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코 앞에 둔 요 며칠간 '대파 한 단 875원'과 '지원금 25만 원 지급'이 여야 간에 정쟁이 돼있다.
대파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민생물가 점검 차 방문한 농협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에서 대파 가격을 보고 "이 정도 가격이 (평소에)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했고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물정을 모른다"며 조롱성 비판을 했다.
'25만 원 지원금' 건은 민주당 이 대표가 대파 논란 이틀 후인 20일 꺼낸 기본소득 시리즈 격으로, 선거철 그의 단골 메뉴다. 경제 전문가인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이 “무식한 양반아, 돈 풀어서 인플레이션 잡자는 이재명 당신이 바보”라고 되받았다.
정치 전문가들은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는 물론 지역 발전 문제 등의 해결책은 온데간데 없고, 온통 지엽적인 포퓰리즘만 난무하고, 이념적인 복수 프레임만 자리하고 있다"며 큰 걱정이다.
■대파 가격 논란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방문했던 농협 하나로마트의 대파값과 관련해 20일 인천 미추홀구 토지금고시장에서 “대파가 어떻게 875원이냐. 시장에서 대파 한 단 사보니 3900원이다. (저 값이면) 농민은 뭘 먹고 사나. 윤 대통령 물정 모른다.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물가 방치는 무능"이라고 했다.
기자도 "도대체 현장과 동떨어진 저 행사를 누가 기획했을까? 현실과 괴리가 큰데, 저 가격을 보는 국민들이 납득을 할까?"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의 고물가 민생현장 방문이 되레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생채기를 낸 것으로 판단했다. 누굴 잡고 물어도 말은 비슷하다.
하지만 현장 영상을 모두 보고선 이 대표의 주장에 사실을 크게 왜곡한 곳이 있었다. 대부분의 시중가와 달라서 과한 기획 지적은 받겠지만, 그의 비난이 된 대통령의 말은 틀리지 않았고 물가 상황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의 '대파값 발언'의 전말을 알아보자.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등 채소 물가를 점검했다.
다음은 대파 매대 앞에서의 대화다.
“원래 가격은 지금 한 1700원(일반할인 적용) 정도 해야 되는데 저희가 875원(특별할인)에 이제...”(염기동 농협유통대표)
“근데, 여기 지금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거 아니에요”(윤 대통령)
“5대 대형마트 다 합니다”(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대파는 뭐 875원이면 그래도…”(윤 대통령)
“2550원 정도 했습니다”(강호동 농협중앙회장)
“한창 비쌀 때는 3900원까지 했습니다”(송 장관)
“저도 시장을 많이 가봐서 대파 875원이면 그냥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이 되고…” (윤 대통령)
윤 대통령의 말 요지는 "(평상시라면) 대파 한 단 875원이 합리적이다. 하나로마트에서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거 아니냐”다.
한국농수산물유통센터 농산물유통정보 가격 집계에 따르면, 20일 기준 대파 상품(上品) 1kg 평균가는 2878원이었다. 최근 5년 평균(2977원)보다 조금 싸지만 대통령이 언급한 가격과는 차이가 크다. 1개월 전엔 4589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지속 하락했다.
또한 지난 21일 대파 한 단 값은 이마트 1980원(850g), 롯데마트 2500원(700g), 홈플러스에서는 2900원(1봉지)에 판매되고 있었다. 단 수와 무게에 따라 값이 다르다.
기자는 서울에 있는 독자에게 부탁해 26일 대파값을 점검해봤다.
하나로마트 서울 강서구 등촌점은 2786원(5개들이 한 봉지)이었고 홈플러스 서울 강서 본점과 가양점 3000원, NC백화점 서울 강서점에선 3000원(600g)이었다. 3배 정도 괴리감이 있었다.
다만 하나로마트 875원 특별판매는 수도권에선 양재를 비롯 고양·수원·성남·창동점 등 5곳, 지방은 울산·청주점 등 2곳에서 27일까지 한다.
그렇다면 875원짜리 대파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875원짜리 대파는 실제 권장소비자가로 4250원이다.
