 애들을 데리고 야외에 나가 선조들이 나무를 많이 심어 산천이 푸르러졌다고 말해보자. 식목일은 후대들에게 전해줄 역사성도 많이 가졌다.

다음은 식목일의 제정 유래다.

첫째는 신라 문무왕 때 8년간의 긴 싸움 끝에 당나라 세력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삼국통일을 이룬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677년(문무왕 17년) 2월 25일로 전한다.

둘째는 조선 성종이 493년(성종 24년) 3월 10일 세자와 문무백관을 대동하고 동대문 밖의 선농단에 나아가 제를 지낸 뒤 직전(籍田·고려·조선의 왕이 농경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 만든 의례용 토지)을 친히 갈고 심은 날을 기년하는 날이다. 또 뽕나무밭을 직접 가꾸기도 해 우리의 농업과 임업에서는 매우 중요한 날로 쳤다.

마지막은 계절적으로 '청명(淸明)'을 전후로 나무 심기가 가장 좋은 때여서 정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는 4월 3일이 식목일이었다.

참고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의한 공휴일은 ▲일요일 ▲국경일 ▲1월 1일 ▲음력 1월 1일(설날)과 전후 이틀 ▲부처님오신날(음력 4월 8일) ▲어린이날(5월 5일) ▲현충일(6월 6일) ▲음력 8월 15일(추석)과 전후 이틀 ▲성탄절(12월 25일) ▲임기 만료에 의한 선거일(공직선거법 제34조) 등이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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