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관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잠수함 건조 계약이 발효되기 전, 성급한 판단으로 약 800억원 상당의 잠수함 핵심 설비를 선발주 했으나 현재 사실상 계약 파기 상황에 놓여 처치가 곤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강민국 의원실(경남 진주시을)이 산업은행에 요청해 받은 '대우조선해양의 인도네시아 잠수함 추진 전동기 구매 관련 진행 경과 및 현재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9년 4월 인도네시아 정부와 2차 잠수함 3척 건조 계약 3개월 만인 7월 26일 독일 지멘스(Siemens)와 추진 전동기 3세트를 구매하는 계약을 했다.
계약가는 5850만 유로(6월 기준 약 789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이 사업이 건조 계약만 한 채 3년 4개월이 지나 현재까지 계약금도 입금되지 않은 계약 미발효 상태라는 것이다. 사실상 계약 파기 수준으로 선발주 된 약 800억원짜리 잠수함 핵심 설비인 추진 전동기는 고철 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발주 계약 한달만인 그해 8월 26일 지멘스에 만에 계약금의 10%인 선급금 600만 유로를 지급 했고, 올해 8월 현재 독일 정부의 수출 승인과 공장도수락검사(FAT·현지 제작 및 시험)가 진행 중이고 오는 10월 인수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발주 결정 사유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의 계약 발효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판단했고, 독점 공급하는 핵심 기자재에 대한 납기 리스크 해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법인(삼일회계)은 지난해 12월 잠수함 계약 발효의 불확실성, 추진 전동기 계약 의무 이행 부담을 지적했고, 지난해말 결산 시 관련 리스크, 즉 기지급금을 제외한 5250만 유로 전액을 '우발손실충당금'에 반영해놓았다.
추진 전동기의 처리가 지연 될 경우 관련 비용도 손실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10월 잔금 5250만 유로 지급 후 잠수함 추진 전동기 3세트를 인수하면 이를 보관할 창고 건립비와 유지관리비가 추가로 들어간다.
대우조선해양은 손실 최소화 방안으로 인도네시아와의 계약 발효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한다. 이 사업 계약 자체는 유효하며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의 결정이 사업 진행의 핵심이기에 정부 및 해군 등의 경로를 통해 계약이 발효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내부 정치 문제가 언제 결정될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현재까지 명확한 협상 채널 역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희망 고문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차선책으로 사업 무산을 대비해 필리핀 잠수함으로 전용하고 한국 해군에 판매를 고려하고 있다.
내년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필리핀 잠수함 건조 사업에서 수주 성공 시 선발주 한 잠수함 추진 전동기를 전용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필리핀 잠수함 사업에는 프랑스와 한국 2파전이기에 수주 가능성은 반반이며, 수주에 성공해도 인도네시아 계약 잠수함과 동일한 기종, 기술 사양, 실제 적용 여부 등등 추가로 검토할 것 역시 많다.
한국 해군에 판매할 경우 결국 국가 예산을 이용해 대우조선해양의 손실을 처리한다는 비판과 함께 선발주 한 추진 전동기에 맞는 교체 잠수함이 생길 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강민국 의원은 “계약금 입금 후 발주가 원칙임에도 계약 발효 불확실성을 무시한 채 약 800억원 상당의 잠수함 추진 전동기를 선발주 했음에도 불구, 대우조선해양과 경영관리단을 상주시켜 주요 결정들을 보고 받는 산업은행 인사 중 그 누구도 징계 받은 인사가 없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특히 2019년 인도네시아 2차 잠수함 계약을 주도하고 최종 승인 결제한 박두선 특수선사업본부장은 800억원이라는 거액의 경영상 실책에도 불구하고, 징계는커녕 오히려 대선을 목전에 둔 지난 3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낙하산 인사로 대우조선해양 사장에 선임되기까지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 의원은 이어 “선발주 과정에서 최고책임자는 징계 하나 받지 않고 사장에 승진해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와 나아가 감사원 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혹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