875원은 권장소비자가에 먼저 '정부의 도매상 납품 단가'와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이 적용됐다. 이어 농산물값이 오르자 정부가 '할인 쿠폰'을 추가로 지원해 책정됐다. 첫 가격에서 두 번의 할인에, 또 할인을 순서대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서민 물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도입한 '도매상 납품 단가 지원' 2000원, '하나로마트 자체 할인' 1000원을 더해 3000원이 먼저 깎였다.
할인된 가격은 1250원. 이것만으로도 요즘 시세에 비해 꽤 싸다.
여기에 또 추가로 정부가 지원한 '농산물 할인 쿠폰' 30%(375원)가 더해져 총 3375원이 할인됐다. 따라서 최종 판매가는 875원이 됐다.
정부가 지원하는 '납품 단가·할인 쿠폰 지원'은 하나로마트 말고도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각 마트가 자체 할인을 얼마나 적용하느냐에 따라 매장의 최종 가격은 달라진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14~17일 대파 한 단에 1000원에 판매됐고 18일부터는 정부의 할인쿠폰 지원이 올라가면서 875원에 판매됐다. 때마침 18일에 윤 대통령이 방문하셔서 오해가 생겼다”고 했다.
참고로 경우는 다르지만 이 같은 할인은 대형마트가 휴업을 하는 일요일 전날 오후 7시쯤이면 어렵지 않게 본다. 예컨대 토요일 오후 늦게 가면 할인한 상품에 마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다시 할인하는 경우다. 매장 마감 시간 한 두 시간 전엔 판매가의 50~70%에서 살 수 있는 게 많다.
대파값은 민주당 이 대표가 총선 유세장에서 대파를 들고 비판에 나서면서 정치 이슈가 됐다.
정치의 생리가 그렇듯 전후 사실관계를 생략하고 정략적인 공격을 가한다. 이러다 보니 사실이 왜곡돼 여론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건도 일반인이 납득하기 힘든 가격대가 문제였지, 대통령이 말을 잘못한 곳은 없었다.
이와 비슷한 경우는 전에도 있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022년 8월 11일 물가 점검 위해 서울의 한 농산물도매시장을 찾았다.
사과 종류 중 가장 먼저(늦여름) 출하되는 '아오리' 풋사과를 보며 “이게 빨개지는 거냐”고 물었다. 온라인상에서 "연녹색 풋사과를 보고도 무지하다"는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오리 사과는 익으면 색깔이 붉게 변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비슷한 경우를 당했다. 그는 2016년 휴가 중 울산 전통시장에 가 국산 고춧가루를 보고 "고추로 만든 가루···. 이건 굉장히 귀하네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진영에선 "고춧가루를 몰라서 '고추로 만든 가루'라고 부른다며 비아냥거렸다.
고추로 만든 가루란 말이 그렇게 무식하게 들리거나 거슬리지 않는다. 고추를 빻아 만든 거니 고추로 만든 가루다. 또한 그의 말은 중국산 수입으로 인해 국내산 고춧가루가 귀하다는 뜻이었다. 즉 "국산 고추로 만든 가루···. 이건 굉장히 귀하네요"로 해석하는 게 맞다.
되씹어 보면 헛웃음이 나오는 사례들이다.
특히 이런 사례는 선거철만 되면 기승을 부린다. 선거철이면 호상간에 도처에서 벌겋게 두 눈을 뜨고선 상대 실수만을 바라고, 이를 활용하고 악용하는 공격선이 수없이 열려 있다. 이는 정치인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다.
예부터 임금은 백성의 욕을 수없이 듣는 게 상례다. 저잣거리에서 숨어서 하는 욕이 몸집을 키워 여론이 된다. '백성은 배우지 못해 어리석지만 성이 나면 임금이 이길 수 없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지금은 모두가 똑똑한 세상이 됐지만 생업에 바빠 옛 백성처럼 현안에 무지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입에 오르내릴만한 소문에는 벌레보다 더 반응이 빠른 게 요즘 사람들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왜 우리는 농산물을 이렇게 바싸게 사먹게 됐을까이다.
코로나19 때 시중에 풀린 돈으로 인한 고물가(인플레이션), 정부의 농산물 수급 실패 등이 주요 원인이다. 하지만 뭐래도 가장 큰 이유는 기후 변화다.
