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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유레카!] 여름밤 불청객 '모기', 알아야 덜 괴롭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7.15 18:40 | 최종 수정 2022.08.07 15:27 의견 0

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소소해 지나치는 궁금한 것들을 찾아 이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유레카(eureka)는 '알았다!'라는 뜻입니다.

불청객, 모기가 여름 밤을 괴롭히는 때다. 아파트 생활로 실내에 사시사철 모기가 나타나지만 한여름 모기와의 전쟁은 훨씬 더하다. 더불어 여름밤 마당에 피운 쑥 모깃불의 매캐한 냄새도 그리운 계절이다.

모기를 좀 무섭게 표현하면 흡혈귀다. 피를 빨아 먹는 귀신과도 같은 존재로, 무조건 '공공의 적'이다. 사람의 원성을 사는 '기피 곤충'이기 때문이다.

파라다이스호텔 블로그 캡처

모기를 알아보자.

모기는 파리목 모기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지구상에 약 2500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는 9속 47종이 사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모기는 사람은 물론 소와 돼지, 닭, 오리 등 동물들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피를 빨아 먹는다. 하지만 사람에게서 빨아먹는 피는 먹는 피의 5%에 지나지 않는 미미한 양이라고 한다.

사람보다 소, 돼지가 더 인기 있는 이유는 모기가 후각으로 피의 냄새를 맡는데, 소나 돼지가 사람보다 더 더러워 좋은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모기에 물릴 확률은 일반인보다 땀을 많이 흘리고 잘 씻지 않는 사람과 호흡량이 많아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임산부에게서 더 높다. 사람들은 "왜 모기가 나만 무냐'고 하지만 이유가 있다.

모깃불이 핀 모습

여기에서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피를 빨아먹는 '나쁜 모기'는 암모기다.

암모기나 숫모기는 평소 피를 빨아먹지 않고 식물과 과일의 즙, 이슬을 먹으면서 산다. 하지만 뱃속에 알을 품었을 때는 표변한다. 알이 자라는데 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암모기는 보통 6개월을 사는데 그동안 50∼60차례 피 사냥에 나선다고 한다.

숫모기는 평생을 피를 먹지 않고 식물즙이나 과일즙, 이슬 등을 먹으면서 고품격으로 사는 '착한 모기'다.

모기 퇴치 역사도 간단히 살펴보자.

시골에서 자란 중년 이후의 분은 어렸을 때 저녁상을 물리고서 일찌감치 부채를 들고 마당 한가운데 모깃불을 피우던 광경이 눈에 생생할 것이다. 모깃불을 피우면 모기가 연기를 따라 간다는 속설 때문이다. 경상도에선 이를 '모캐'나 '모캣불'이라고 한다.

주로 5~6월 보리타작 후 쌓아두었던 보릿대, 벼와 보리 껍질인 왕겨를 태웠다. 모깃불을 피울 땐 길가에 나있는 쑥대를 베와 보릿대 위에 올려서 피우기도 했는데 매캐한 연기 냄새를 더 독하게 하려는 뜻이다. 길가에서 주워온 소똥을 넣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의 캠프 파이어와는 사뭇 다른 광경이다.

이후엔 '에프킬라'라는 모기 퇴치향 살충 제품과 모기향이 나왔다. 여름밤이 조금은 편해졌지만 이들 화학제품이 벌레나 곤충의 살상용이어서 사람 몸에도 좋을 리 없다. 10여년 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섬유화로 1700여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행해 요즘엔 살충 제품 사용을 꺼린다.

이런 분위기에 유해 성분을 대폭 줄인 모기 살충제를 팬(FAN) 기능으로 보다 빠르게 퍼뜨려 모기를 보다 빨리 차단하는 제품들은 나와있다.

한화생명 블로그 캡처

이처럼 모기를 죽이는 방법은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수월해졌다. 또한 집집마다 '모기장 추억'을 되새기듯 요즘에도 각종 방충망을 쳐놓고 여름을 난다.

하지만 모기가 전혀 예상하지 않은 집안 개수대나 화장실 하수구, 베란다 물 내림통을 통해 스멀스멀 기어들어와 몸의 살갗을 찌른다. 왜 수놈이 아니라 암놈만 들이닥치는지는 모르지만 모기의 공격을 더 집요해졌다.

■ 모깃불(모캣불) 관련 시 두수를 소개한다. 모기와의 전쟁은 한여름 밤의 고역이기도 추억이기도 하다.


홍해리 시인의 '모깃불을 피우며'(1996년) 시다.

길가 잘 자란 다북쑥을 잘라 모았다
보릿집 불을 피워 쑥으로 덮으면
하늘 가득 별들이 쏟아져 내리고
앵앵대며 무차별 폭격을 하던
저 무정한 모기 떼가 눈물을 찍는
한여름밤 모깃불 향기로워라
오늘은 허위허위 고개 넘고 물 건너
강원도 홍천 고을 산마을에 와서
매캐한 쑥 타는 냄새에 다시 어려
옥수숫대 넘겨다보는 고향을 가네

나호열 시인의 '모기향을 피우며'(1989년)다. 모기향으로 박멸하는 풍경을 묘사한다.

음험한 공기가 방 안에 퍼진다
낮은 목소리의 모의가 무차별하게
짜증나는 여름밤의 배후를 친다
피리소리처럼 가늘게
마약처럼 습관적으로
발견되는 인간성
향기로운 모기향은
파리, 모기, 나방들을 한꺼번에
죽이고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처럼 방 안에는
편안한 잠이 보장된다
유유히 쓰레기를 치우는 손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모기향을 피우는
이 손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살의를 실행하는
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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