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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기자의 읍내 사진관] 기네스북 등재 경남 의령 '큰줄땡기기 행사' 꼼꼼한 탐방(동영상)

정창현 기자 승인 2023.04.22 18:18 | 최종 수정 2023.04.23 01:04 의견 0

경남의 오지로 알려진 의령에서 기네스북에 등재된 이색적이고 이채로운 행사가 어제(21일) 오후 3시에 열렸습니다. '의령큰줄땡기기'란 행사인데, '세계 최대 줄(Largest Rope)'로 공인돼 기네스북에 올라 있습니다.

의령군이 지난 12일 제48회 의령홍의장군축제(20~23일) 개최에 앞서 기자들을 초청해 '큰줄 말기' 등 현장을 소개했었는데, 꽤 흥미로워 어제 다시 서동행정타운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참고로 이 행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줄다리기입니다. 줄이 엄청 크다고 큰줄이라고 붙였고, 땡기기는 '당기기(당기다)'의 경상 사투리입니다.

청룡과 백호를 이끄는 장군 등이 큰줄 위에 올라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행사 전 스케치

큰줄 땡기기 직전 행사 분위기를 돋우기 위한 공연이 흥겹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행사 참가자들도 준비에 여념 없습니다.

큰줄땡기기에 앞서 분위기를 돋우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행사 참여자들과 구경꾼들

경남 도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이 많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행사에는 의령 군민과 관광객 등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 경기 전 양팀 분위기

다음은 큰줄을 중심으로 한 행사 직전 분위기입니다.

학교 운동회와 마을 행사에서 보는 일반 줄다리기로 생각하면 이해가 더 빨리 됩니다.

양 측은 의령군청에서 남산으로 통하는 큰 길을 기준으로 편을 나눕니다. 서북쪽이 물 윗마을인 '백호군'이고 동남쪽이 물 아랫마을인 '청룡군'이 됩니다. 백호는 산에 살아서 물 위의 마을이고, 청룡은 물에 살아서 물의 아랫마을입니다. 예전에는 백호군은 수줄과 비녀목을, 청룡군은 암줄을 맡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큰줄에 연결된 가지줄 모습. 경기가 시작되면 큰줄 땡기는 것이 아니라 큰줄에 연결된 작은 가지줄을 잡아서 당깁니다.

청룡팀 참가자들이 흰 한복을 입고 경기를 기다리고 있네요.

경기 참가 아주머니들도 힘 한번 써 보려고 합니다. 여성들이 참가하면 생리통과 요통이 없어진다는 믿음이 있답니다.

큰줄땡기기 행사장 전체 모습. 청룡과 백호 두 진영으로 나뉘어 줄을 당깁니다.

참가자들이 작은 가지줄을 따라 서있는 모습입니다.

트랙터가 큰줄의 암줄과 수줄을 고정시키는 비녀목을 끌고 옵니다.

비녀목은 암줄과 수줄에 고정 시키는 모습. 선농제와 비슷한 고사를 지내고 있네요.

옛날에는 소를 이용해 이동을 시키고 고정을 했다고 합니다

큰줄에 임시로 고정시켰던 드럼통을 빼고 트랙터를 이용해 비녀목을 끼워넣고 있습니다.

비녀목이 다 끼워진 모습입니다.

오태완 의령군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네요.

청룡팀 참가자들의 모습. 청룡대기 등 깃발들이 전의를 북돋우고 있는 듯합니다.

청룡군과 맞붙을 백호군. 백호대기와 영기 등이 펄럭이고 있네요. 깃발은 원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이제 경기 분위기가 무르익습니다. 승부를 겨루기에 앞서 호령을 하는 양 군의 장군(두령)

대나무에 단 여러 깃발들이 하늘을 가르듯 흔들리고 있다. 힘차게 흔들어야 상대의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

가지줄을 잡고 들어올리는 백호군(서북쪽이 물 윗마을) 모습. 뒤에서 힘 내라고 응원을 하고 있네요.

청룡군(동남쪽이 물 아랫마을)도 가지줄을 들어올리고 있습니다.

■ 시작된 줄다리기

드디어 큰줄을 당기는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네 번 치는 징소리를 신호로 시작됩니다.

운동회 등에서 줄다리기를 해봐서 알지만 "영치기~영차", "의여차 영차", "어이~쌰, 어잇~샤" 하며 힘을 몰아서 당겨야 합니다. 아무리 당겨도 힘이 분산되면 상대 팀에 끌려가게 되지요. 무엇보다도 함께 힘을 모으는 협동심이 요구되는 경기입니다.

청룡군 모습. 여럿이 힘을 합치니 무거운 줄도 어렵지 않게 들어집니다.

경남 지역 대학들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이 단체로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청룡군의 줄 당기기가 시작됐습니다.

백호군의 당기기도 시작됐습니다.

경기가 열기를 더하면서 풍물단의 공연도 흥겨워집니다.

