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는 12일 경남 마산로봇랜드 민간사업자가 경남도와 창원시, 경남로봇랜드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1100억원대 해지시 지급금 등 청구’ 항소심에서 패소함에 따라 감사 일정 및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제2민사부)는 이날 민간사업자의 실시협약 해지를 인정한 1심 판결(창원지법 제5민사부)과 마찬가지로 민간사업자의 해지시 지급금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경남도 관계자 등이 마산로봇랜드 항소심 패소와 관련한 감사 일정 및 활성화 대책을 밝히고 있다. 경남도 제공
■로봇랜드 항소심 판결 선고
앞서 민간사업자는 “펜션 부지를 매각해 대출금 50억 원을 상환해야 하는데 경남로봇랜드재단이 펜션 부지를 넘겨 주지 않아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했다”며 경남도·창원시 등에 실시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지난 2020년 2월 해지시 지급금 등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2021년 10월 민간사업자에 해지시 지급금 등 1126억 원(운영비 포함)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경남도와 창원시 등은 항소해 "공급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고 실시협약과 대출 약정은 별개의 계약"이라며 해지시 지급금 산정방식 등을 두고 1년 3개월간 5차례의 변론을 통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항소심 패소 이후 경남도, 창원시, 경남로봇랜드재단, 소송대리인 등은 경남도 김병규 경제부지사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연 뒤 언론브리핑을 통해 향후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항소심 재판부가 민간사업자의 주장 위주로 협약 내용을 해석한 것에 유감을 표명하고, 상고 여부는 조만간 송달될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실익 여부를 따져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봇랜드 감사 진행상황
경남도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마산로봇랜드 실시협약 해지와 관련해 경남도, 창원시, 경남로봇랜드재단을 대상으로 감사에 나서 지금까지 확인된 문제점을 이날 발표했다.
▶첫째, 해지시 지급금 산정기준 적정성 부족 및 민간사업비 검토 소홀(2015~2017년)
지난 2015년 9월 민선 6기 도정에서 새로운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실시협약에 따르면, 해지시 지급금 산정 기준이 되는 총 민간사업비를 준공 시점부터 운영 기간 1년까지 1000억 원으로 명시하고, 실제 투입 금액과 상관없이 해지시 지급금이 1000억 원을 기준으로 산정하게 돼 있었다.
이에 따라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법원은 1000억 원(부가세 제외) 전액을 해지시 지급금으로 인정했고, 민간사업자는 가장 유리한 시기인 ‘1단계 사업 준공부터 운영 기간 1년까지 기간’ 중에 펜션 부지 공급 지연 사유로 실시협약을 해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경남도는 해지시 지급금 산정 기준이 확정된 상황에서 실시설계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지방건설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직접 수행해야 할 민간사업비 적정성 검토는 2017년 1월 재단에 위탁‧시행 했으며 이에 대한 관리‧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둘째, 사업 전반의 관리‧감독 업무 소홀(2017~2019년)
사업시행자인 경남도는 실시협약에 따라 공사 감리자 감독, 준공 검사, 감리자 검사수행 확인의 업무를 해도, 업무 위‧수탁 절차 없이 2017년 6월 1단계 사업 공사 착공부터 2019년 5월 준공까지 재단에서 수행하도록 했다.
또한 민간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2단계 사업 실시설계 도서를 제출하지 않아 사업자 귀책의 실시협약 해지사유임에도 민선 7기 도정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던 기회를 잃게 됐다.
▶셋째, 조성 부지 출연업무 소극 행정으로 지연 처리(2017~2019년)
창원시는 실시협약에 따라 조성 부지 출연의무가 있음에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유로 출연의무 이행을 주저했였고, 2011년 이미 보상 완료된 407필지를 2018년 1월 재단에서 제기한 소유권 이전소송을 통해 소극적으로 이전했다.
창원시의 소극 행정은 민간사업자의 실시협약 해지의 결정적 사유가 됐던 펜션 부지 1필지 이전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나타나게 된다.
문제의 펜션 부지 1필지는 1961년부터 창원시가 소유한 행정재산이며, 용도폐지 후 경남로봇랜드재단이 무상취득할 계획이었으나 2019년 5월, 창원시는 재단의 신속한 이전 요청에도 과도한 법리 검토 등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고, 다시 입장을 바꿔 재단이 제기한 소송으로 시기를 일실한 채 2019년 12월이 돼서야 이전했다.
