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걸 왜 만드노? 저리 커서 줄다리기가 되것나?"
'세계 최대 줄(Largest Rope)'로 공인된 의령큰줄땡기기 행사용 큰줄이 많은 억척 속에서 지난 12일 경남 의령에서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6년 만이다.
기자가 ‘큰줄 말기’ 현장을 찾은 이날 큰줄땡기기 보존회원, 공무원 등 200여 명은 의령문화원 앞에서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의령큰줄땡기기는 제48회 '의령홍의장군축제'(오는 20~23일)의 특별행사로 21일 오후 3시 의령 서동행정타운 대로에서 군민과 향우, 관광객 등 1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말 그대로 구경하기 힘든 줄다리기 광경이 펼쳐진다.
기자는 막바지 큰줄 만들기 작업을 하고 있는 구석구석을 돌며 카메라에 담았다.
큰줄을 만드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짚을 모아 추린 뒤 세 가닥을 왼쪽으로 꼬면서 들이기→큰줄 엮기→큰줄 말기→반으로 접고 고(머리) 만들기→겻줄 달기→꼬리줄 만들기 등을 거쳐 거대한 큰줄이 완성된다.
의령의 모든 마을이 참여해 1개월에 걸쳐 암줄과 수줄을 엮고 마는 작업을 되풀이 해 큰 고(큰머리) 만들기, 겻줄 달기, 꼬리줄 만들기 순으로 마무리 한다.
큰줄의 크기(기네스북 2005년 측정)는 큰 고 부분의 둘레가 5~6m, 중간 크기 3.5~4m로 1100여동의 볏짚이 들어가며 길이 251m, 무게는 무려 54.5t에 달했다. 당시 무게를 재기 위해 300t급 고가 크레인과 지게차 2대가 동원됐고, 기네스북은 "천연 소재로 만든 가장 큰줄"로 공식 인정했다.
21일 큰줄땡기기 행사에서는 물아래 마을 동군(청룡군·암줄)과 물위의 마을 서군(백호군·수줄)으로 나눠 큰줄을 당기며 자웅을 겨룬다. 국내 10여 곳에서 치르는 큰줄 민속놀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예전엔 의령 특유의 전통민속놀이로 동군은 의령읍을 포함해 용덕, 정곡, 지정, 낙서, 부림, 봉수, 함안, 창녕 등이며 서군은 의령읍을 비롯해 가례, 칠곡, 대의, 화정, 궁류, 유곡, 진주, 합천 등으로 나눠 힘을 겨뤘다.
하지만 줄이 워낙 크고 무거워 한 시간 정도 당겨도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참여자들은 이 때쯤 땀이 범벅이 되고 녹초가 되며, 판정관과 양군 두령이 의논해 승부를 결정한다.
물아래 편이 이기면 우순풍조(雨順風調·비가 때 맞추어 오고 바람이 고르게 붐)해 벌이나 들에 물이 들지않아 보리와 나락(벼)농사가 모두 잘 돼 대풍이 든다고 하고, 물위 편이 이기면 시화연풍(時和年豊·시절이 평화롭고 해마다 풍년이 듦)으로 가뭄과 재해가 들지 않아 사철 농사가 풍작을 이룬다는 속설이 있다. 양쪽 편에서 서로 이겼다고 우겨대지만 어느 쪽이 이겨도 풍년이 들고 마을이 평온해진다는 민속놀이다.
아래 영상은 큰줄을 말고 중장비를 이용해 줄을 가운데로 이동하는 장면이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큰줄땡기기는 의령 군민 화합의 총체이다. 13곳의 읍면 주민들이 합심해 볏짚 하나하나를 엮어 세계 최대의 큰 줄로 탄생시켰다”며 “6년 만에 개최되는 큰줄땡기기의 역사적인 순간을 놓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