고물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물가를 잡아야만 재선에 성공한다고 집권 내내 물가잡기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국가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겪는 큰 고통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경기를 살리거나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타격에 지원금을 막 뿌려 고통이 지금에서야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몇 년간 지속된다.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몇 년 지났는데 전 정권 탓이냐"는데 틀린 말이다. 책임을 회피하는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기후 변화는 농산물 고물가에 가장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이유인데도 우리는 이를 간과하고 있다.
실제 이번 대파 논쟁과 사과·배 등 과일 고가 행진, 봄 시설수박 흉작 등 모두가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발생했다. 사과는 봄철 냉해로 수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잦은 여름 폭염-폭우, 수확철 우박이 범인이었다.
대파와 수박 등 시설채소도 잦은 꽃샘추위와 비로 하우스 내 온도 하락과 일조량 부족으로 곰팡이병이 걸리고 생육이 불량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후 변화 앞엔 이제 개인도, 집단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질 것이 명약관화한데도 많은 사람이 남 탓을 하고 남의 일로 생각한다. 지금도 우리는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행위들을 수없이 하고 있다.
근본은 날씨 때문인데, 정치권은 우선 표가 급해 딴소리로 수급 문제이니 하고 있다는 말이다. 날씨 때문에 생산이 급감했는데 수급을 말하는 건 앞 뒤가 뒤바뀐 것이다. 수급 문제는 그 다음의 문제다. 지구가 언젠가는 열로 타서 폭발해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물체가 죽는다고 하면 그때 가서야 믿을 건가?
물론 대파 소란은 이날 행사 대파값이 일반 서민이 체감하는 가격과 동떨어져 있다는 데서 발생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농협과 부처, 청와대의 판단이 부족했다는 말이다.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행사란 말을 듣기에 충분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파 한 단을 손에 쥐고 한숨을 쉬는 국민이 아니라 자신의 '목줄'을 잡고 있는 대통령만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권력 앞에 득실거린 '딸랑이'들이 만든 오작품이었다.
그동안 수없이 사례를 봐온 것처럼 현실과 맞지 않은 해바라기성 보여주기식 행사는 여론의 역풍을 맞는다.
875원은 최저 중의 최저가가 아닌가? 이 가격의 대파를 모든 국민이 접할 순 없다. 이 행사를 하는 매장은 고작 전국 7개에 불과하다. 또한 대형마트에만 가지 않는다.
대파 875원은 할인에 또 할인, 쿠폰까지 끼워서 만들어낸 특별한 기획성으로 이 가격은 결코 합리적일 수 없다. 875원은 많은 국민이 상실감을 갖는 가격이란 말이다.
이번 대파 논쟁의 주체들인 농식품부와 농협, 이를 총괄한 대통령실은 현실과 동떨어진 기획에 사죄를 해야 한다.
정치권도 총선 표심에 기대 근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왜곡하거나 지엽적인 사안으로 침소봉대해서도 안된다.
민주당 이 대표도 얄팍한 선동식 공격으로 끝내지 말고 기후 변화의 중장기 대처 등 대안도 언급했어야 했다. 그의 요즘 언변엔 사과, 대파 파동이 왜 나왔는지에 대한 대안 언급은 눈 씻고 봐도 없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진 말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총선에선 기후 변화에 대한 대안 제시를 많이 내놓는 당과 인물을 찍는 것이 사과·대파 소동을 없애는 정답임엔 틀림이 없다.
이런 정치를 조금이라도 바꾸려면 국민이 먼저 깨어 있어야 한다.
■25만 원 지원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4일 서울 송파구 유세 현장 기자회견에서 “벼랑에 놓인 민생경제 회생을 위해서 특단의 긴급구호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며 “민생회복지원금 1인당 25만 원, 가구당 평균 10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같은 취약계층의 경우에는 1인당 10만 원의 추가 지급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은 고작 13조 원 정도라며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썩 와닿지 않는다.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보인다.
