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서(小暑)입니다. 풀이하면 '작은 더위'가 시작된다는 절기입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푹푹 찌는 한여름 날씨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엔 30~38도를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소서는 24절기 중 열한 번째 절기로 하지(夏至)와 대서(大暑) 사이에 있습니다. 따가운 햇살 아래 오곡과 과일 채소가 무럭무럭 자라는 시기입니다. 또한 여름 장마가 시작되는 철입니다. 비가 자주, 많이 내려 습도가 높은 때이지요.
고려사에는 소서 무렵의 15일을 3후(三侯)로 나눠 초후(初候)엔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차후(次候)에는 귀뚜라미가 벽에서 살며, 말후(末候)엔 매가 새를 잡기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논에 심은 모가 뿌리를 내려 파릇파릇해집니다. 예전 소서 무렵에는 초벌논매기를 했습니다. 김매기라고도 하는데, 무논에 난 작은 잡풀을 손으로 긁어 논바닥에 묻는 작업입니다.
이때는 또 논둑과 밭두렁에 풀이 많이 납니다. 장마철을 맞아 풀이 금방 자라기 때문에 작은 모가 치이지 않고 햇빛을 많이 받도록 풀을 주기적으로 베어 줘야 합니다.
이 풀은 퇴비용으로 활용하지만 농약을 치지 않을 땐 소꼴(소 등에게 먹이는 풀)도 했습니다.
요즘은 아니지만 보리를 베어낸 밭에는 콩, 조, 팥 등을 심었지요.
농가월령가는 이 절기의 풍경을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 뿐이로다. 논밭을 갈마들여(서로 번갈아 들어) 삼사차 돌려 맬 제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막혀 기진할 듯'하다고 묘사했습니다.
이처럼 무더위 속에 논밭에서 나는 풀을 뽑아내느라 바쁘다는 뜻입니다. 농부들은 "돌아서면 잡초가 한뼘씩 자란다"며 혀를 내두른다고 합니다. 잦은 비 때문입니다.
채소와 과일도 풍요로운 절기입니다.
제철 채소인 감자, 오이, 애호박 등이 나오지요. 제철 과일인 자두, 수박, 참외, 토마토가 나와 챙겨먹으면서 더위를 식힙니다.
마을 인근 냇가에서는 다슬기도 자라 잡아 삶아서 속을 뽑아먹곤 합니다. 이 땐 수확한 밀과 보리도 도정해 먹었습니다.
모두가 제철 음식이니 영양가도 꽤 풍부하겠지요.
예전엔 모내기를 보통 직전 절기인 하지 때까지 다 끝내는데 늦은 모내기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 전 3일, 하지 후 3일’이란 말이 그래서 나왔습니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하신리에서는 소서 때가 모를 심는 적기라고 했답니다.
모를 늦게 심게 되는 이유는 두레를 하던 당시엔 논에 심은 보리를 베어내고 모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소서 절기 속담도 있습니다.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 심는다'는 속담은 모심는 때가 늦어 빨리 끝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뉴월 병아리 하루 볕이 새롭다'거나 '오뉴월 볕 하루만 더 쬐어도 낫다'는 볕과 관련한 속담입니다. 음력 오뉴월에는 햇볕이 좋아 하루 더 햇볕을 쬐면 그만큼 더 자란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