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을 76명에서 124명을 늘려 200명을 신청한 것은 향후 창원에 경대 의대를 설립하는 주체가 될 겁니다"
권순기 경상국립대(GNU) 총장은 11일 경남 진주시 판문동 진양호변에 있는 아시아레이크사이드호텔에서 ‘2024학년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전국 이슈가 돼 있는 '정부의 의대 증원'과 관련, 경상국립대가 정원 증원을 대폭 늘려 신청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권 총장의 이 같은 언급은 최근 창원의 대학은 물론 기관과 단체에서 창원 지역에 의과대 설립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한 간접 의사 개진으로 읽힌다. 창원(마산합포구)에는 700병상의 창원경상국립대병원(분원)이 설립돼 있어 향후 의대 캠퍼스를 만들 수 있다는 포석이다.
이날 경남도청과 진주시청 출입기자 등 40여 명의 기자가 참석한 간담회에는 권 총장을 비롯한 대학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해 지난해 대학의 주요 성과와 올해 대학 경영 방향을 설명하고 기자들로부터 대학 발전 제안 등을 들었다. 대학 측에서는 권 총장, 김곤섭 연구부총장, 권선옥 교학부총장, 정재우 칠암캠퍼스 부총장, 강정화 학생처장, 서영건 정보전산처장 등 본부 보직 인사가 참석했다.
권 총장은 인사말에서 “평소 우리 대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보도해 주는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매일 아침 언론보도 현황을 보고받는데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특히 글로컬대학 30사업 선정과 관련해 기사로서 적극 조언하고 협조해 주신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권 총장은 먼저 옛 경상대와 경남과학기술대의 통합 성과를 언급했다.
그는 "대표적인 통합의 성과는 캠퍼스 창업과 관련한 부문에서 드러났다"며 "칠암캠퍼스를 의생명, 산학협력, 창업, 평생교육, 시민개방형 공간으로 특성화해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창업과 관련한 정부재정지원사업 4개를 연속 수주해 창업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교육혁신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갖춘 국가거점 국립대학으로 발돋움했다"고 밝혔다. 기존 경상대의 연구 경쟁력과 경남과기대의 창업교육 인프라가 동반상승효과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 대학의 통합으로 국책사업 지원 규모가 3배로 늘어 큰 양적 성장을 했다. 통합 전 1500억 원에 불과하던 지원금이 통합 이후엔 2400억 원(2022년)이 늘었다가 지난해엔 4000억 원 가까이 늘었다. 최근 1년 만에 지원금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최근 경상국립대의 발전상이 도드라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통합한 2021년 입학 정원은 4313명(경상대 3138명, 경남과기대 1175명)이었고 2023년 신입생은 4293명으로 통합 전과 비교해 30% 정도 늘었는데 지원금은 무려 3배로 증가한 것이다.
권 총장은 특별히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선정과 관련한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두 대학의 통합 이후 국가와 지역이 요구하는 단과대학, 학과를 신설했다"고 밝히고 "유사중복학과를 통폐합해 우주항공대학, IT공과대학을 만들었고 학과로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수산생명의학과를 신설했다. 특히 우주항공대학 설립은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선정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권 총장은 우주항공·방산 등 글로컬대학 30 사업의 핵심 추진 내용과 관련해 "우주항공대학(단과대학)은 국내 대학 최초로 설립해 2024학년도 1학기에 신입생 109명이 입학했다"며 "이들 신입생에게는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전액 지원하고, 우수 학생에게는 생활보조금도 지급한다. 'KAI트랙', '한화시스템트랙' 등 취업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와 관련 "우주항공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됨으로써 향후 5년간 창업 등 관련 여러 분야에서 7000억~1조 원대의 정부 관련 프로젝트를 끌어오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 총장은 또 자신이 재안해 화제가 되고 있는 '경상국립대형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관해선 "이는 인구감소·지역소멸의 시대에 국가균형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모델이다. 지역 산업,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외 명문대학, 우주항공·방산 분야 국내·외 연구기관과 연계해 서울대 수준의 우수인재를 육성하는 지방대 발전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시로 “우주항공 분야에 입학한 경상국립대 학생이 서울대의 졸업 기준을 충족할 경우 서울대와 경상국립대 이름이 모두 적힌 ‘공동학위’를 주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대 의향에 따라 공동학위 이수 기준을 별도로 만드는 ‘공동학위제’, 서울대생과 같은 졸업 기준을 맞추는 ‘복수학위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현재 전국적인 이슈인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관련해 권 총장은 “규모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인을 포함한 국민 절대 다수가 찬성하고 있다. 경상국립대는 3월 4일 교육부에 의과대학 정원을 현재 76명에서 124명을 증원해 200명을 신청했다. 작년 11월 조사에서 2025년 150명, 2027년 175명, 2029년 200명으로 제출한 바 있는데, 더이상 증원이 힘들 것을 예상해 최대치를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 총장은 특히 “경상국립대 의과대학은 경남 중서부지역과 전남 동부지역을 아우르는 유일한 의과대학이며 향후 창원의 의과대학 설립의 주체가 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이 지역에서 일하는 의사인력 양성의 유일하고도 핵심적인 교육기관으로서 향후 지역인재 전형 등을 확대해 지역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역에서 수련받고 정착하도록 유인하는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명 과정에서 창원대 의대 설립 건도 언급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각 시·도 거점국립대 중심의 의대 정원 증원에 맞춰 경남의 경우 먼저 경상국립대에서 의대 인원을 많이 확보하고 도내 의료 인력을 양성한 뒤 창원 의대 설립에 나서는 것이 전략적으로 낫다는 말로 풀이된다.
정부는 내년 의대 정원을 2000명을 늘리기로 확정하고, 의대 교수도 수도권을 제외한 각 시·도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또 "정부, 경남도, 대학이 노력하면 부족하지만 교육여건을 만들어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족한 여건하에서 의학교육을 담당할 교수님들의 헌신과 열정을 이끌어내는 것인데, 이 부분이 현재로서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대책과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여건조성과 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 총장은 국가거점 국립대으로서의 경상국립대 비전에 대해서는 "경상국립대는 학령인구 감소, 팬데믹(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 고등교육을 리드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대학 소재지는 지방 중소도시이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명문대학으로 당당하게 도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경상국립대는 한동안의 침체기를 벗어나 곳곳에서 경남의 거점국립대로서 옛 위상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를 대학 안팎에서 듣고 있다.
임기 마지막 해를 보내는 소회에 대해선 "임기 첫해인 듯 꽉 짜인 일정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은 ▲글로컬대학 30 사업 조기 정상화 ▲통합대학의 유사·중복 학과·단과대학의 마지막 조정 ▲주요 국책사업 및 국가 R&D 사업 성과 독려 ▲창업과 관련한 대형 사업 성과 독려 ▲차기 총장에게 대학의 현안과 주요 사업 인계 준비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학 구성원과 지역민들이 ‘경상국립대가 세계적 명문대학으로 도약하도록 기반을 확고하게 닦은 총장, 경남의 국가거점 국립대학으로서 지역 혁신·발전의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총장, 대학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노력한 총장’으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순기 총장은 "많은 분 덕분에 총장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기억하고 갚을 것이다. 특히 언론인의 도움 덕분에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며 언론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 다음 기사에서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내용 전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