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 강성 의원(처럼회 회원)들이 한 장관을 공격하려다 모두 참패하며 몸집만 키워줬다는 조롱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고민정 의원과 한 장관이 질의와 응답을 한 동영상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지금도 해당 동영상은 지속 관심을 끌고 있다. 최강욱·김남국·이수진 등 청문회 '처럼회' 의원들에 이어 성향이 비슷한 고 의원이 '무리수'와 '억지 공격성 질문'으로 조롱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고 의원은 정작 예결위의 본질인 예산에 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고 의원을 비아냥 하는 글들은 '질문이 엉뚱하고 고집스럽다' '고민정, 고민 좀 하라' '한 장관과의 수준 차가 비교가 많이 된다'는 유가 주류를 이룬다.
19일 SBS 유튜브에는 '고민정 민주당 의원 “어떻게 이렇게 공감 능력이 없습니까?” 공세에 한동훈 법무장관 대답은'이란 제목으로 두 사람간의 질의응답 전체 영상(15분)이 올라왔다.
고 의원은 질의 시간 15분 내내 한 장관을 향해서만 산업부 블랙리스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 등을 거론하며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이 영상은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 조회수 263만회를 기록한 이후 22일 오후 10시에 336만만회를 훨씬 넘었다. 댓글도 현재 4만 7500여개가 달렸다.
지난 청문회 때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한 장관을 공격하다 하나같이 참패를 당하면서 한 장관을 대선급으로 체급만 올려줬다는 좌파들의 비난을 받았다.
고 의원의 질문이 어떠했기에 비웃음거리가 됐을까. 복귀해보자.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고 “굉장히 빠른 수사” “3년 된 사건인데요”
고 의원이 마이크를 겨자 마자 한 장관에게 “요즘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돼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었다. 한 장관은 짭게 “솔직히 좀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자 고 의원의 '도발적인 지적'이 시작됐다. 그는 “답변하실 때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 주면 괜히 성의 없는 태도로 보이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고 의원은 이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됐다”고 말하자 한 장관은 "사실 몇 년 된 사건이라 빠른 속도라기보다는 굉장히 늦게 진행된 거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고 고쳐줬다.
그러자 고 의원은 “길어봤자 5년 이내 아니냐”고 했다. 5년이란 수사 기간이 길지 않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한 장관은 “(이 사건은) 3~4년 정도 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고 의원은 재차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9월 백운규 당시 통상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발전사 4곳의 사장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의혹이 나온 사안이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2019년 1월 고발한지 3년 4개월이 지났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5분 간 공방을 주고 받았다.
▶ ”죽은 권력 엄격 수사 의지 있죠?” 질문에 한동훈 어리둥절
고 의원이 말한 ‘죽은 권력 수사’ 문구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고 의원은 한 장관을 향해 고 의원은 “죽은 권력에 대해서 엄격하게 수사하겠다는 의지, 갖고 계시지요?”라고 물었다.
이 문구에서 언급한 '죽어있는 권력 수사’와 '의지'와는 아귀가 잘 맞지 않는다. 또한 이 같은 문장에선 '살아있는 권력 수사'라고 표현하지 ‘죽은 권력 수사’는 잘 쓰이지 않는다.
한 장관 청문회 때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이모 교수를 '친척인 이모'라고 해석한채 공격한 것과 최강욱 민주당 의원이 '한**'(한국3M)을 법인으로 옆에 적시했는데도 한 장관의 자녀라고 잘못 해석한 장면이 스쳐가기에 충분했다.
한 장관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죽은 권력이요?”라고 되물었다. 고 의원은 태연하게 “예, 끝난 권력이니까요”라고 했다. 한 장관은 “수사는 당사자가 누구인지 이름을 가려도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 어떻게 하실 것이냐”고 '살아있는 권력이란 문구를 꺼내 물었다. 이어 “김건희 여사 수사하실 것입니까”라고 하자 한 장관은 “이미 수사 중”이고 답했다. 고 의원이 "김 여사를 소환조사하지 않았다"고 하자 한 장관은 “수사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법에 따라 하겠다”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다시 여러 차례 "소환조사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수순인데, 장관 생각에는 어떤 방식이 있느냐"고 따졌다. 한 장관은 "사건의 내용과 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검찰이 법에 따라 적정한 처리를 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 고 의원, 법률가 장관에 법해석 시켜놓고 이의제기
고 의원의 법조문 관련 질문도 명확하지 못해 구설수에 올랐다.
고 의원은 헌법 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보여주며 “그렇다면 헌법상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 사람은 누구냐”고 물었다.
한 장관은 “법 이론을 말씀하시는 거냐”고 물었다. 이에 고 의원은 “해석을 묻는 것”이라고 했고 한 장관은 “현직 대통령 본인”이라고 답했다.
