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큰 더위'를 뜻하는 절기 대서(大暑)입니다. 큰 대(大)-더위 서(暑), 말 그대로 불볕더위가 오래 전부터 진행 중입니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대지의 열기만큼이나 쩌렁쩌렁 해지는 때입니다. '대서에는 염소뿔도 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지요.
대서는 24절기 중 딱 절반인 12번째로 작은 더위인 소서(小暑)와 가을이 온다는 입추(立秋) 사이에 자리합니다. 양력 7월 22~23일에 듭니다.
대서보다 입추 때가 더 덥다고 하니 찜통더위를 잘 이겨내야 하겠습니다. 불볕더위, 찜통더위, 가마솥더위란 말이 절로 나오는 날씨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일찌감치 폭염이 절정을 이뤄 올해도 벌써 파김치가 될만큼 무덥습니다. 올해는 장마가 보름 전부터 시작돼 폭우로 인한 습한 폭염에 더 덥습니다.
고려사(高麗史)에는 대서 입기일(入氣日·대서가 시작되는 날)로부터 입추까지 기간을 5일씩 끊어 삼후(三候)로 하는데 초후에는 썩은 풀에서 반딧불이 나오고, 차후에는 흙에 습기가 많으며 무덥고, 말후에는 큰 비가 때때로 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삼복더위인 대서 때는 풍습은 무더위를 피하는 게 많습니다.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정(山亭·산의 정자)을 찾아가 노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요즘 말하는 피서, 바캉스이지요.
이 무렵 농촌에서는 논밭의 김매기, 논밭두렁의 잡초 베기 등을 합니다.
한낮 뙤약볕 아래에서 논밭둑에 난 풀을 베다가 일사병과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일이 가장 맛있는 절기입니다. 복숭아, 참외, 수박 등이 풍성해 돗자리를 깐 원두막에서 깎아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옛 시골 정취입니다.
너무 더워도 벼가 웃자라 도열병 등에 걸릴 확률이 높아져 소출이 떨어진답니다.
거꾸로 냉해나 비가 자주 와도 마찬가지입니다. '삼복(三伏)에 비가 오면 대추나무에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수확한 햇밀과 보리를 도정해 냉면과 보리밥으로 해서 먹는 풍습도 있습니다. 한여름 시원한 냉면과 강된장을 푼 꽁보리밥을 호박잎에 싸 먹으면 천하의 일미입니다.
속담으로는 '소서, 대서에 하루 놀면 동짓섣날 열흘 굶는다'는 곡식이 한창 자라는 이 시기에 논밭 김메기, 논밭두렁 풀베기 등을 게을리 하면 잡풀이 영양분을 다 빨아 먹고 곡식의 자람을 방해해 소출이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대서에는 염소뿔도 녹는다'는 염소뿔은 단단한데 이 뿔도 녹일 정도로 무덥다는 뜻이지요. 염소가 싸울 때 뿔로 부닥치는 것도 단단한 뿔 때문이라고 합니다.
내 고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기도 합니다.
이육사의 시 '청포도'입니다.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