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았다. 만 15세 이상 시청가인 방송인데도 개그우먼 박나래, 웹툰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 등 출연자들의 음주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다.

방심위의 제재 수위는 ▲문제 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제재 단계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제재 단계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된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박나래가 복분자 컵에 소주잔을 넣고 ‘노동주’를 제작해 마시는 장면. MBC 공식 종합채널인 '엠뚜루 마뚜루'

방심위는 지난 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나 혼자 산다' 등 15건에 대해 법정제재 등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나 혼자 산다'의 경우 "15세 이상 시청가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의 음주 장면과 함께 '깔끔한 맛이 일품(?)인 깡소주', '목젖을 때리는 청량감' 등의 자막을 여러 회차로 반복 방송해 음주를 미화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15일 방송에서는 박나래가 5시간 정원 손질을 마친 뒤 복분자 컵에 소주잔을 넣고 '노동주'를 만들어 마셨고, 8월 18일에는 그룹 트와이스 멤버 지효가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운동 후에 마시니까 더 꿀맛' 등 자막을 달았다.

이어 9월 1일에는 김대호 아나운서가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며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는 자막과 내보냈고, 같은 날 그룹 샤이니 키가 치킨과 떡볶이를 데우고 나서 냉장고에서 가져온 맥주를 마실 때는 '잔 가득 채운 행복', '그동안 쌓인 피로를 날려주는 청량함' 등 자막을 내보냈다.

10월 20일에는 이장우와 김대호가 포장마차에서 생맥주를 주문하고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며 '퇴근길 오아시스 같은 생맥주 강림', '목젖을 때리는 청량감', '지친 하루를 달래주는 맥주 한잔'이라는 자막을 단 장면 등이 지적됐다.

기안84는 이 장면을 보면서 ‘저거(생맥주) 먹으려고 사는 거야’라며 음주를 미화했다.

방심위는 "공영방송은 시청자들에게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알려야 하는 책무가 있음에도 시종일관 음주를 미화하고 술이 마치 모든 것의 피로회복제인 듯 과장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나 혼자 산다'는 음주 장면을 자주 방영해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미화하는 자막은 좀 자제하자", "술 안 마시고 나 혼자 잘 살 수는 없나"는 등의 지적을 해왔다.

더경남뉴스 정화영 수습기자 dudajho@naver.com 정화영 수습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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