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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하는 말 되짚어보기] 한글인지, 한자인지 헷갈리는 '청소'

정기홍 기자 승인 2024.10.19 17:35 | 최종 수정 2024.10.21 09:25 의견 0

더경남뉴스가 일상에서 무심코, 대충 넘기는 말을 찾아 그 정확한 뜻을 짚어보겠습니다. 제대로 된 언어 생활은 일상을 편하게 하고, 말도 줄이면 매우 경제적입니다. 말에 두서가 없어 말이 많아지면 기(氣)를 쇠하게 한다고도 합니다. 좋은 제보도 기다립니다. 한글 세대인 젊은층을 위한 코너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글쎄, 한글 아냐?"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지인에게 "청소가 한글인지, 한자인지 알아?"라고 물었더니 한글이 아니냐고 하더군요.

평소 너무 흔하게 쓰는 말인데, 명색이 문학도가 한자인지 한글인지를 제대로 몰랐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이 헷갈려할 것으로 짐작해봅니다.

청소는 한자입니다. 청소(淸掃), 즉 맑을 청(淸), 쓸 소(掃)로 '맑게 쓸어낸다'는 뜻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엔 '더럽거나 어지러운 것을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함'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말로는 비질(빗자루질), 소쇄(掃灑·비로 먼지를 쓸고 물을 뿌림) 등이 있습니다.

청소란 단어를 생각하니 '정화'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정화(淨化)는 깨끗할 정(淨), 될 화(化)로 '불순하거나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는 것'을 이릅니다. 정화활동, 정화운동 등으로 쓰이지요.

생각나는 게 더 있습니다.

전두환 정부 시절에 '사회정화운동'이란 게 있었습니다.

이 코너의 성격에 길게 쓸 건 아니지만, 비리와 사회악을 없애고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하는 의식개혁운동이었지요.

1980년 만든 중앙행정기관인 사회정화위원회가 사회악 일소 특별조치로, 그해 말까지 5만 7561명의 '사회악 사범'을 검거했다고 하네요. 이 가운데 3천여 명은 일반·군사 재판에 회부되고, 3만여 명은 '삼청교육대'라고 불리는 군부대에 수용돼 순화 교육을 받았습니다. 각종 불량배를 잘 잡아들였다고 하는 반면 일각에선 정치적 보복, 공포 분위기 조성 효과를 노렸다고 지적합니다.

청소나 정화나, 지금 한국 땅에서의 '정화 대상 1호'는 여의도에서 떵떵거리며 온갖 요상스럽고 몰상식한 말을 뱉어내는 의원들이란 말에 동의하실 겁니다.

어떤 분은 지금 의원들의 말은 '대국민 살벌 코미디' 집합소란 말을 합니다. 의원들의 말을 은유적으로 '여의도 문법', '여의도 사투리'라고도 하지요. 모두 경멸의 말입니다.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사실인양 주장하고, 왜곡과 거짓이 드러나도 반성 없는 곳이 여의도입니다. 오래 전 김홍신 전 의원이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한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지금의 정치권입니다. 어느 때보다 심합니다.

이래서 요즘 전두환 시절 대대적으로 했던 '사회정화운동'을 다시 대차게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10대 강국으로 자리한 대한민국 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니 정치인들은 심각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기자는 '정화'보다 오늘의 키워드인 '청소'로 입이 걸고 행동이 지저분한 의원들의 입을 재봉틀로 꿰맬 것을 제안합니다. 이 사회를 격하게 이분화하고 있는 의원들을 골라내 싹 청소해야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청소는 한글이 아닌 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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