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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십니까?] "한우 행사 때메 가게 손님 뚝 끊겼어요"···경남 진주한우숯불구이축제에 음식점들 '매상 울상'

정창현 기자 승인 2024.11.23 23:23 | 최종 수정 2024.11.24 14:45 의견 0

"한우축제 영향에 장사 공쳤어요"

전국한우협회 부산경남도지회와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진행 중인 '진주한우숯불구이축제' 불똥에 인근 지역 음식점들이 손님 급감으로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23일 진주시 음식점들과 축산 농가, 진주시 등에 따르면 '진주한우숯불구이축제'가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일정으로 진주시 충무공동 진주종합운동장 맞은편 KNN 사옥 부지에서열리고 있다. 500석 규모의 대형 행사다.

이 행사는 줄어드는 한우 소비를 촉진해 축산농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전국에 걸쳐 하는 축제다.

하지만 이 행사 주최 측이 한우 농가를 돕고 진주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표방했음에도 되레 지역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상생을 지향하는 행사가 풍선효과로 외려 지역 음식점 손님을 뺏어가 파리만 날리게 만든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진주시 상대동에서 제법 넓은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홍 모 (50대) 씨는 "지난 금요일(22일) 저녁에 고작 4개 테이블만 받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평소 금요일엔 테이블이 꽉 찬다"고 전했다.

홍 사장이 가게를 운영하는 상대동 일대는 작은 먹거리촌으로 평소에 손님이 많은 곳이다

그는 "알아 보니 지인들의 음식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행사 주변 지역인 충무공동, 하대동, 도동, 문산 등의 식당에도 손님이 뚝 떨어졌다고 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진주축협이 문산에서 직영 운영하는 고깃집도 "행사가 시작된 날부터 손님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전국한우협회 등에 따르면 협회는 11월 1일 ‘대한민국이 한우 먹는 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한우 할인행사 및 구이 축제를 진행 중이다.

한우협회는 소 우(牛) 자에 1(-)이 3개 들어가는 점에 착안해 한우의 맛이 최고라는 의미로 1이 3번 겹치는 날 중 11월 1일을 ‘대한민국이 한우 먹는 날’로 지정했다.

한우협회는 이에 축산 농가들의 거출금인 한우자조금을 활용해 대대적인 한우고기 할인행사와 무료 시식 등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진주한우숯불구이축제도 같은 맥락으로 한우협회 부산경남도지회가 중심이 돼 마련됐다.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지역민들이 품질 좋은 한우를 값싸게 구입하고 먹을 수 있게 고기를 제공하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주려는 게 목적이었다.

진주에 있는 한우협회 관계자는 "부산 기장에 있는 철마청년협동조합이 중심이 돼 현장 행사를 관리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기자가 판매 고기의 이력번호를 조회해보니 경남 김해에 있는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에서 도축한 고기였다. 유통은 부산 사상구 업체인 원프라임으로 나왔다. 고기 공급 농장은 전남 화순군, 전북 장수군, 경남 합천군이었다. 아쉽게도 진주 지역 공급 고기는 없었다.

이는 행사를 하는 진주에서 출하된 고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도축해 포장한 고기를 무작위로 가져 온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행사가 진주시에서 후원하고 진주 시민들이 사 먹는 행사인데 진주 경제에 어느 만큼의 도움이 되느냐이다. 이 축제에서 벌어들인 돈이 진주 지역에 얼마나 되돌아 오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달 끝난 '진주 10월 축제'처럼 외지 관광객이 찾는 것도 아닌 순수 시민이 방문객이다.

이와 관련해 직접 피해를 입는 음식점들로선 의구심을 가질 만하다. 이 행사를 이끄는 곳은 진주시 후원 빼곤 모두 진주와 직접 관련이 없는 단체다.

물론 진주 시민들이 보다 싼값에 좋은 고기를 살 수 있었을 지는 모른다. 하지만 요즘 대형마트에 가면 정부 지원금을 얹어 상당히 싼 가격에 한우를 공급하고 있다.

진주시 지수면 한 축산농은 "진주축협 등 진주 지역의 단체들이 제외됐다면 재주(진주 시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협회와 부산, 김해 단체 및 업체)이 번다는 행사가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쉬는 주말이라 진주축협과 진주시엔 이에 대한 답을 받지 못했다. 아마 이 축제가 축협은 배제된 행사이고 진주시는 후원만 했을 뿐이란 말이 나올 게 뻔하다.

협회 회원이면서 문산면에서 한우를 키우는 한 축산농은 "이 행사를 알고 있다. 한우협회 차원에선 오른 사료값에, 소값 하락에, 고물가로 인한 소비 부진에 이런 전국적인 행사를 기획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성면 삼거리 커피숍에서 만난 한 농업인은 "행사가 꼼꼼하게 준비된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옆에 앉았던 다른 주민도 "이 행사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이런 행사가 되레 지역 가게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진주 사람은 호주머니만 털리는 봉이 된다"며 "다음 행사를 하려면 진주의 관련 단체 등이 참여하고, 음식점 등과 상생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들 지역민의 말처럼 실제 행사장을 빌려준 진주 지역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역의 음식점은 행사 기간에 파리를 날렸다는 것이다.

한우협회는 이런 전국 행사를 각 지역에서 개최할 땐 지역에도 도움이 되는, 상생 방안을 꼼꼼하게 마련한 뒤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다.

예를 들면 한 달 정도 진행되는 '진주 10월 축제' 기간에 행사장 푸드트럭, 포장마차 등으로 진주중앙시장 등 시내 음식점 등엔 도리어 장사가 안 돼 진주시에 항의한 일도 있었다. 이에 시는 시장 음식 홍보도 하고 시장에서의 축제 연계 행사도 마련해 축제 기간에 운영하고 있다

취재 중에 한 농민은 "시민들은 축제장에서 고기를 사고 먹지만 지역 음식점은 죽을 쑨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노파심이지만 이 와중에 진주 돈이 엉뚱한 곳을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창원시 진해벚꽃축제장에선 포장마차 등 외지인들의 이동가게에서 바가지 음식값을 받아 여론의 질타를 받았었다

기자도 취재를 하면서 생각할 점이 많은 행사라고 느꼈다. 이번이 1회 축제이니 다음에 할 땐 이 축제장에 진주 주요 음식점 홍보 문구라도 병기하는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행사장 위치와 모습

다음은 23일 기자가 현장에서 찍은 행사장 모습이다. 행사 효과 논란과 관계없이 카메라에 담은 행사장 분위기를 전한다. 1회성이 아닌 올해 첫 행사여서 다음 행사에선 보다 더 세세한 상생 준비를 권한다.

행사장 위치도. 위쪽은 진주종합운동장이고 왼쪽은 남강이다.

행사장의 대형 돔과 몽골텐트 모습

한우를 팔고 시식을 하는 몽골텐트. 50개가 설치돼 있다.

행사장에 한우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많다.

바구니를 든 시민들이 한우 할인 판매장에 줄 지어 구경을 하고 있다.

팩으로 준비한 한우 상품

고우면 몸 보신에 좋다는 사골과 우족 판매장

돔 음식 매장 모습

무료 시식 행사장

펼침막으로 시식 행사장임을 알리고 있다

한우숯불구이축제장 입구 모습

공연장이다.

놀이장이다.

아이들이 좋아할 바이킹 배. 이상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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