이러한 창원시의 조성 부지 출연업무 지연 처리는 공공의 이익보다 공무원 안위를 우선시한 부작위 등 소극적 업무 자세로 지방자치단체에 재산상 손실을 발생하게 한 전형적인 소극행정 사례로 볼 수 있다.
▶넷째, 민간사업자의 협약해지 가능성 인지 후 대응 미흡(2019년)
경남로봇랜드재단에서는 민간사업자의 디폴트 가능성이 내포된 중요문서를 수신하고도 경남도에 명확하게 문서보고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도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 기회를 상실했으며 초동 대처를 실패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또한 재단은 펜션 부지 이전 관련 창원시와 협의를 소극적으로 진행했고 민간사업자에게 대체부지 제공 등 대안을 금융약정 기한의 이익 상실 직전인 2019년 9월 말 시도하는 등 전반적인 대응이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배종궐 경남도 감사위원장은 “로봇랜드 실시협약 해지의 원인과 책임은 경남도, 창원시, 재단 모두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데 있고 공동의 책임이며, 세부적인 책임소재는 판결문 분석을 통해 명확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한 “민선 6기와 민선 7기 도정의 과오로 발생한 큰 짐을 민선 8기 도정이 떠안게 된 점은 유감이지만 앞으로 이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위원회 차원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로봇랜드 활성화 대책
항소심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행정은 1단계 사업 활성화와 2단계 사업 정상화를 위해 마산로봇랜드 조성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로봇랜드 조성사업은 1단계(테마파크, 로봇연구센터, 컨벤션센터)와 2단계(관광숙박시설 등) 사업으로 구성돼 있는데, 1단계 사업은 2019년 9월 개장해 정상 운영 중에 있으나, 2단계 사업은 민간사업자의 해지시지급금 청구소송으로 추진이 중단된 상태였다.
마산로봇랜드 전경. 창원시 제공
우선 1단계 사업을 활성화 한다는 계획이다.
테마파크는 ‘로봇문화와 산업이 공존하는 로봇메카로 도약’한다는 비전 아래 2024년에 손익분기점인 68만 명(2019년 12만명, 2022년 50만명)을 조기에 달성한다는 목표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83억 원(2023~2025년, 국비 38억 원)을 투입해 킬러콘텐츠 보강사업을 추진해 나간다. 경비․안내로봇(현대차 SPOT 등), 라면 끓이는 로봇, 자율주행차 테스트베드 등 다양한 리얼(Real)로봇을 도입해 로봇이 뛰노는 로봇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할 계획이다.
또 다른 테마파크에는 없는 교육적 기능인 5개의 공공관을 활용해 에듀테인먼트(교육+놀이) 기능을 강화하고, 그간 추진해왔던 교육청과의 MOU를 전국 단위로 확대해 차별화된 진로 체험의 장(교육청, 2023년, 16억 원)으로 거듭날 전망이이다.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분기별 설문조사와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통신사 및 카드사와 제휴해 체계적인 사후관리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로봇연구센터는 로봇산업 발전을 견인하고 기업의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실질적 심사를 통한 입주 기업 선정, 1년 단위 정기평가 등 입주 기업 관리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또 서비스로봇 공통플랫폼사업(2022~2026년, 150억 원(국비 80억 원))으로 구축 중인 장비 23종을 활용, R&D 및 기업 지원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며, 테크노파크 로봇센터와 입주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신규 R&D 등 국비 사업을 적극 유치한다는 복안이다.
컨벤션센터의 이용률도 높일 계획이다. 현재 10%선인 가동률을 2025년까지 50%까지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소규모 컨벤션센터의 특성을 감안해 유니크베뉴 행사를 유치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2단계 사업 정상화다.
2단계 사업은 호텔, 콘도 등 관광숙박시설(신규사업자 제안 및 승인으로 시설변경 가능) 조성 사업이다.
새로운 사업자 선정시 또다시 사업이 좌초되는 일이 없도록 꼼꼼한 검토와 함께 사업자 선정 및 사업 방법 등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추진할 예정이다.
경남도와 창원시, 경남로봇랜드재단은 로봇랜드 활성화 방안에 따라 조속히 모든 기능이 정상화 되고 로봇랜드가 우리나라의 로봇메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경남도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도민들이 로봇랜드 사업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많이 했다”며 “이번 항소심 판결을 계기로 로봇랜드가 경남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