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사망한 고 오요안나 씨를 둘러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거론되고 있는 MBC 기상캐스터들이 여전히 일기예보 방송을 진행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MBC 기상캐스터 박하명·최아리·이현승 씨 등은 지난 5일과 6일 MBC 일기예보 방송을 각각 진행했다. 이들은 숨진 오 씨의 기상캐스터 동료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거론되고 있다.
MBC 기상캐스터 박하명 씨가 6일 일기예보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MBC 방송 화면
다만 가해자로 거론된 김가영 씨는 지난 1일까지 일기예보를 진행하다고 하차했다. 오 씨의 유족은 김 씨가 하차한 이후 직접 가해자는 아니란 입장을 내놓았다.
시청자들은 가해자로 가론되는 이들이 방송을 진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MBC를 비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백번양보해서 대타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의혹의 인물들이 방송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오히려 웃으면서 밝게 방송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글을 썼다.
MBC 누리집 시청자 게시판에도 "고 오요안나 사건,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해명하고 가해자로 거론된 자들을 방송에서 내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게재됐다.
MBC는 이러한 비난 여론을 의식, 날씨 방송 유튜브 영상의 댓글 기능을 제한했다.
숨진 오 씨는 지난 2021년 MBC 기상캐스터로 입사해 일하다가 지난해 9월 사망했다.
사망 당시엔 원인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유족이 동료 기상캐스터들의 괴롭힘 정황이 담긴 유서 등을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유족 측은 고인의 생전 자료 등을 모아 지난해 12월 고인의 직장 동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파장이 일자 MBC는 지난달 28일 입장을 내고 "(오 씨가) 자신의 고충을 담당 부서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게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며 "유족들이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 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도 알치 못한 채 무슨 기회라고 잡은 듯 이 문제를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밝혀 지탄을 받았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세력의 준동'으로 표현해 진영논리로 접근했다는 비난이다.
MBC의 이 같은 대처 미숙과 적반하장격 입장문에 비난 여론이 더 들끓자 뒤늦게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