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앞두고 부울경의 지역구별 후보자와 내세운 정책, 여론 등 경쟁 구도를 점검합니다. 전략공천(단수공천) 등으로 여야 대진표가 짜여진 곳과 격전지를 우선으로 연재를 합니다. 편집자 주
■경남 양산시 을
▶총론
"이 정도면 예사로운 인연은 아니다"
‘양산시 을’ 선거구에 예상했던 빅매치가 성사됐다. 경남도지사를 했던 더불어민주당 김두관(65) 후보와 국민의힘 김태호(62) 후보가 맞붙게 됐다. 두 후보는 또한 현역 국회의원이다.
김두관 후보가 먼저 공천을 받았고 국민의힘 김태호 후보는 당의 요구로 이전 지역구인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이 지역으로 옮겨 출마한다.
국민의힘은 당초 한옥문·윤종운 등 지역 정치인의 경선을 고려했지만 경남지사와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역임한 김두관 후보와 체급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우선공천을 했다.
특히 낙동강 벨트 선거구 중의 하나이며 경남도에서는 김해시와 함께 민주당의 지지세가 가장 강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이곳 지역구인 매곡동에 있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당연히 이번 선거에서의 승패는 두 후보간의 정치 인생에도 큰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역대 선거결과는 어땠을까?
‘양산시 을’ 선거구의 20대와 21대 선거에서 두 번 모두 근소하게 민주당이 승리했다.
양산시는 애초 한 선거구였다. 인구(34만여 명)가 늘면서 지난 20대 총선(2016년) 때부터 갑과 을 선거구로 분리됐다.
‘양산시 을’은 양산시의 동부 지역인 웅상 지역 4개동(덕계, 서창, 소주, 평산)과 양산 서부인 동면과 양주동이 지역구다. 웅상 지역은 보수층이 많고, 동면과 양주동은 중도층과 진보층이 많은 것으로 분석한다.
인구는 웅상 지역이 9만 8000여 명, 동면 4만 6000여 명, 양주동 3만 1000여 명 등 17만 5000여 명으로 직전 21대 총선 때보다 1만여 명이 늘었다. 동면 사송신도시에 입주한 6000여 세대가 변수로 보인다. 주로 젊은 층이 유입됐다.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서형수(40.33%) 후보가 새누리당 이장권(38.43%) 후보를 1262표차(1.90%)로 당선됐다.
이은 21대 총선에서 전략공천을 받은 민주당 김두관 후보가 시장 출신인 미래통합당 나동연 후보를 1522표차(1.68%)로 이겼다.
두 번 다 2% 이내의 근소한 표차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양산시 갑'은 진보 측이, '양산시 을'은 보수 측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점쳤으나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양산시 갑'에서는 국민의힘 윤영석 후보가, '양산시 을'에선 김두관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지역 정가의 분석은 20대 총선에서 선거구가 신설되면서 기존에 웅상 지역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과 도의원들이 앞다퉈 10여 명이나 출마하면서 집안 싸움으로 표가 분산돼 새누리당 후보가 졌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경선 공천을 받지 못한 후보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여기에다가 당선된 서형수 후보가 웅상 출신이고, 양주동에서 진보층의 표가 민주당으로 쏠린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하지만 20대와 21대 총선 결과에선 양주동의 진보 지지층이 쏠리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반면 최근 2~3년 새 사송신도시 아파트에 30~40대 젊은층이 상당수 입주해 이들의 표심도 관전 포인트다.
이번 총선엔 큰 변수가 생겼다. 정치 거물이자 선거를 잘 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태호 후보가 이곳으로 옮겨 출마했다는 점이다.
최근 두 번의 여론조사에서는 김태호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2월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김태호 후보 48.7%-김두관 후보 40.6%(8.1% 차이)로 나왔다. 두 당의 후보가 확정된 이후 첫 조사다. '기타 다른 후보' 5.5%, '적합한 후보 없음' 2.2%, '잘 모름' 3.1%로 나왔다.
조사는 2월 13~14일 만 18세 이상 '양산시 을'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이다. 오차범위는 ±4.4%포인트다.
세대별로 보면 40대 이하는 김두관 후보를, 50대 이상은 김태호 후보를 많이 지지했다.
