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이없네"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입니다. 젊은층에선 '어이상실'이란 말로 많이 쓰지요.
그런데 '어이없다'의 어원을 살펴보면 다소 의외입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이없다’를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로 풀이하고 있네요. 유의어, 즉 비슷한 말로는 어처구니없다, 놀랍다, 맹랑하다가 있습니다.
따라서 ‘어처구니없다’와 '어이없다'는 같거나 비슷한 뜻으로 사용합니다.
어이없다는 말을 이해하려면 '어이'라는 단어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어이의 본래어는 '어처구니'입니다.
‘어처구니’는 맷돌의 손잡이라는 주장과 궁궐의 추녀 끝에 흙으로 만든 조각물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맷돌의 손잡이란 주장에 띠르면, 어처구니는 맷돌을 쉽게 돌리기 위해 맷돌에 구멍을 내서 꽂은 나무막대 손잡이입니다.
맷돌은 숫맷돌과 암맷돌이 아래 위로 포개져 있고, 손잡이(어처구니)를 잡아 숫맷돌을 돌려 곡식 등을 갈지요. 그런데 손잡이가 없으면 맷돌을 돌릴 수 없습니다.
중년 이상의 분들은 일상에서 자주 보았던 것이고, 젊은 분들은 박물관에서 전시물로 관람하거나 TV 방송에서 노포(老鋪·조상 대대로 내려온 가게)에서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드는 모습으로 보았을 것입니다.
또한 어처구니는 궁궐의 추녀마루 끝자락(처마 위)에 있는 토우(土偶·흙으로 만든 사람과 동물 조각물)를 일컫습니다. 이 조각물은 귀신을 쫓는 역할을 한다네요. ‘잡상(雜像)'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중국의 당태종이 밤마다 꿈에 나타나는 귀신을 쫓기 위해 병사를 자신의 거처 지붕 위에 올린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어처구니없다’는 지붕을 올리는 기와장이가 어처구니를 빠뜨리고 온 것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어처구니는 궁궐을 지을 때만 올리는 것인데 궁궐 밖에서 일반가옥의 지붕을 올리는데만 익숙한 기와장이들이 궁궐 지붕을 올릴 때 어처구니를 빼먹기 쉽고, 궁궐의 권위를 상징하는 어처구니를 빠뜨리면 권위가 실추된다며 ‘어처구니없다’고 했답니다.
일각에서는 엄밀하게 둘의 의미는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어이없다’는 도리가 없다, 방법이 없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어처구니없다’는 가장 중요한 핵심을 빠뜨렸다는 뜻으로 사용해야 맞다는 주장이지요.
앞의 주장은 ‘어이없다’는 19세기 이전까지 ‘어히없다’고 표현했는데 ‘도리가 없다’, ‘방법이 없다’의 뜻이었다고 합니다. 언어학계에선 '어히'에서 ‘ㅎ’이 탈락해 ‘어이없다’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뒤의 주장은 궁궐을 짓는데 어처구니를 빠뜨렸다는 것에서 나온 것이고요.
마지막으로 국립국어원의 견해를 들어봐야하겠네요.
- "어처구니의 어원 정보는 찾을 수 없고 어이도 '어이없다'의 어원 정보만 찾을 수 있다"
- "어이없다는 16세기에 '어히없다'로 나온다. '어히없다'는 일단 '어히'와 '없다'로 분리할 수 있으나 '어히'의 의미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과거에 쓰이던 부사 '어흐로'가 '수단으로', '방법으로' 등의 의미를 보이므로 '어히'를 '어흐로'와 관계된 말로 볼 수 있겠으며, 그렇다면 '어히없다'는 '방법이 없다', '도리가 없다'의 뜻이다”
- "어찌할 도리나 방법이 없으니 기가 막힐 수밖에 없는 상태를 바로 '어히없다'로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데, 주격의 형태인 '어이'가 명사로 굳어진 후에야 '어이'와 '어처구니'가 대등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둘을 동의어로 보고 있으나, 어원적으로 둘이 같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첨언하면 많은 분들이 '어이없다'를 '어의(語義)없다'로 잘못쓰고 있지요. '없다'는 뒷말의 어감을 어의, 즉 말의 뜻으로 여기고 쓰는 것이겠지요.
헷갈릴 때는 맷돌 손잡이를 생각하면 대별이 조금 더 쉬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