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때의 ‘통계 조작 의혹’을 감사 중입니다.
17일 감사원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8년 8월 교체된 황수경·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불러 '통계 조작 의혹'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서해 공무원 납북 피살사건 파장에 이어 사실로 확인되면 파장이 제법 클 전망입니다. 모든 정책은 정부의 통계 수치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실행되기에 통계 조작은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서해 공무원 납북 피살 사건은 청와대와 국정원에서 월북으로 몰아간 관련 서버 파일을 지웠다는 의혹으로, 현재 서훈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이 구속돼 있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그제(15일)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이번 통계 조작 의혹 감사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두 청장이 바뀔 시점에서 느닷없이 통계 기준이 바뀌었다는 것이 관전 포인트입니다. 당시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효과 유무를 두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논쟁이 치열할 때입니다.
기자도 그 당시의 상황을 제법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의 생리이자 숙명인 메모도 꼼꼼히 해둬 자료화 시켜 놓았지요. 오늘은 기억만을 되새겨 살펴봅니다.
당시 '소주성' 통계 조작 의혹은 통계청장 교체 몇 개월 전부터 나왔습니다.
통계청은 지난 2018년 5월 24일 그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에서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전년인 2017년에 최저임금을 무려 16.4% 올렸습니다. 그런데 1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에서 1분위(하위 20%)의 소득이 역대 최대폭(8%)으로 하락해 가진 자와 못 가진자의 격차가 더 벌어져 ‘소주성 허구론’에 불이 붙었었지요.
최저임금 인상, 이른바 '소주성'을 필사적으로 밀어붙이던 문재인 정권으로선 무척 곤욕스러웠지요. '소주성'은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당시 정부는 최저임금을 해마다 많이 올렸습니다.
하지만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거꾸로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식당 등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크게 입었고, 급기야 빈부 격차도 더 벌어졌다는 자료가 나오자 정부로서는 타개책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정부는 기존의 조사 틀을 바꾸기로 했다지요.
곧이어 강신욱 통계청장으로 바뀌었습니다.
강 청장은 직전에 국무총리실 국책연구기관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이었습니다.
당시 언론에서 나온 내용을 보면,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통계청에 '비공개 소득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통계청·관세청·조달청 국정감사에서 "청와대가 지난해 통계청의 소득 통계 자료를 불법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의 설명은 홍 경제수석이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당일 통계청 담당 직원을 청와대로 불렀다고 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당시 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으로 있던 강 청장도 함께 있었다고 하네요.
추 의원은 “홍 경제수석이 통계청 직원에게 ‘심층 분석을 해야 하니 강신욱 실장에게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내주라’고 했고, 통계청은 다음날 이 자료를 강 실장에게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추 의원은 이후 "강 실장이 '소득분배 악화의 주된 원인은 통계에 새로운 표본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했고 청와대가 이를 근거로 소주성 정책은 문제없다고 홍보했다"고 폭로했지요.
물론 통계 기준을 바꾸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강 전 청장이 임명된 직후였습니다.
기자에게 가장 먼저 와닿은 게 "저러면 안 되는데. 큰일났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큰 문제는 내부 등에서의 공론화 절차가 없다는 것이었지요. 무엇보다 가계소득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자료를 발표한 상황에서 통계 기준을 바꾼 것은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남미 등 세계 포퓰리즘 좌파 정권들이 '데이터 조작'으로 경제 상황을 왜곡을 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덧붙이자면, 통계청장 교체 3개월 전인 2018년 5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밝혔습니다.
내막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전인수식 조사로 한 말이 아니었나 생각되는 대목입니다. 감사원은 이렇게 나온 이유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지요.
감사원은 홍 전 수석이 '최저임금 긍정 효과 90%' 발언 근거라며 공개했던 통계자료를 '통계법' 위반으로 보는 듯합니다. 통계법상 통계를 공표할 때 조사 대상과 방법을 모두 정확히 공개해야 합니다. 누구한테 조사를 했느냐 등이 빠져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소주성'은 사회주의국가에서도 도입한 사례가 거의 없고, 성공한 적도 거의 없는 정책으로 알려져 있지요. 경제 이론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에도 10대 경제 대국인 한국은 경제구조가 수출인 점에서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제도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했던 황 전 청장은 임기를 11개월 가량 남긴 채 물러났었지요. 그는 이임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습니다.
감사원이 주목하는 지점은 두 통계청장의 교체 시점(2018년 8월)입니다.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의 '최저임금 긍정 효과 90%' 발언이 나온 배경에 강 전 청장이 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으로 있을 때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후 홍 전 수석은 비공식 자료 등을 언론에 공개하며 '소주성 효과'를 강변했지요.
강 전 청장은 2018년 8월 통계청장에 임명된 뒤엔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장관님들의 정책에 좋은 통계를 만들어 보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가계동향조사 조사방식을 2020년 1분기부터 ‘소득과 지출 분리’에서 ‘소득과 지출 재통합’으로 바꿨습니다.
강 전 청장은 통계청장 재직 때부터 “문 전 대통령의 90% 발언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감사 결과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