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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역 참사 운전자 “일방통행인 줄 몰랐다”

평소 몰던 버스 '브레이크' '가속' 페달 유사해 착각 가능성
내비게이션 안내에도 역주행 진입 “급발진” 고수
거짓말탐지기 검토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7.09 21:58 | 최종 수정 2024.07.09 23:49 의견 0

서울 시청역에서 역주행 사고로 9명을 숨지게 한 차량 운전자 차 모(68) 씨가 경찰 조사에서 "사고가 난 도로(세종대로18길)가 일방통행로인지 모르고 진입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차 씨가 평소 몰던 버스 브레이크 페달이 사고 당일 운전한 차량 가속 페달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고 말했다.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 직후의 현장 CCTV 영상. 사고 차량이 받은 가드레일과 부서진 파편들이 늘려 있다. 종편 MBN

류재혁 남대문경찰서장은 9일 브리핑에서 “피의자는 그 부근 지역에 대한 지리감은 있었으나 직진, 좌회전이 금지된 사실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웨스틴조선 서울호텔) 주차장을 나와 일방통행로 진입 시점부터는 역주행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류 서장은 차 씨가 경적을 울리지 않았는지에 대해선 “확보한 블랙박스에서는 경적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은 특히 버스 기사인 차 씨가 평소 운전하던 버스 브레이크 페달과 사고 차량인 제네시스 G80 차량의 가속 페달이 비슷한 모양의 위아래로 긴 ‘오르간 페달’ 형태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일방통행로에 잘못 진입한 차 씨가 당황해 순간적으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혼동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또 사고 당시 차 씨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블랙박스에는 일방통행로가 아닌 다른 길을 안내하면서 ‘우회전하라’는 내비게이션의 경로 안내 음성이 담겨 있었다.

따라서 그가 내비게이션 안내를 전혀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안내를 듣고도 조작 미숙 등으로 일방통행로로 진입한 것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다만 일방통행로에 진입했을 때 ‘경로를 이탈했다’는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같은 사실과 정황에도 차 씨가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하는 만큼 ‘거짓말탐지기’ 검사도 할 방침이다.

서울 시청역 인근 차량사고 현장 모습. 서울시교통정보센터 CCTV 캡처

류 서장은 “10일 2차 조사하는 것으로 변호인 측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차 씨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18길을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해 9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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