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경찰청이 대구시청 청사를 압수수색하자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권을 통째로 갖게 되자 이제 눈에 보이는 게 없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홍 시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구경찰청장이 이제 막 간다. 시민단체가 우리 직원들이 하지도 않은 선거법 위반을 고발했는데 선관위에서조차 조사 중인 사건을 지금 압수수색 한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좌파 단체의 응원 아래 적법한 대구시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강압적으로 억압하더니 공무원들을 상대로 보복 수사까지 하고 있냐, 고발만 들어오면 막무가내로 압수수색하냐”며 “수사권을 그런 식으로 행사하면 경찰이 아니라 깡패다. 그래 어떻게 되는지 끝까지 가보자”고 썼다.
또 다시 쓴 글에서 “시민단체의 고발 내용은 대구시 유튜브에 시장의 업적을 업로드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라며 “그게 선거법 위반인지 여부는 선관위 조사 중에 있고 시장은 관여한 일도 없는데 경찰에서 마치 내가 관여한 것처럼 언론에 흘리고 있는 것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좌파 단체가 고발만 하면 무조건 피의자가 되고 압수수색 대상이 되는지, 고발 자체가 허무맹랑한데 고발만 하면 무조건 피의자 취급을 해도 되는지, 압수수색도 비례의 원칙이 있는데 이런 경미한 사건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지 국민들에게 물어 보자”며 “이런 식의 경찰권 행사면 검사 통제 하에 법집행을 하도록 전면적으로 수사 구조를 다시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대구경찰청은 이날 오전 중구 대구시청 동인청사 내 홍보미디어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내용은 지난 2월 대구참여연대가 홍 시장과 대구시 홍보미디어실 담당 공무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다.
참여연대 측은 “대구시 공식 유튜브인 ‘대구TV’에서 홍 시장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영상물을 지속 게시해 공무원의 중립 의무, 지자체의 실적 홍보 제한 등 공직선거법의 다수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 시장은 지난 17일 대구퀴어문화축제의 '도로 점용' 여부를 둘러싸고 경찰과 충돌했다. 이른바 '집시법'과 '도로법'의 충돌이다.
대구시는 이날 행사가 도로를 점용하는 퍼레이드까지 하는 집회여서 따로 '도로 점용' 신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도로법 61조와 74조에는 '도로 점용'은 도로관리청(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를 어기면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도로법상으로는 대구시의 주장이 맞다. 집시법에는 '도로 점용 허가'에 관한 규정이 없다.
경찰은 17일 행사와 관련해 지난 12일 대구시에 쿼어축제 주변 도로에 대한 버스노선 우회를 요청했지만 시는 거부했다. 집회 시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이동 불편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9년 부산 해운대구에서 부산쿼어축제 때 해운대구청이 '도로 점용 허가'를 내주지 않아 행사가 취소됐다.
경찰이 주장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는 모든 집회는 신고만 하면 개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다 까다로운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란 말이다.
그런데 '도로 점용 허가'에 관해서는 집시법에 명시된 규정이 없다. 집회 무대 등을 도로에 설치하는데 지자체에 ‘도로 점용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말이다.
그동안 판결은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의 경우 도로에 무대 등을 설치할 때 도로 점용 허가를 받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도로 점용 허가가 없더라도 지난 10년간 관행적으로 집회 시설의 도로 설치를 허용해 왔다. 집회 행진과 도로 통제는 경찰이 맡고 지자체는 이를 협조했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이 앞선 대구시와의 갈등과 시점상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대상에 홍 시장 본인이 있는 것은 아니며, 압수수색 대상 장소도 홍보미디어실로 국한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