고 의원은 “대통령에만 해당하는 거냐”며 범위를 다시 물었고 한 장관은 “당연히 대통령에만 해당된다”고 했다. 고 의원은 “대통령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에 대해 이견이 있다”고 했다.
이에 한 장관은 “저 법에 해석의 여지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며 “헌법에서 말하는 대통령 불소추특권은 대통령 본인을 말하는 게 명확하다”고 말했다.
관련 영상 댓글에는 ‘영부인도 대통령과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이란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질문의 정확한 의도는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 “검사는 수사로 말한댔죠?”에 “제가 안했습니다”
고 의원은 한 장관에게 “검사는 수사로 말한다는 말씀 하셨죠?”라고 물었다. 한 장관은 “제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습니다”라고 했다.
재차 고 의원은 “그 말에 동의 하느냐”고 물었지만, 한 장관은 “검사는 그냥 법에 따라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질문의 강조와 달리 “아주 간단한 질문이었음에도 답을 잘 못하시네요”라며 다소 엉뚱한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고 의원 “어떻게 이렇게 공감력 없느냐”
고 의원은 채널A 사건 수사 중 발생한 독직폭행 사건 등을 거론했다. 채널A 사건을 ‘검언유착 사건’이라 말하며 당시 한 장관의 심경을 여러차례 물었다.
‘당시 심경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심경이요? 글쎄 뭐…”, ‘힘들진 않으셨느냐’는 질문엔 “개인문제라서요”라고 답했다.
고 의원의 질문이 거듭되자 한 장관은 “개인 감상을 물어보시면 개인감상까지 말씀드릴 일은 아닐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장관님은 사람이지 않습니까. 심경을 물었는데 거기에 답을 못하시고… (중략)… 장관으로서는 부처에 있는 여러 공무원과 국민들 마음까지 읽어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요”라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법과 함께 살아온 분이라 굉장히 드라이(무미건조)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한 부처의 장관으로서 어떻게 이렇게 공감력이 없느냐”고 따졌다. 댓글 등에선 "질문이 연목구어성"이란 비판을 받았다.
한 장관은 “많이 노력하겠다”고 끝냈다.
고 의원은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씨 간첩조작사건을 담당했던 이시원 검사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된 것을 두고 "징계를 받은 검사가 승승장구하는 것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장관은 “그분은 나가서 정무직(공무원)으로 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독직폭행까지 당한 사람이다. 저를 독직폭행한 검사가 승진했다. 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고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한 장관에 질의해봐야 손해만 본다는 '스스로 질문 패싱' 분위기가 일었는데 7명 민주당 의원 중 혼자 작심한듯 나섰다. 하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질의 내용들이 자신도 정확히 모르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9일 한 장관 청문회 때 김남국 의원이 한 시간 자면서 질문을 준비했다고 했지만 ‘이 모’ 교수를 엄마의 자매를 일컫는 이모(姨母)로 엉뚱하게 해석해 ‘후보자의 딸이 이모와 함께 논문을 쓴 게 아니냐’며 다그쳤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도 한**(한국3M)을 법인이라고 옆에 적시했는데도 한 장관의 자녀라며 윽박성 질의를 했다가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한의 취임식 영상이 놀랍게도 130만뷰를 돌파했더라. 한동훈 효과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제가 민주당에게 예전에 그 얘기했다. ‘계속 억지부려봐야 한동훈 당시 후보자 체급만 키워주시는 거니까 그러지 마셔라’라고 했는데 그 현상이 이미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오히려 고 의원의 공감능력을 지적하는 내용이 많았다.
“개그 프로그램보다 더 웃기다” “법 이야기를 하는데 공감능력이나 감정 타령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법은 감정으로 하는게 아니다 냉정하고 공정하게 해야하는거다” “논리적인 이성과 생떼 감성의 대결로 보인다” "격한 감정을 가진자에게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보여줬네" “고 의원이 말하는 공감능력은 ‘답정너’를 말하는 건가?" “우문현답은 이런 경우를 말하는 거구나” “청문회에 이어 이번엔 고 의원이 또 한 장관을 스타로 만들어줬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고 의원 인스타그램 등에도 보수 성향 네티즌들이 몰려가 ‘고맙습니다’ 등의 조롱 댓글을 달았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고 의원 재선은 어렵겠다” “가만히 있는 게 나았다”는 등의 탄식이 나왔다.
기자의 한 지인이 한 말이다.
"지난 5년 간 헌법 제1조만 달달 외우고 있었으니, 다른 법률 외울 시간이 있었겠나. 그러다가 사고 수준이 단 한줄 헌법 1조에 다 갖혀버린 거지"
이들 민주당 의원들이 자주 외우는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