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GNU)의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제74회)에 이색적인 경험과 사연을 가진 졸업생이 많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며 학문적 열정을 보여준 사례로 학문 공동체인 대학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경상국립대는 오는 23일 오전 10시 경난 진주시 가좌캠퍼스 GNU컨벤션센터 대강당에서 2023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개최한다.
◇ 초고도 근시로 휴대폰에 의지해 공부한 나전장 전수자 이현희 씨
통영에 있는 해양과학대학 미래산업융합학과를 졸업하는 이현희(63) 씨는 국가무형문화재 나전장 전수자이다. 60세의 나이에 입학해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졸업장을 받는다. 초고도 근시로 인해 강의시간마다 맨 앞자리에 앉아도 강의 내용과 글씨가 보이지 않아 휴대폰 돋보기에 의지해 전 과정을 마쳤다.
이 씨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열심히 공부해 우수한 성적으로 다른 학생들의 귀감이 됐다.
재학 중에 차세대 문화예술인재 육성을 위해 나전을 가르치는 정규교육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나전장 보유자인 남편(장철영)과 함께 나전칠기 행복마을학교, 교육기부 진로체험기관 운영 등으로 지난해 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씨는 “졸업 후에는 전통문화와 국가유산 계승·발전을 위해 위해 전공 분야의 대학원에 진학한다. 개척정신으로 열정적인 삶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박동식 사천시장 행정학 석사학위 취득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사천시 박동식(66) 경남 사천시장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취득한다. 지난 2021년 3월 경상국립대 행정대학원에 입학했으며, 시장직을 수행하면서도 학업을 병행해 이번에 석사학위를 취득하게 됐다.
박 시장은 삼천포공고를 졸업하고 경남과학기술대 미생물공학과를 나왔다. 제4회 대한민국 청렴대상 기초자치단체 자치행정부문 대상(2024)을 수상했다.
현재 제11대 사천시장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2023년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1등급을 달성하는 등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박동식 시장은 “경상국립대에서 쌓은 행정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천시정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경남 지역 추사체 서맥 연구’로 박사학위 받는 71세 박성아 고문
박성아(71) 한국추사체연구회 고문은 ‘경남 지역 추사체 서맥 연구’라는 논문을 제출해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지난 2007년 3월 55세의 나이로 경상국립대 대학원 한문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2011년 9월 박사과정에 입학해 13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단법인 한국추사체연구회 고문과 하동군 하동학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 고문은 “실기와 학문이 병행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늦은 나이에 학문에 도전했다. 자신이 제자리에 똑바로 서야만 후학들을 이끌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경남 지역에서 추사 서체를 공부했던 스승들이 학맥을 이어온 과정을 찾아서 조사했다. 모든 출발은 나에게서 시작되며 가까운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전국의 추사서예와 학문을 병행하는 후학들의 뒷받침이 됐으면 한다”고 말한다.
◇ 직장·학업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형 인재 부부 박사 탄생
기술경영학과 이병문(41) 씨와 기계융합공학과 김서현(41) 씨 부부는 이번에 동시에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부부는 20대에 만나 가정을 꾸리고 서로 전문성과 학문의 열정을 응원하며 직장 생활과 육아를 함께했다.
끊임없는 학업으로 자신을 성장 발전시키는 부부 박사는 경상국립대의 교훈 개척정신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 박사는 경상국립대 ‘기술경영공학’ 1호 박사이다. 대학원 1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했고 제2회 경상국립대 자랑스러운 개척인상을 수상했다. 김 박사는 제18회 대한민국평생학습대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부부는 “시대에 발맞춰 늘 변화하는 경상국립대가 자랑스럽다. 학업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경상국립대의 교육시스템에 감사드린다”고 말한다.
◇ 약사 국가시험에서 전국 수석으로 합격한 송현준 학생
약학대학 약학과 6학년 송현준 학생은 지난 1월 치러진 제75회 약사 국가시험에서 350점 만점에 322점을 얻어 전국 수석으로 합격했다.
올해 약사 국가시험 합격률은 90.7%로 최근 5년 가운데 최저 합격률이다. 송 학생의 전국 수석은 경남 지역에서는 최초여서 더욱 의미가 있다.
송현준 학생은 향후 진로에 대해 “지역 보건에 보탬이 되는 약사로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겠다”며 약학대학 후배들에게는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