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경남 김해 '세계 최대 규모급 고인돌 유적지' 훼손···포클레인 등 중장비 동원 의혹

지석묘 무게 350t , 2천년 전 가야 태동 연결고리
김해시 정비하다 묘역 대부분 갈아엎어
문화재위원 사적 지정 조사하러 왔다 뒤늦게 발견

정창현 기자 승인 2022.08.06 00:18 의견 0

세계 최대 규모급 고인돌로 확인된 경남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고인돌·경남도 기념물 제280호)가 김해시의 정비·복원 과정에서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7년 도시개발사업 당시 발견된 경남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 김해시 제공

최근 김해시가 진행 중인 구산동 지석묘 정비 공사를 벌이던 업체가 지석묘역을 훼손했다는 신고가 문화재청에 접수됐다.

지난달 28일 구산동 지석묘의 사적 지정을 위한 예비조사차 현장을 찾은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이 시찰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신고한 것이다.

지난해 8월 구산동 지석묘 정비사업 완료 항공사진. 김해시 제공

문화재청은 5일 오후 문화재청 관계자와 매장·사적 분과 문화재 위원들을 현장에 급파해 훼손 사태와 관련해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대책을 논의 중이다.

문화재청은 돌을 걷어내면서 파괴된 묘역 지하의 집자리 등 잔존 유적을 확인하는 응급 발굴조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산동 지석묘는 지난 2007년 구산동 아파트 신축 터에서 발견된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이다.

고인돌의 가장 큰 특징인 덮개돌 상석의 크기는 역대 최대 규모급이고 무게만 350t이 넘어 이를 들어 올릴 크레인을 찾지 못해 내부 조사를 못했을 정도였다. 묘역 크기도 너비가 19m, 잔존 길이가 86m에 달해 면적 단위로 1652㎡(5백여평)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다.

발굴 당시 지금의 자리에 보존 조치하는 것으로 결정돼 지하 5m 아래로 묻혀 있었다.

하지만 김해시는 2018년부터 지하 지석묘를 노출시키고 원형을 복원해 많은 사람에게 그 가치를 알리고 역사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유적공원을 조성하기로 하고 국가 사적지 지정을 추진 중이다.

구산동 지석묘 정비사업은 2020년 12월부터 시작돼 지난해 8월 완료됐으며 매장 주체부에서 목관 1기와 함께 옹형토기 1점, 두형토기 1점이 출토됐다.

고고학계에서는 목관묘와 함께 출토된 이들 유물에 비춰 제작 시기는 기원전 2~1세기로 추정해 2천년 전 가야의 태동과 연결되는 중요한 고고학적 자료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 유전 지역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하지만 유적지의 형상을 변경 하려면 별도의 문화재 보존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번 정비공사 과정에서 김해시는 보존대책 수립을 하지 않았고, 문화재청과 협의가 전혀 없었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박석, 문화층 훼손 때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동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김해시는 구산동 지석묘가 경남도기념물이어서 경남도로부터 2020년 6월 문화재 형상 변경 허가를 받아 공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당 지석묘가 경남도 지정문화재인 만큼 공사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점은 없었는지 지자체 차원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지석묘 아래 유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추가 조치나 향후 발굴 작업에도 김해시와 협의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더경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