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천억 피해, 16년 난제 뿌리 뽑겠다"…보이스피싱 정부합수단 출범
검거 숫자는?제자리…서울동부지검에 합수단 설치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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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3 12:18 | 최종 수정 2022.06.2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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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8천억원에 육박하는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해 정부 합동수사단이 전격 출범한다.
대검찰청은 23일 "경찰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을 만들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리)는 이날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이 적발 되고, 문서위조·악성프로그램 유포 등 범행 수법도 전문화·지능화되고 있다"며 "피해자가 재산상 피해를 넘어 생명을 포기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합수단은 사이버범죄 수사에 집중하는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되며, 1년 동안 수사한 뒤 추후 운영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 첫 사례는 지난 2006년이다. 이후 수법이 교묘해지면서 피해액은 2017년 2470억원에서 지난해 7744억원으로 3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검거 숫자는 2017년 2만 5천여명에서 2019년 4만 8천여명으로 늘었지만 2020년 3만 9천여명, 지난해 2만6천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수사 역량 부족이 큰 이유다.
합수단은 검찰과 경찰수사팀, 금감원·국세청·관세청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금융수사협력팀 등을 운용할 계획이다. 검찰에서는 고검 검사급(차장·부장검사) 1∼2명과 평검사 5∼6명, 수사관 등 20명가량이 투입되며, 합수단장은 조만간 단행될 고검 검사급 인사에서 결정된다.
대검 관계자는 "인사를 앞두고 다양한 수사 역량을 갖춘 분을 상당히 근접해서 물색해놨다. 경찰 측도 지원과 참여에 적극 동의했ㄱ로, 실무협의를 바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사건 초기부터 경찰수사팀과 합동수사를 해 압수수색이나 체포·구속영장을 신속히 처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수사 개시 범위의 범죄는 직접수사를 하고, 송치된 사건의 기소와 재판, 국제공조수사 요청도 맡는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과 대포통장·대포폰 유통조직 수사, 범죄수익 환수, 해외 보이스피싱 사범 강제송환을 담당한다.
금감원과 방통위는 범행에 쓰인 계좌와 통신기기의 사용 중지 등 조치와 피해회복, 통신사 행정처분을 맡는다.
관세청·국세청은 자금 추적과 피해금 해외반출사범 수사, 조세포탈 조사, 범죄수익 환수 지원을 한다.
지난해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은 피해액 5억원 이상의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으며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경우 '직접 관련성'이 있는 사건만 수사가 가능하다.
그동안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를 가로막은 이유는 피해 사례의 절대다수인 경찰 송치 사건의 경우 송치 피의자의 여죄와 공범은 수사가 가능하지만 그 공범이 저지른 여죄는 수사할 수 없었다. 따라서 단순 수거책을 아무리 잡아도 총책의 범죄는 직접 관련성이 없는 '공범의 여죄'이므로 근절이 힘들다.
이 때문에 검경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검찰은 "가장 말단에 있는 현금 수거책과 대포통장 제공자부터 콜센터 직원, 최상위 총책까지 철저히 수사해 사기뿐만 아니라 범죄단체 조직·활동죄도 적극 적용해 중형 선고를 끌어내겠다"며 "총책은 최고 무기징역을, 단순 가담자도 책임에 상응하는 중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 필리핀 등 보이스피싱 조직 해외 거점 국가 수사당국과 공조를 강화해 해외에 체류 중인 총책과 간부의 합동수사와 수배자 검거, 강제송환, 해외 범죄수익 환수·박탈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검은 보이스피싱 단속과 함께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