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속담 순례] '초복날 소나기는 한 고방의 구슬보다 낫다'(37)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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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5 12:38 | 최종 수정 2024.07.18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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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복날입니다. 오늘(15일)은 삼복(三伏)의 첫 복날인 초복입니다.
진주를 비롯한 부울경에는 비가 약간 내렸지만, 대체로 구름만 자욱한 날씨입니다.
초복날 속담인 '초복날 소나기는 한 고방의 구슬보다 낫다'는 날씨가 무덥고 가뭄이 들기 쉬운 때라 조금의 비가 와도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는 뜻입니다.
오늘 중부엔 폭염이 몰아친다는데 남부 지역엔 지속되던 폭염이 물러나고 장맛비가 가끔 내립니다.
예전 농사란 게 비가 적절히 와야 풍년을 기약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엔 소류지(못)나 댐 등 수리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물 걱정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초복 무렵은 벼가 왕성하게 성장하기 시작하는 계절이어서 비가 내려야 큰 도움이 됩니다. 논과 밭 작물은 물론 과일도 마찬가지로 성장의 시기입니다. 아이들이 클 때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해줘야 하는 이치와 같습니다.
하지만 무더운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초복이 되면 햇빛이 너무 강해 대지의 수분이 증발해 논 바닥이 마르기 쉽습니다. 심한 가뭄이 들기도 합니다. 제때 오는 비가 정말 소중하지요.
이런 때에 잠시 소나기가 내려 땅을 촉촉하게 적셔주면 벼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됩니다. 농업인에겐 여간 고마운 비가 아닌 것이지요.
'초복날 소나기는 한 고방의 구슬보다 낫다'는 속담은 타들어 가는 논바닥을 바라보는 농업인의 근심 걱정을 한순간에 씻어 버리는 초복의 소나기가 세간(집안 살림 물건)을 넣어 두는 고방(庫房, 광 또는 창고)에 가득 든 구슬보다 나을 정도로 절실하다는 것을 강조한 속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 수리시설이 잘 돼 있다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지구 온난화로 폭염과 한파에도 '극한'이란 말이 붙어 '극한 폭염', '극한 한파'으로 불림니다. 한 달 정도 비가 오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소류지도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겠지요. 실제 그런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자주 일어납니다.
환경 단체에서 환경 파괴라고 주장하는 댐 건설 등이 맞는지에 대한 생각도 깊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