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부산의 ‘해묵은 난제’로 꼽혀온 부산구치소와 부산교도소 이전 문제가 부산 강서구 대저동 일원으로 통합 이전하는 방식으로 권고됐다.
부산시는 그동안 노후화한 교정시설을 이전해 현대화하려고 시도했으나 번번이 지역 주민의 반대에 막혀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사상구 주례동 부산구치소는 1973년에, 강서구 대저동 부산교도소는 1977년 지어져 보수만으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각계 인사가 참여한 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는 23일 오후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구치소와 부산교도소를 강서구 대저동 남해고속도로 북쪽 약 40만㎡ 부지(대저1동 810-2 번지 일원)로 통합 이전하는 안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서의택 입지선정위 위원장(위원장 서의택 동명문화학원 이사장)은 “6개월 동안의 입지선정위 활동 끝에 부산교정시설의 강서구 대저동 일원 통합 이전을 만장일치로 권고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전 예정지 주변 주민을 지원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충분한 주민 소통을 바탕으로 이전을 추진할 것을 추가로 권고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교정시설 이전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자 지난 5월 도시계획 전문가, 시민단체 대표 등으로 입지선정위를 구성하고, 입지선정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입지선정위는 사상구 주례동의 부산구치소를 주례3동 엄광산 남쪽 8만㎡로, 강서구 대저2동 부산교도소와 보호관찰소를 대저1동 남해고속도로 북쪽 27만㎡ 부지로 각각 이전하는 지역별 이전안과 강서구로 통합해 옮기는 안을 놓고 숙의 과정을 거쳤다.
입지선정위는 부산 시민의 여론조사 결과와 시민참여단의 숙의토론회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부산시는 지난 9~10월 39일간 강서구 주민 600명, 사상구 주민 600명, 일반 시민 800명 등 총 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대면 여론조사를 했다.
이 결과 전체의 42.1%가 ‘통합 이전’에 찬성했고 29.9%는 ‘지역별 이전’을 주장했다. ‘유보’는 28.0%였다.
서 위원장은 “산을 깎아야 하는 사상구에 비해 평지이자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강서구 부지가 다방면으로 더 유리하다는 판단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4일에는 시민참여단 150명 중 145명이 참석한 10시간에 걸친 숙의 토론회가 열렸다. 시민참여단에는 강서구와 사상구, 다른 지역 주민 등 150명이 참여했다.
숙의 토론회 전엔 ‘지역별 이전’과 ‘통합 이전’이 각각 49명(33.8%), 48명(33.1%)으로 팽팽했지만 토론회 후 81명(55.9%)이 ‘통합 이전’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토론회 후에도 ‘지역별 이전’이 맞다고 밝힌 시민은 64명(44.1%)이었다.
부산시는 입지선정위 권고안을 바탕으로 법무부와 협의 후 두 교정시설의 이전 절차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입지선정위 발표 직후 김형찬 강서구청장은 "법적인 효력이 없는 위원회다. 부산시가 위원회를 앞세우고 자신들은 뒤로 빠져 비겁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교정시설 이전 입지 선정의 주체는 법무부와 강서구이고 강서구민과 함께 숙의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권고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이종환(강서1)과 송현준 부산시의원(강서2), 강서구의원들도 시의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입지선정 권고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교정시설 이전 논의는 2007년부터 시작돼 그동안 3번의 이전 건립을 시도했으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의 부산교정시설 현대화 정책권고안 내용
◇ 서두 말씀
존경하는 부산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동명문화학원 이사장 서의택입니다.
부산교정시설 입지선정위원회는 지난 5월 23일 출범 이후, 6개월간 위원회 활동을 마치고 오늘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는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교정시설 입지선정위원회는 총 7차례의 위원회와 5차례의 소위원회를 개최하였으며, 전체 위원의 논의와 조율을 거쳐 시민여론조사 등 공론화의 모든 과정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하였음을 밝혀둡니다.
◇ 그간 추진경과
그동안 우리 위원회는 5월 23일 출범을 시작으로 6월에는, 부산 시내 교정시설과 이전 예정지역을 방문하였으며, 7월에는, 서울 남부교도소, 서울 동부구치소를 비롯하여 현대화된 교정시설을 방문하는 등 교정시설의 현황과 개선 필요성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였습니다.
8월에는 심도있는 검토과정을 통해 시민여론수렴 방식과 공론화 방법 등 세부적인 진행과정을 토의‧결정하였으며, 9월~10월에는 시민여론조사를 시행하였고, 지난 11월 4일의 시민참여단 숙의토론회를 끝으로 모든 공론화 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 공론화 추진배경
다음은 공론화를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하여 설명드리겠습니다.
부산교정시설은 50년 이상 노후화된 시설과 과밀수용으로 인해 화재 등 긴급상황 대처가 어려운 실정으로 수용자뿐만 아니라 관리하는 교정직원까지도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특히 부산구치소는 1인당 수용면적이 1.44㎡(0.4평)에 불과하여 2017년 수용자가 국가를 상대로 한 인권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현대화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또한 교정시설로 인한 강서·사상 주민의 개발 민원을 해소하고, 부산시 전반의 효율적 도시계획과 해당 지역의 미래발전을 위해서도 이전이 필요합니다.
