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태풍 힌남노 특보] 부산 해운대 마천루들 '빌딩풍'에 바짝 긴장

엘시티·마린시티 주변 긴장
빌딩간 돌풍 예상…"유리창 고정해야"
"해안가 빌딩 주변 통행 피해야"

정창현 기자 승인 2022.09.05 17:09 | 최종 수정 2022.09.05 17:23 의견 0

"태풍 '루사'나 '매미' 때는 초고층이 없었다. 어떤 피해가 생길지 예상 못하겠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부산 상륙이 확실시 되면서 엘시티와 마린시티 등 부산 해안가의 초고층 아파트 주민들이 신종 재난인 '빌딩풍 피해' 우려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산은 전국에서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2020년 여름 마린시티 태풍 피해 모습. 빌딩풍과 월파 피해가 겹쳤다. YTN 뉴스 유튜버 캡처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6일 오전 9시 중심기압 940hPa, 최대풍속 초속 43m로 부산에 접근한다.

지난 2020년 태풍 '마이삭'이 올 때 해운대 앞바다의 바람은 초속 23.4m이었지만 초고층 마린시티에서는 초속 36m, 엘시티에서는 초속 47.6m으로 기록됐다. 빌딩풍이 발생하는 곳이 무려 두배나 세다

기상청 태풍 세기 기준으로 23.4m란 '약'(초속 17~24m) 수준으로 '간판이 떨어지는 정도'지만 47.6m는 '매우 강'(44~53m으로 사람과 바위가 날아갈 정도가 매우 센 바람이다.

태풍으로 인한 '빌딩풍' 피해가 우려되는 해운대 마린시티 아파트 전경. Pixabay

해운대해수욕장 근처 엘시티 전경

빌딩풍은 지난 2020년 힌남노보다 세력이 약한 '마이삭'(8월)과 '하이선'(9월) 때 마린시티 고층아파트 유리창이 깨지고 파편이 수십m 주변으로 날아가는 등의 피해를 남겼다.

빌딩풍은 좁은 고층 빌딩 사이에 일어나는 풍해(風害)다. 입으로 바람을 불었을 때보다 빨대로 불었을 때 속도가 더 강해지는 원리와 같다. 지상 150m 이상에서는 바람이 일정 방향으로 불지만 아래쪽의 바람은 빌딩 주위에서 소용돌이를 치고 급강하 하거나 풍속이 두배 이상으로 빨라지거나 무풍(無風) 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간판이나 지붕이 날려가거나 전선이 끊어진다. 또 연기나 배기가스가 소용돌이 현상으로 지상으로 내려와 국지적 대기오염이 발생한다.

엘시티 주변 주민들은 "지난 큰 태풍 때는 엘시티가 없어 이번 태풍이 어떤 피해를 줄지 감을 잡을 수 없어 큰 걱정"이라며 "창문, 창틀을 고정하고 외출을 하지 않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역대급인 힌남노의 바람 세기에 빌딩풍까지 더해지면 예상하기 힘들 만큼 피해가 클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해안가 저층에 사는 시민들은 파도가 넘어오는 '월파 현상' 걱정도 태산이다. 특히 해운대구 마린시티, 청사포와 미포의 저층 상가 상인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린시티 상가들은 며칠 전부터 모래주머니를 입구에 쌓으며 월파에 대비하고 있다.

해운대구는 월파 우려 지역의 주민과 업주를 대상으로 대피를 권고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6일 새벽 태풍이 부산을 지날 때까지 해안가나 고층빌딩 주변을 통행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빌딩풍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권순철 교수는 “힌남노로 발생할 빌딩풍은 지난 태풍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위력이 강할 것”이라며 “부산이 강풍의 영향을 받는 태풍 경로의 오른쪽에 위치해 있어 초고층 건물의 빌딩풍 피해가 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연구 용역에서 엘시티 앞 풍속이 초속 40m일 때 건물 뒤 특정 지점에서는 빌딩풍 영향으로 초속 60m까지 증가했다.

권 교수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대비책은 창문을 꼭 닫고, 이격거리 없이 창틀을 완벽하게 고정하는 것”이라며 “빌딩풍은 바닥의 돌멩이도 솟구쳐 올리게 할 수 있는 만큼 아파트 단지의 자갈이나 조경석, 간판과 흔들리는 물건들을 미리 치워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더경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