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예산으로 한 달 평균 121만 원어치의 과일을 구매했다고 합니다. 2년 동안 2791만 원을 결제했습니다.
보통 가구의 평균 과일 지출액은 4만 원으로 30배 정도라는군요.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허훈)는 19일 이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를 하면서 이 대표가 도지사 재임 때 도 예산을 사적으로 쓰고 법인카드를 유용하는 등으로 모두 1억 653만 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적시했습니다. 이 가운데 과일값은 2791만 원입니다.
▶"과일값 경기도 카드로 결제"
이 대표가 도 법인카드로 과일값을 결제한 기간은 2019년 11월~2021년 10월입니다.
총 2791억 원을 24개월로 나누면 매달 121만 원씩 과일을 산 것으로 계산됩니다.
검찰은 당시 이 지사의 비서실장 정 모 씨 등이 간담회, 직원 격려 등 명목으로 가짜 서류를 만들어 예산을 타낸 뒤 밥인카드로 과일을 사 이 대표 공관과 경기 성남시 수내동 자택으로 배달했다고 보았습니다.
지난 2월엔 이 대표가 도지사 시절 경기도에 편성된 코로나19 관련 예산에서 1000만 원 이상을 과일값으로 전용했다는 검찰발 보도가 나와 시끄러웠던 적도 있습니다.
검찰은 배 씨(경기도 별정직 5급 공무원)와 이 사실을 폭로한 공익제보자 조명현 씨 간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통화 녹취 등 증거가 확실한 부분만 선별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사모님팀'이 만들어져 배 씨를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이 녹취록엔 배 씨가 조 씨에게 과일 상태 등 어떤 과일을 사야 하는 지를 수시로 지시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조 씨는 당시 "이 지사의 공관 냉장고에 과일을 매일 공급했고 격주에 한 번씩 30만 원 이상의 과일을 보자기에 싸서 수내동 자택에 보냈다"고 했습니다.
1억여 원의 카드 결제엔 이 말고도 많습니다.
이 대표가 사 먹은 샌드위치에도 도 예산 685만 원이 들어갔고, 의류 세탁비에 270만 원이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이 대표 부부가 요구한 소고기, 초밥, 복요리 등 음식 75건 889만 원어치를 도 법인카드로 구입해 제공했습니다. 서울 강남까지 가서 일제 샴푸를 사왔다는 진술도 나와 시끄러웠습니다.
이 75건에는 이 대표 배우자인 김 씨가 10만 4천 원을 도 법인카드로 결제해 최근 1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은 것도 포함돼 있습니다.
배 씨는 이 재판에서 "김 씨는 본인 식사값을 현금으로 냈다. 내가 음식을 포장하느라 돈을 더 쓴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객관적 증거(텔레그램 대화 등)와 배치된다"며 배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앞서 배 씨와 공익제보자 조 씨가 나눈 녹취록을 결정적인 증거로 본 것이지요
▶"관용차 도지사 임기 내내 사적 이용"
이 대표의 배임 혐의액 1억여 원 중 가장 큰 것은 경기도 관용차 사적 사용입니다. 무려 6016억 원 규모입니다.
경기도는 이 도지사가 취임하자 의전용(내외빈 영접 등) 관용차로 '제네시스 G80'을 6540만 원에 구입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 관용차를 그의 주거지인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세워두고, 임기 내내 자가용처럼 사용했다고 보았습니다.
관용차는 공유재산 관리 부서에서 관리하고 이용한 뒤 청사에 반납해야 하지만 차고지를 따로 지정하면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배우자 김 씨는 이 차량을 개인 모임 등 사적으로 수시 운행했다고 합니다. 감사 등을 피하려고 허위로 운행일지를 작성·제출 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입니다.
검찰은 사적으로 유용한 이 6016억 원을 조달청 나라장터 기준을 적용해 '제네시스 G80' 렌트비(월 138만 원 상당)를 추정했다고 합니다. 사용 기간과 주유비, 세차비, 과태료 등을 넣어 계산한 것이지요.
앞서 경찰 수사에서 도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배임금액은 2천만 원 정도였으나 검찰 수사에서는 8978만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차량 사적 사용 등 당시 도지사 비서실장 정 씨와 배 씨의 배임액을 포함시킨 겁니다.
검찰은 이들 돈이 공무와 무관한 이 대표 부부 또는 김 씨의 사적 활동 관리, 사적 소비에 쓰였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검찰은 1억여 원의 배임 혐의를 법원에 기소하면서 김 씨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했습니다. 혐의는 충분하나 부부를 모두 기소하지 않는 관례와 10만 4천 원 결제 사건 1심에서 유죄를 받은 것을 고려했습니다.
민주당은 반발합니다.
민주당 조승래 대변인은 이날 “이미 경찰 수사에서 이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는데 검찰이 부득부득 사건을 되살려 기소했다. 명백한 억지 기소이자 야당 탄압”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기소 내용을 비교해 한 말이지요.
검찰이 이런 내용으로 기소를 한 이유는 이 대표 배우자가 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최근 1심에서 10만 4천 원 유죄 판결을 받아 혐의 입증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유죄 판결 재판부는 직접 증거가 없는 10만 4천 원건을 '목격자 없는 살인 사건'과 비교하며 "현장 목격자나 CCTV가 없는 경우에도 간접 사실을 종합해 증명력을 부여하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과 검찰의 다른 수사 결과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을 내릴 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