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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람도 헷갈리는 갱상도 말] 모캐와 모캣불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6.04 11:16 | 최종 수정 2022.06.04 23:14 의견 0

기자가 아직도 어원(말의 태생)을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 단어 중의 하나가 '모캐(모캣불)'입니다. 모기를 쫓는 불, 즉 '모깃불'을 일컫는데요.

어릴 때 무더운 여름날 밤 촌에서 모기를 쫒기 위해 수북히 쌓은 왕겨나 짚에다 갓 베어온 쑥 등을 넣은 뒤 불을 사위어가면서 연기를 피우곤 했었지요. 진주 지방에선 누구나 이를 '모캣불'이라고 했습니다. 말로만 전해 오는 '구비(口碑)언어'과입니다.

구비란 입 구(口)에 비석 비(碑)자인데 비석에 새긴 것처럼 주로 백성(서민)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는 말인데, 어원을 쉽게 알지 못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모깃불


여름 밤 불청객인 모기를 쫓는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모캐'가 심적으론 모기를 쫓는다는 안도의 생각을 갖기엔 충분했습니다. 손에 부채를 하나씩 들고 평상에 앉아 찐 강냉이(옥수수)를 먹던 시절 이야기이지요. 갈 수만 있다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 그 시절입니다.

'모캐'는 '모캣불'로도 불렸지요. 이를 보면 '모깃불'이 모캣불로 변하고, 이어 모캐는 모캣불을 줄어쓴 듯도 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연기 때문에 콜콜콜록하니 그럴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조금 어렵게 들어서 보겠습니다. 진주를 비롯한 경상도 지방에선 모기를 사투리로 '모구'라고 했습니다. 촘촘히 얽은 모기장을 모구장이라고 했고요.

이는 그 옛날 말인 '모긔+홰'가 모괴→모구가 되고, 또다른 한쪽으론 '모긔+홰'가 목홰로 된 뒤 모캐로 바뀌었다는 어원 연구와 통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부산여대 김영신 국어교육학과 교수와 동국대 국어교육과 김승호 교수의 학술적인 주장입니다.

경상도 지방에선 모깃불을 ▲모갯불 ▲모굿불 ▲모깻불 ▲모캇불 ▲모개~잇불 ▲머개~잇불 ▲모캐 ▲모태불 등으로도 불립니다.

위의 언급처럼 모깃불을 연기를 마시면 목이 칼칼해져 '목해' '모캐'라고 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어려워졌다. 머리를 살짝 식혀보시지요. 사례입니다.

'엣날에는 모구약이 엄서서 모캣불로 낳아 갖고 모구로 쫓갔다 아이가'(옛날에는 모기약이 없어서 모깃불을 놓아서 모기를 쫓았잖겠니). '여름 밤에 모캣불 안 피아모 모구한테 업히 간다'(여름 밤에 모깃불 안 피우면 모기한테 업혀 간다).

참고로 모캐를 찾다가 발음이 비슷한 '목해'를 보았는데, 이 낱말은 목화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중장년들의 부모님 세대가 자주 썼던 말입니다.

참고로 '모캐'라는 단어는 '대구과의 민물고기'라는 뜻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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