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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로봇랜드 1600억 패소'는 잘못 탄로 날까 숨긴 경남로봇랜드재단에서 시작됐다

민간사업자, 가능한 대출 연장 않고 상환계획서 요청 묵살
'1필지 미공급' 빌미로 소송…재단이 중요 사실 감춰 대응 못 해
경남도-창원시-재단은 이들 문제 감독 지극히 부실해 패소 자초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4.26 02:00 | 최종 수정 2023.04.27 01:45 의견 0

경남 창원시 마산로봇랜드 해지시지급금 청구소송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의 부당 행위 등 중요한 사실들이 대거 누락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도-창원시는 어렵지 않은 이들 누락 건들을 챙기지 못해 패소를 자초했다.

경남도 감사위원회는 20일 경남로봇랜드재단이 민간사업자의 해지시지급금 청구소송에서 소송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안을 경남도에 보고하지 않아 1662억 원 규모 배상금을 다투는 재판에서 제대로 대응도 못해 패소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배종궐 경남도 감사위원장이 20일 도청에서 '로봇랜드 조성사업 최종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도 감사위는 감사결과 브리핑에서 “민간사업자는 사업기간 변경에 따라 대출상환기일을 연장할 수 있었는데도 자금운용사에 요구하지 않았고, 이후 자금운용사가 두 차례 대출상환계획 제출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도와 창원시, 로봇랜드재단은 이들 사실을 소송 과정에서 주장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민간사업자가 행정 기관에 책임이 있다며 해지시지급금을 물어야 한다는 핵심 주장에 영향을 미쳤다.

또 민간사업자는 "행정 기관이 주기로 한 펜션 용지 14필지에서 1필지를 대출금 상환 기간인 지난 2019년 9월 말까지 받지 못해 이익상실(디폴트)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14필지를 모두 받고서 땅을 매각해야 자금운용사에 대출원금 950억 원 중 1차 상환금 50억 원을 줄 수 있지만 행정 기관에서 이를 이행하지 않아 상환을 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민간사업자는 대출 상환기한(2019년 9월 말)을 연장할 기회가 있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로봇랜드 조성 실행계획은 공사 지연 등을 이유로 2018년 12월 31일 변경됐다. 이에 따라 민간사업자의 사업 기간은 2009~2018년에서 2009~2019년으로 1년 늘어났다.

자금운용사는 민간사업자에게 1차 대출금 50억 원 상환계획을 2019년 5월 21일과 2019년 8월 7일 두 차례나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업 기간이 늘어났으니 대출 상환기한도 1년가량 더 연장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도 감사위는 이를 두고 민간사업자가 자금운용사의 대출금 상환 계획 제출 요청에 응하지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실시협약해지와 함께 해지시지급금 청구 소송을 했다고 보았다.

이같은 민간사업자의 해태 가능성을 재판 과정에서 다루지 못했다는 것을 큰 실책이라고 봤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있는 마산로봇랜드 테마파크 전경. 경남로봇랜드재단 제공

경남로봇랜드재단의 민간사업자의 실시설계와 공사 감리(관리 감독) 부실도 지적됐다.

로봇랜드재단은 1단계 민간부문 감리를 선정해야 하지만 실시설계에서는 감리를 시행하지 않았다. 전체 공사비 781억 원 중 공간연출, 공연기획 부문 241억 원을 감리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민간사업자의 로봇랜드 테마파크 기부채납 승인 과정도 부실 투성이였다.

기부채납은 공사를 끝낸 뒤 로봇랜드재단에 시설을 넘기고 운영관리권을 갖는 중요한 절차다.

하지만 민간사업자의 로봇랜드 테마파크 공사 준공검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로봇랜드재단은 2019년 9월 5일 준공되지 않은 테마파크의 기부채납을 조건부 승인을 해줬다.

이어 민간사업자는 같은 해 10월 1일 펜션용지 미공급을 사유로 실시협약 해지를 통보했고, 로봇랜드재단은 같은 달 11일 기부채납 조건 이행을 촉구한데 이어 같은 달 14일 조건부 기부채납 승인을 철회했다.

도는 한 달 뒤 로봇랜드재단에 재검토를 요구했고, 민간사업자는 기부채납 조건부 승인 내용인 공사완료 및 하자보수 이행 확인서류를 제출했으나 이들 서류는 검증되지 않은 것이었다.

다음해 1월 결국 로봇랜드 테마파크의 기부채납은 최종 승인됐고, 민간사업자는 같은 해 2월 해지시지급금 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이번 항소 재판부에서는 기부채납 부당 처리 사안은 다루지 않았다.

배종궐 경남도 감사위원장은 “경남로봇랜드재단이 소송의 주요 쟁점사항인 ‘건설 기간’ 판단을 위한 사실 관계를 주장하지 않았다”며 “민간사업자의 부적정한 행위를 잘 알면서도 자신의 중대 과실이 함께 드러나는 것을 우려해 이런 중요 사실을 의도적으로 감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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