지금은 코로나19 당시처럼 지극히 힘든 상황이 아니다. 코로나19 당시엔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들어 지원금 지급이 크게 먹혔지만 지금은 먹힐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철 지난 이슈를 사탕발림식 재탕으로 내놓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따져 보면 개인당 25만 원은 결국엔 '조삼모사'로 귀결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풀린 돈에 고물가를 겪고 있으니 누구나 알게 됐다.
대부분의 서민은 코로나19 때 받은 지원금보다 더 많은 돈을 고물가로 지불 중에 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를 2%대니 3%대니 발표하지만 어디 그런가? 정작 '서민 물가'는 10% 이상까지 오른 게 많다. 소주 한 병은 150원 오르면 음식점에선 1000원이 오른다. 이게 서민들이 겪는 물가가고다.
고물가의 이유는 원자재 값 상승 등 여럿 있지만 통상 돈이 많이 풀린 인플레이션이 더 크게 영향을 준다.
그런데 왜 이 대표는 다시 '지원금 말'을 꺼냈을까?
공짜 좋아하는 인간의 심리를 활용하려는 진보좌파 특유의 선전선동의 유전자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십분 활용해 총선 이삭표 줍기로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이 대표는 선거 때 나오는 유권자 심리를 활용한다. 이 대표 뿐만 아니라 진보좌파 진영은 이 부분에서 유독 강하다.
정치인이 이렇게 던져놓는 말은 저잣거리, 술자리에서 하루 이틀 새 화제로 이어진다. 대체로 이런 자리에선 정확한 전후 내용과 사정은 오가지 않는다. 정치인은 노회하게 이를 노리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독일 나치 선전장관 괴벨스가 이를 잘 활용했다. '한 장의 거짓 선전선동에 인간은 잘 넘어간다. 이를 바로 잡으려면 이미 상황은 끝나 있다'는 말은 유명하다. 그래서 그는 이를 집요하게 활용해 히틀러를 국민 영웅으로 만들었다. 2주가량 남은 총선 기간이 이 대표에겐 딱 이런 시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론이 어디 그렇게 만만한가. 언론을 비롯해 전문가층에서 이 대표의 지원금 제안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정책이다, 잘 한다'는 말은 거의 없다.
또한 집권당이 아니어서 현실화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하지만 저잣거리에선 이 시간에도 "공짜 25만 원이 어딘데"하며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그는 지원금 말을 하면서 "윤석열 정권이 그동안 퍼준 부자 감세, 민생 없는 민생토론회에서 밝혔던 기만적인 선심 약속들을 이행하는 데 드는 약 900조~1000조 원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 손톱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소양호수에 돌 하나 던졌더니 '야 그거 수위가 올라가서 댐 넘칠지도 몰라'라고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 돈이 "죽어가는 민생경제, 죽어가는 소상공인, 죽어가는 골목경제, 죽어가는 지방경제를 살릴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붙일 건 다 붙였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 때처럼 장사가 안 돼 죽어가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많지 않다. 편하진 않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다. 재난 상태가 아니란 말이다.
어려워 진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값(지금은 안정화 단계)이 올라 재료 값이 오르고, 풀린 돈이 많아 이를 거둬들이니 은행 이자율이 높아졌다.
원자재가는 거의 안정화 단계로 되돌아왔다.
은행 이자율은 돈이 더 많이 풀리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자율이 높아야 개인금고 안의 돈이 금융권으로 돌아오고 물가가 잡힌다. 돈을 풀면 빚을 내 사는 서민도 더 어려워진다. 이래서 금융 당국은 언제나 시중에 돈이 적정하게 돌도록 정책을 한다.
이 대목에서 이 대표의 지원금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어 추경을 속히 하라는 말도 헛웃음이 나온다. 이도 돈이 시장에 더 풀린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돈을 급히 풀어야 할 정도로 경제가 지극히 어려운가이다. 아니다. 서민들이 고물가에 시달리니 '돈 퍼주기'로 편승하려는 선거용으로 보이는 이유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고물가 인플레를 잡기 위해 총선을 앞두고도 여당 프리미엄을 접고 긴축재정을 밝혔다. 추경도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총선용 돈을 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게 중장기적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일이다
이 대표의 ‘1인 25만원 지원금’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 출신인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중·성동갑 후보)은 25일 "무식한 양반아, 돈 풀어서 인플레이션 잡자는 이재명 당신이 바보"라고 되받았다.
