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판결문에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과 관련된 여러 개의 동영상과 문서들이 유죄의 결정적인 증거로 적시됐다.

이 대표는 15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인 집행유예를 확정받을 경우 당선 무효는 물론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총선 당시 자신이 출마한 인천 계양의 한 음식점을 찾은 모습. 그는 이곳에서 뱉은 '2찍' 발언 비판이 거세지자 긴급 사과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로 자살한 김 씨를 몰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남시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은 국토교통부의 압박 때문이라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다.

재판부의 판결문(A4용지 133쪽) ‘증거의 요지’ 중 8쪽에는 김 전 처장과 관련된 여러 개의 동영상과 백현동 허가 관련 공문, 보고서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는 김 유족 측이 제공한 ‘딸에게 보낸 동영상’과 ‘오클랜드 스카이타워 식사 동영상’이 판결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처장이 딸에게 보낸 이 동영상은 2015년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와 시 공무원들, 성남개발공사 직원들이 호주와 뉴질랜드 출장에서 찍은 것이다.

김 전 처장은 9초짜리의 이 영상에서 “나 얼굴이 너무 많이 타버렸어. 오늘 시장님하고 본부장님하고 골프까지 쳤다. 오늘 너무 재밌었고 좋은 시간이었어”라고 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스카이타워 식사 동영상도 유죄 판단에 큰 영향을 줬다.

검찰은 재판에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 등과 함께 골프 및 관광, 식사 일정을 함께했다며 ‘성남시장 시절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이 대표 발언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12월 22일 SBS에서 김 전 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는 등 이후 4차례 각종 방송 인터뷰에서 같은 발언을 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 등과 골프를 친 사진은 국민의힘에서 공개했고, 이 대표는 채널A에서 “국민의힘이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확인을 해보니까 단체사진 중 일부를 떼 내 가지고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해외출장에서 일행 중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은 김문기와 유동규 뿐이었고, 공식 일정에서 벗어나 피고인과 함께 골프를 친 사람도 김문기와 유동규뿐”이라며 “함께 해외골프를 친 행위는 기억에 남을 만한 행위”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 말고도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함께 나오는 동영상 캡처 사진, 출입국 현황, 출장자 변경 알림 등 당시 출장과 관련한 자료를 판결에 참작했다.

또 백현동 아파트 단지 건설과 관련해서는 국토부로부터 받은 용도변경 질의 회신 공문, 용도변경 신청 검토 보고서 등 증거물을 판결문에 적시했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에 있던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용도 변경에 응한 것”이라는 취지로 거짓 해명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백현동 부지의 준주거지역 변경은 성남시 자체적 판단에 의한 것이고, 성남시장인 이 대표 스스로 검토한 것”이라며 “용도지역 변경은 국토부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