교정시설은 주거, 행정, 병원, 학교, 공장, 종교 등 다양한 시설이 담겨져 있는 종합 건축물이므로 화재나 천재지변에 대비할 수 있는 입지여건과 함께 환경적 측면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있었습니다.
이에, 입지선정위원회는 분야별 전문가 의견과 공론화 과정을 통하여 부산시민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하여 시민여론조사 및 시민참여단 숙의토론회를 진행하였습니다.
◇ 공론화 추진과정
그동안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진행한 공론화 추진과정에 대하여 간략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부산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39일간 시민여론조사를 시행하였습니다.
이전 예정지 주민들의 의견을 우선 반영하기 위하여 강서주민 600명, 사상주민 600명, 일반시민 800명으로 구성하였고, 성별, 지역별, 연령별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였습니다.
다음 과정으로 시민참여단 숙의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시민참여단은 시민여론조사에 참여한 부산시민들 중 신청을 받아 강서 24명(15%), 사상 24명(15%), 일반시민 102명(70%), 총 150명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그 중 참여인원은 145명입니다.
대안별로 지역별 이전 49명, 통합 이전 48명, 유보 48명으로 구성하여 숙의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11월 4일 개최된 숙의토론회는 3차례의 시민참여단 사전교육 과정 후 총 10시간에 걸쳐 심도있는 논의를 하였습니다.
1차 설문조사, 주제발표 및 전문가 토론에 이어, 분임토의를 하였으며, 전문가 질의·응답, 2차 분임토의 및 분임별 결과 발표, 2차 설문조사 순으로 총 7개의 과정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숙의토론회는 시민참여단의 진지하고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 공론화 조사결과
다음은 공론화 조사결과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시민여론조사에서는, 지역별 이전이 29.9%, 통합 이전이 42.1%, 유보가 28.0%로 통합 이전이 지역별 이전보다 12.2%p 더 높았습니다.
이 결과는 95%의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인 ±2.2%p를 넘습니다.
충분한 숙의토론 이후 실시된 시민참여단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지역별 이전이 44.1%, 통합 이전이 55.9%로 통합 이전이 11.8%p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최종 설문조사에서 의견이 바뀐 비율을 살펴보면, 당초 시민여론조사에서 지역별 이전을 선택한 응답자 중 숙의과정 후 통합 이전이 38.8%, 통합 이전을 선택한 응답자 중 지역별 이전이 29.2%이며, 당초 유보를 선택한 응답자 중 지역별 이전이 41.7%, 통합 이전이 58.3%로 모든 경우에서 통합 이전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아울러 시민참여단은 분임토의 결과발표에서 교정시설의 현대화를 위한 여러가지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의견이 교정시설 이전 예정지 주변 주민들에게 각종 지원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이전 예정지 주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민참여단의 의견은 최종 정책권고안에 우선적으로 반영하였습니다.
◇ 정책권고안
우리 위원회는 그동안 여러 현장방문 및 각종 자료검토를 바탕으로 부산교정시설의 다양한 환경여건과 현황을 충분히 인지하였고, 시민여론조사 및 시민참여단 숙의토론회를 통해 공론화를 추진했습니다.
2,000명이 참여한 시민여론조사와 145명의 시민대표가 함께한 숙의토론회에 기초하여 심사숙고한 결과 저희 위원회는 부산교정시설 현대화 정책권고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첫째, 위원회는 부산교정시설 현대화를 위한 정책방안으로 강서구 대저동의 부산교도소와 사상구 주례동의 부산구치소를 강서구 대저동 일원으로 통합 이전 방안을 권고합니다.
둘째, 위원회는 교정시설 이전 예정지 주변 주민들에게 각종 지원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여 이전 추진할 것을 권고합니다.
셋째, 위원회는 강서구 대저동 일원으로의 통합 이전을 하기 위하여 이전 예정지 주민들과 충분한 소통을 바탕으로 추진할 것을 권고합니다.
◇ 위원회 추가의견
마지막으로 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위원들의 의견을 담은 추가의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부산구치소와 부산교도소는 시설 노후화와 과밀수용이 심각하여 인권보호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나, 지난 16여년 간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숙제이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해결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번 교정시설 현대화를 위한 공론화 과정은 특히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부산시민 모두의 공론을 모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습니다.
시민여론조사 및 시민참여단 숙의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정부와 부산시의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해당 기초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들의 협치와 관심을 당부드립니다.
아울러 부산시민들이 함께 만들어 낸 입지선정 과정의 귀중한 경험과 자료가 상생의 정책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마무리 말씀
그동안 객관적이고 공정한 위원회 운영과 공론화 과정 관리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주신 위원님들과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하여 공론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시민참여단과 여론조사에 참여해주신 시민, 그리고 그동안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시민 여러분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상으로 부산교정시설 현대화 방안 마련을 위한 공론화 결과발표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