이 대표는 1인당 25만 원 지급을 제안하면서 "가구당 100만 원을 줘서 동네 장 보게 하면 돈이 돌고 경제가 활성화 한다. 무식한 양반들아, 이렇게 하면 된다"고 했다.
윤 전 의원은 정책의 경중, 우선 순위를 언급했다. 지금은 서민 물가 등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인플레를 잡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이란 말이다.
그는 "13조 원을 풀면 겨우 잡혀가는 인플레에 다시 불을 붙이자는 것이니 이런 상황을 끝도 없이 연장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의원은 "이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됐을 때 회자하던 농담은 ‘저 양반은 인플레 잡자며 돈 풀자고 할 사람이다’였다"며 "정책 분야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무식한 발언이 그것인데, 이 대표는 역시나 그 말을 하고 말았다"고 비꼬았다.
이어 “인플레는 고금리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시중에 넘쳐나는 돈을 거두어 잡아야 인플레가 잦아든다는 말), 그 고통을 심하게 겪는 취약계층을 돌보고 가격이 급등한 재화의 수급 병목을 풀어가는 것이 답이다. 정부는 그 일을 지금 하고 있다”고 했다.
윤 전 의원은 “전국을 다니면서 대파쇼를 하고 있는 민주당이 정작 인플레 대책은 단 한 가지도 말하지 못한 것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애쓰는 것이 맞는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불어 “차라리 대파나 들고 계속 흔드는 것이 백번 낫다”며 “40년 만에 돌아온 세계적인 인플레 현상에 대처한답시고 전 국민에게 돈을 풀자는 것은 진짜 무식하거나, 무식한 척하면서 제 잇속을 차리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했다.
윤 전 의원의 말처럼 이 대표의 ‘서민경제 활성화’ 해법은 틀렸다.
코로나19로 시중에 풀릴대로 풀린 돈을 어떤 형태로든 거둬들여야 한다. 한국은 물론 미국 등 어느 나라나 인플레 발목에 이렇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물가로 결국 서민만 죽어나고 국가 경제도 매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선심성 현금 13조가 별스런 돈이 아니라고 한다. 4년 전 총선 며칠 전에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풀어 대승을 한 달콤함을 잊기 어려운 모양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지원금 지급 주장이 '국민은 무식하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말로 들리는 이유다. 그 옛날 '고무신 선거'가 연상된다.
앞서 문재인 정권은 재임 기간에 선심성 재정으로 나랏빚을 무려 400조 원이나 늘려 청년 등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빚더미를 물려주고 있다.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은 더 의미가 있다.
그는 25일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을 위해서는 13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결국 시중에 돈을 더 풀게 돼 물가 불안을 자극하게 되고, 물가 불안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지원하자며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공약을 제시한 것으로 자가당착적이고 모순적인 제안"이라고 했다.
국민은 무식하지 않다.
우리 사회는 십수 년간 선전선동 속에 지내왔다. 이런 잘못된 정치 문화를 없애려면 거짓과 선전선동 앞에선 바로 대응해 가타부타 잘잘못을 가려주는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선거철만 되면 도지고 도지는 포퓰리즘과 선전선동성 공약에 많은 국민이 짜증과 화를 내고 있다. 언론도 이 대표의 지원금 공약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유권자가 "저런 거 말고 그래, 바로 이거야"라고 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공약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이 글의 사례로 적당한지 모르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상대의 질문과 의문에 곧바로 대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언변을 '틱톡 대응'이라고 붙여 말한다.
그래서 누구든 그를 섣불리 못 건드린다. 대체로 보수 측은 체면을 차리는데 한 위원장은 사안에 대해 곧바로 사실과 논리로 대응한다. 이러니 잘못된 공격을 하고 선동을 하려던 상대가 거꾸로 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다른 무엇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문화가 정착돼야 독버섯처럼 준동하는 '사이비'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총선에선 유권자가 쟁점의 내면을 알려고 더 부지런해지고, 쟁점들에 좀 더 똑똑해지고 현명해져야 한다.
국민이 나라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