■ 경기는 끝나고

큰줄 당기기 경기가 끝났습니다. 무승부였습니다. 요즘엔 전국의 줄다리기가 대체로 무승부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느 한 쪽이 이기면 상대 쪽에는 한해 동안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는 미신이 있다지요. 무승부를 내는 것은 경기를 즐기면서 주민 화합을 도모하자는 전통놀이 본연의 목적을 중시하는 것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호군이 이기면 가뭄이 들지 않아 사계절 농사가 모두 잘 된다고 하고, 청룡군이 이기면 들에 물이 들지 않아서 보리와 나락(벼)농사가 잘 된다고 믿었습니다.

어찌보면 줄이 너무 커(기네스북 등재)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네요. 실제로 수많은 사람이 힘차게 줄을 당기지만 줄이 워낙 무거워 승부가 잘 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서로 이겼다고 우기기도 한답니다.

큰줄 당기기가 끝났습니다. 양 팀 장군들이 잠시 쉬는 듯합니다.

양쪽의 줄다리기 팀을 이끈 장군들이 힘껏 싸워준 주민들을 격려하고 있네요.

큰줄땡기기 행사가 끝나고, 한 참가자가 꼰 새끼줄을 챙기고 있습니다. 뒷풀이 풍물놀이에 참가자들이 함께 덩실덩실 어깨춤을 춥니다.

큰줄에 사용된 곁줄의 볏짚을 한 줌씩 챙기는 모습. 미신이지만 나이 많은 어르신은 장수하고 가족에게는 건강하고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합니다.

한 참가자가 새끼줄을 풀어 볏짚을 챙기는 모습. 이를 문지방에 걸어두면 복이 들어오고, 달여 먹으면 아들을 낳고, 논밭에 두면 농사가 잘 된다고 믿는다네요.

사진으로 찍지 못했는데 뒤풀이 행사로 ‘흰상여싸움’을 한답니다.

양쪽 편에서 각각 비어있는 하얀 상여를 들고 상대편 마을을 돌면서 “물 윗마을 다 죽었네”, “물 아랫마을 다 죽었네” 하면서 서로 약을 올립니다. 그러다가 상여끼리 만나면 상여를 부숴 불태우고 우스갯소리와 술을 주고 받으며 친목을 쌓고 화합을 다집니다.

큰 행사에서는 언제나 안전이 제일. 구급대원과 차량이 행사장 근처에서 대기 중입니다.

119 구조대도 있고요.

■ 의령큰줄땡기기 행사 영상입니다.

사진과 영상은 각기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의령큰줄땡기기' 행사는 '줄다리기'입니다. 줄쌈(줄싸움)이라고도 하는데 편을 갈라 하는 일종의 편싸움 놀이이지요.

줄다리기는 정월대보름 날을 전후해 벼농사를 위주로 하는 중부이남 지방에서 널리 행해졌습니다. 농경 의식의 일종이지요. 마을을 동서로 나누어 두 패로 편을 짜는데 동서 양편은 각각 남성과 여성으로 상징되며, 생산의 의미에서 여성으로 상징되는 편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생각합니다.

줄다리기의 줄은 용을 상징합니다. 줄을 암줄과 수줄로 나눠 만든 뒤 비녀로 연결해 겨루는 놀이이기 때문에 '쌍룡'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답니다.

의령 큰줄땡기기는 의령읍에서 1800년쯤부터 시작돼 2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민속놀이입니다. 1997년 1월 30일 경남도의 무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됐습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전해오는 줄다리기 중 6곳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경남이 많네요. 의령의 의령큰줄땡기기를 비롯해 남해 남해선구줄끗기, 창녕 영산줄다리기, 밀양 감내게줄당기기 등입니다. 충남 당진의 기지시줄다리기, 강원 삼척의 삼척기줄다리기도 있습니다.

[1]은 경남도 고시 제2005-294호. 경남도 문화재 지정 등 고시

의령큰줄땡기기는 이제 의령의 대표 마을축제이자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를 합니다.

큰줄땡기기 행사에 사용되는 볏짚은 무려 600여동입니다. 한 달간 작업을 하는데 작은 줄은 길이 100m, 지름 10㎝로 154개이며 '벗 줄'(가야금, 거문고를 탈 때 타는 줄의 옆줄)은 길이 80m, 지름 15㎝로 56개로 만들어집니다.

줄을 만들 때 소금물을 뿌린다고 합니다. 줄이 튼튼해지고 잘 썩지 않고, 액운이 들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라네요. 또 장군과 풍물패, 줄꾼 등이 줄 위로 올라서서 다지기도 합니다.

의령 큰줄은 지난 2005년 4월 22일 길이 251m, 둘레 5~6m, 무게 54.5t으로 세계에서 제일 큰 줄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습니다. 이어 10년 후엔 우리나라 줄다리기가 2015년 12월 2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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