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오리고기 먹고 3명 중태···경북 봉화에 초복날 대체 무슨 일이?

병원 측 “피해자 3명 모두 의식 없어”
16일 농약 중독 증세로 추가 1명 병원행
경북에선 상주, 청송, 포항서 농약 사건 발생

천진영 기자 승인 2024.07.17 02:05 | 최종 수정 2024.07.17 09:37 의견 0

초복(15일)에 오리고기를 나눠 먹고 중태에 빠진 경북 봉화 어르신들에게서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당초 식중독을 의심했지만 누군가가 고의로 이 음식에 농약을 넣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피해자들은 경북 안동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틀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경찰청은 전날 봉화군 봉화읍 내성리 한 식당에서 복날 보신용으로 오리고기를 먹은 이들 중 심정지와 근육 경직 증세를 보인 60∼70대 여성 3명의 위에서 농약 성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안동병원에서 보낸 이들의 위세척액과 혈액 표본을 정밀 감정 결과 농약 성분을 확인했다.

이들의 공통된 증상은 호흡 곤란과 침 흘림, 근육 경직이다. 병원 관계자는 “마땅한 해독제가 없어 몸에서 분해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오리고기를 먹었던 다른 여성 한 명도 봉화군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악화돼 16일 오전 안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경로당 회원 등 주변 탐문과 CCTV 분석을 통해 범인을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농약 중독 증세는 특정 자리에서 먹은 사람들에서 발생했다.

사건 당일인 15일 낮 12시쯤 봉화읍 내성리 한 경로당 회원 41명은 초복 행사로 마을의 한 식당에서 오리고기를 나눠 먹었다.

대다수는 식사 후 인근 노인복지관 등으로 떠났고 늦게 도착한 일행 5명이 같은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었다. 이들 중 4명만 농약 중독 증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2시 이후 A(69) 씨가 심정지 증세를 보였다. 이어 B(여·75) 씨와 C(65) 씨도 의식을 잃는 등 위독 증세를 보였다.

한편 경북에선 10년 전부터 두 건의 비슷한 사건이 터지고 있다.

2015년 7월 14일 초복 다음날 상주시 한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7명 중 6명이 냉장고에 든 사이다를 나눠마시고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태에 빠졌다. 이른바 ‘농약사이다 사건’이다.

다음 해 3월엔 청송군 현동면 한 마을회관에서 냉장고에 든 소주를 나눠 마신 주민 2명 중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두 사건에 모두 당시 제조나 판매가 중단된 고독성 농약 ‘메소밀’ 성분이 검출됐다. 메소밀은 진딧물 방제에 주로 쓰이는 살충제로 독성이 강하다. 범인은 찾지 못했다.

또 2018년 4월 포항에서도 이른바 ‘농약 고등어탕 사건’이 발생했다. 아침 식사로 끓여 놓은 고등어탕을 미리 맛본 주민 1명이 구토 증상을 보였다. 고등어탕에는 저독성 농약 150㎖가량이 들어있었다.

마을 주민과 갈등이 있었던 60대가 농약을 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저작권자 ⓒ 더경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