김두관 후보-김태호 후보는 20대 51.8%-35.4%, 30대 54.7%-27.9%, 40대 54.1%-37.8%를 보여 김두관 후보가 크게 앞섰다. 반대로 50대는 38.1%-48.4%, 60대는 27.5%-68.2%, 70대 이상은 14.3%-75.8%로 김태호 후보가 월등히 앞섰다.
중도층에서는 김두관 42.4%, 김태호 41.8%로 팽팽했다.
당선 가능성은 김태호 후보 49.8%, 김두관 후보 29.7%로 무려 20.1%포인트가 났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44.8%, 민주당 33.4%로 11.4%포인트가 났다.
지지 정당은 국민의힘 46.8%, 민주당 34.2%로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이어 개혁신당(7.6%), 녹색정의당(1.4%) 순이었다.
또 정권 안정 49.6%, 정권 심판은 41.0%로 답했다.
경남신문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3월 4일 발표한 조사에선 2월 조사보다 지지도가 더 벌어진 김태호 46.5%-김두관 35.2%였다. 오차범위 밖인 11.3%포인트 차를 보였다.
김상구 자유통일당 후보 2.2%, 박봉열 진보당 후보는 1.6%였다. 부동층인 ‘잘 모름·무응답’은 9.6%였다.
당선 가능성 질문엔 김태호 후보 49.8%, 김두관 후보 29.7%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44.8%, 민주당 33.4%로 11.4%포인트 차이를 보여 후보 지지율와 거의 같았다.
조사는 지난달 23~25일 '양산시 을' 지역구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4.4%포인트다.
▶변수는?
두 후보는 공통점이 많고 인연도 많다.
태어난 고향은 김태호 후보가 거창군, 김두관 후보가 남해군으로 둘 다 이곳에서 군수를 지냈다. 이어 경남도지사도 앞 뒤로 했다. 김태호 후보가 2004~2010년, 김두관 후보가 이어받았다.
또 김태호 후보는 18, 19대 총선 때 '김해시 을'에서, 20대 때는 '산청·함양·거창·합천'에서 당선됐다. 김두관 후보도 20대 총선에서 경기 '김포시 갑'에서 당선돼 국회에 처음 입성했고, 21에선 당의 요청으로 '양산시 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둘은 지난 21대 대통령선거에서도 대권 예비 주자로 나선 점도 동일하다.
다만 두 후보가 이 지역에 연고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유권자의 표심은 인물과 함께 정당 지지도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엇비슷한 공약-실행력이 변수
김두관 후보는 ▲웅상 지역 통과 광역철도 개설 ▲KTX 월평역사 추진 등 철도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또 사송신도시 하이패스 IC 조기 개설과 1028 지방도의 국도 승격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태호 후보는 출마의 변에서 “양산을 새로운 정치의 발원지로 만들고, 미래는 안중에 없는 낡은 정치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지역 발전 방안으로는 양산시가 기업 유치를 위해 추진하는 ‘기회발전 특구’ 지정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와 울산~양산~김해~창원 동남권 순환광역철도 조기개설 ▲양산의 동서를 잇는 웅상~상북면 간 1028호 지방도 국도승격 및 천성산 터널 건설 ▲사송신도시 양방향 하이패스 IC 개설 등을 대표 공약했다.
▶야권에 작은 변수도 나와
김두관 후보와 진보당 박봉열 후보는 지난 5일 단일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6일 오전 양산시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박 후보의 여론조사 특표는 1%대에 머물지만 두 번의 여론조사에서 진 것으로 나온 김두관 후보 입장에선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1%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바라고 있다.
두 후보는 '양산시 을' 선거구에 '전략 공천'으로 왔다. 이곳 출신이 아닌 완전한 객'(客)', 즉 뜨내기다. 따라서 이번 승리 후 이곳에서 재선을 활 지 또 다른 곳으로 옮길 지는 모를 일이다.
이곳 유권자 입장에선 일단 누가 4년 임기 동안 지역 발전을 더 시킬 것인가가 관심사로 부상할 수 있다.
전략 공천지는 대체로 박빙의 승부 지역이 많고, 지금의 '양산시 을' 지역도 비슷하다. '수성과 탈환'의 건곤일척(乾坤一擲) 승부 일정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