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해 7월 말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해 출시하지 못한 비운의 ‘롤러블폰’(화면이 돌돌 말리는 폰)이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에 등장해 화제다.
LG전자는 지난해 사업 철수를 앞두고 롤러블폰을 시제품으로 생산해 롤러블폰 개발에 기여한 내·외부 인사들에게 선물로 줬다. 업계에서는 300대 정도로 예상했었다.
최근 중고나라 사이트에 500만원에 판다며 액정 비닐이 그대로 붙어 있는 롤러블폰과 부속품, 설명서 등을 촬영해 올렸다. 롤러블폰 후면에는 3개의 카메라 모듈이 있었고, 폰케이스에는 LG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한 네티즌은 "당시 폴드1이 250만원에 나온 것을 생각하면 저것도 300만원대에 나왔을 것 같다"며 판대 예상 가격대를 제시했다.
눈길을 끄는 건 LG전자가 보낸 편지 내용이었다.
이 편지에는 “세계 최초의 롤러블폰을 드리며. 이 폰은 혁신을 통한 창조,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LG의 기술 역량을 집중해 상상을 현실로 만든 세계 최초의 롤러블폰이자, LG스마트폰의 마지막 작품입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LG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신 귀한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연구원들이 1000여개의 부품을 일일이 조립하고, 한정된 수량만 생산해 이 폰을 드립니다. 롤러블폰을 개발한 도전 정신과 혁신 역량은 LG의 전 사업 부문으로 이어져 고객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애정과 관심으로 LG와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편지 내용을 보면 판매자의 롤러블폰은 LG전자가 한정 수량으로 제작해 무료로 제공한 비매품으로 짐작된다.
지난 12일에는 IT유튜버 '체크아웃 테크'에서 롤러블폰의 실물 영상이 담긴 25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롤러블폰의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옆으로 펴졌고 버튼을 다시 누르자 원상태로 돌아갔다. 기기 후면은 중고나라에 올라온 롤러블폰과 동일했다.
롤러블폰은 디스플레이가 임금께 올리던 상소문처럼 말렸다고 펴진다고 해서 ‘상소문폰’이라 불렸다.
화면을 펼치기 전에는 6.8인치 크기에 1080x2428의 화면 비율을 갖췄고, 펼치면 7.4인치 크기에 1600x2428의 화면비율로 확장된다. 롤러블폰을 펼치면 앱 화면도 동시에 늘어난다.
공개 직전 알려진 롤러블폰은 새로운 폼펙터(Form Factor‧제품 외관) 경쟁을 예고했던 LG전자의 기대작이었다.
지난해 1월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으로 열린 미국 '소비가전쇼(CES) 2021'에서 5초 남짓 영상으로 시제품이 공개됐고 같은 4월 전파인증을 획득하며 국내 출시를 예고했었다.
당시 업계와 외신들은 폼팩터로는 차세대 스마트폰의 또 다른 대표주자로 꼽히는 폴더블폰보다 롤러블 폰이 더 혁신적이라는 평을 내놨다.
화면을 접었다 펴는 형태의 폴더블폰은 구조상 두 화면이 접히는 부분에 주름이 생기지만 롤러블폰은 화면을 돌돌 말았다 펴는 방식이어서 주름이 잡히지 않는다.
이 롤러블폰은 '세계 최초' 출시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었지만 3개월 뒤인 7월 말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철수해 출시조차 하지 못한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중고나라에 올라온 롤러블폰을 본 네티즌들은 “이거 진짜 갖고 싶었는데”, “창의적이긴 하다”, “소장 가치 있다”, “편지가 왜 이렇게 슬프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현재 중고나라에서 올렸던 판매 글은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