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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물난리] "홍해를 건너듯 퇴근···바지 대신 치마 챙겼어요"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8.10 11:47 | 최종 수정 2022.08.14 19:45 의견 0

"(8일) '홍해'를 건너듯 강심장으로 퇴근을 했습니다" "속옷이 흠뻑 젖어 (9일엔) 오랜만에 치마를 챙겨 입고 출근했어요"

지난 8일 저녁 퇴근 무렵에 수도권 일대에 쏟아진 역대급 물폭탄은 안타까운 사연의 피해들을 냈지만 이색 퇴근대란 풍경도 다양하게 낳았다. 기자의 서울 지인들은 톡으로 지난 8일의 퇴근과 9일의 출근 풍경을 속속 알렸다.

퇴근길 귀가를 포기하고 인근 숙박시설에서 자거나 사무실에서 밤을 보냈다. 출·퇴근길에 옷과 신발이 젖을 것을 우려해 슬리퍼나 샌들로 무장한 ‘맨발족’들이 많았다고 한다. 대로에서 물이 허리까지 찬 경험을 한 터라 이 방편이 가장 좋았다.

지난 8일 밤 한 숙박예약 사이트의 서울 강남 일대 예약 마감 안내 문구.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 성동구 신당동에서 홍보대행업을 하는 40대 유 모(여) 대표는 "서울 한복판에서 홍해를 건너는 기분으로 퇴근하긴 처음"이라며 "참 별일을 다 겪어본다"고 말했다.

언론사에 재직 중인 한 여성은 "광화문에서 퇴근해 마포 집에 왔더니 속옷이 흠뻑 젖어 아주 불쾌했다"며 "9일에는 자주 입던 바지 대신 치마를 챙겨 입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사무실이나 직장 근처의 숙박시설에서 잔 직장인도 적지 않았다.

폭우 피해가 집중된 8일 강남 일대 숙박업소에는 대부분 예약이 마감됐다. 퇴근하기 위해 나가 봐야 차를 잡기 힘들고, 급류에 휩쓸릴 위험도 켰기 때문이다. 숙박시설을 찾지 못한 직장인들은 사무실로 돌아가 간이침대와 침낭에서 잔 뒤 다음날 사우나에서 몸을 씻고 출근했다.

강남 지역의 웹툰 업체에서 일하는 20대 작가 정 모 씨는 "서울 강남에서 이런 물난리를 겪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젖은 옷에 날씨마저 후텁지근해 하루 종일 불쾌지수가 지속되면서 언짢았다"고 전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일 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1시간 동안 141.5㎜가 내렸다 이는 비공식이지만 서울 지역의 1시간 강수량 역대 최고다.

8일 하루 동안 신대방동에 내린 강수량도 381.5mm로 1907년 우리나라 기상 관측 이후 115년만에 가장 많은 양으로 기록됐다.

또한 9일 오후 9시 기준 이틀간 누적 강수량은 서울 496.5㎜를 비롯해 경기 양평 450.9㎜, 경기 여주 439.5㎜, 인천 부평 338.5.5㎜, 경기 의정부 315.5㎜를 기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9일 오후 9시 기준 사망 11명(서울 5명, 경기 4명, 강원 2명), 실종 6명(서울 4명, 경기 2명) 등 17명이며 부상은 9명(경기)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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