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는 악동(kamala IS brat)"
영국의 30대 중반 인기 싱어송라이터인 찰리 XCX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이 글에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선거 캠프가 반색하고 나섰다. '브랫(brat)'은 '버릇없는 녀석', '악동', '꼬맹이' 등 부정과 낮잡음을 뜻하는 단어다.
해리스 캠프는 곧바로 선거 캠프 공식계정인 'kamala hq' 상단의 배경 색을 '라임 그린(lime green)'으로 바꿔 찰리의 말에 즉각 호응했다. 라임 그린은 라임빛 녹색이란 뜻으로 '밝은 노란빛의 녹색'을 뜻한다.
27일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해리스의 지지자들은 "찰리가 해리스를 개성과 감각있는 사람으로 인정했다"며 자신의 소셜미디어 배경색을 바꾸고 있다. 특히 젊은층인 밀레니얼과 Z세대(1996~2010년)가 '브랫(brat)'에 열광하고 있다.
젊고 반항적인 이미지가 81세 고령의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부족했던 에너지를 대선 캠페인에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인기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현 대통령) 지지 발언을 한 것과 비슷하다는 말도 나온다.
'브랫(brat)'은 지난달 7일 낸 찰리 XCX의 6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이다. 앨범 겉표지 색은 '라임 그린'으로 앨범 중간에 저해상도 에이리얼(Arial) 글꼴로 'brat'이라고 적혀 있다. 앨범의 브랫(brat) 글꼴도 저해상도여서 흐릿한 느낌을 준다.
찰리 XCX는 영국 BBC에 출연해 "브랫은 담배 한 갑, 라이터 한 개와 브래지어 없이 끈 달린 흰색 상의를 입는 사람을 상징하는 컨셉트"라고 설명했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약간 지저분하고 파티를 좋아하고 가끔 멍청한 말도 하는 소녀 같은 이미지"라고 했다.
CNN은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종종 보여주는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과 정반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반항적인 이 이미지에 젊은층이 반응했다.
앨범 '브랫(brat)'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찰리는 이 색을 사용한 이유로 "왜 저런 초록색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이 나오기 바랐다"고 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앨범에 투영된 '실수도 하는 30대 초반의 불안한 모습'이 오히려 현실감으로 다가가 더 인기를 끈다"고 해석한다. 특히 이 앨범이 여름에 나왔다는 점에서 '브랫 서머(brat summer)'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브랫(brat)'의 라임 그린 색이 젊은층에서 '힙함의 상징색'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리스 캠프 측은 '브랫(brat)'을 통해 59세로 상대적으로 젊은 해리스와 78세의 도날드 트럼프와 비교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브랫(brat)'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의 반항적인 이미지도 젊은층에게 강조하고 있다.
해리스는 최초의 흑인(아프리카·아시아계) 여성 대통령 유력 후보로 평소 호탕하게 웃고 흥겹게 춤추고, 재치 있는 입담을 보여주고 있다.
젊은층을 파고 드는 해리스의 밈(meme·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며 유행하는 이미지와 영상)은 '버릇없는 철부지' 브랫(brat) 말고도 더 있다.
'코코넛 나무'다.
해리스는 지난해 5월 백악관에서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 미국 이주민)계 미국인의 교육 형평성과 관련한 연설 중에 "너희들이 그냥 코코넛 나무에서 뚝 떨어졌다고 생각하니?"라는 그녀의 어머니 말을 인용해 주목을 받았다.
이 말은 젊은 세대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기존 세대와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코코넛은 아프리카·아시아계 미국인을 뜻한다. 겉은 갈색이지만 속은 하얀 코코넛의 특성에 이름 붙였다.
한 민주당 전략가는 "민주당과 해리스에게서 이전(바이든 때)에는 볼 수 없었던 에너지와 관심, 참여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밈은 SNS에서 해리스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져 트럼프와 박빙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 유권자 등록사이트(Vote·org)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한 후 48시간 동안 등록한 신규 유권자 4만 명 중 83%가 18~34세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은 해리스 부통령의 소셜미디어의 게시물 인기는 트럼프 공화당 후보(전 대통령)의 인기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