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라고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에게 추진력은 물론 중요한 덕목이지만, 멈춰야 할 때는 멈추는 용기도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이어 “비록 저는 출마의 기회를 내려놓지만, 당과 후보들에게는 딱 한 가지만 요청드린다. ‘다시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내걸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오 시장은 “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저의 비전과 함께 해주시는 후보는, 마음을 다하여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으로서 늘 그래왔듯이 수도 서울을 반석과 같이 지키며 번영을 이룸과 동시에 시민의 일상을 챙기고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약자의 삶을 보듬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그것이 서울시장으로서 마땅히 수행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전문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몇 달간 나라 안팎의 사정에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습니까.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국정이 중단되고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통렬히 반성하며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우리 당 누구도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책임, 당정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 책임, 국민의 온도를 체감하지 못하고 민심을 오독한 책임은 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 나눠 가져야 할 부채입니다.

당을 오래 지켜온 중진으로서 저부터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지금의 보수정치는 국민 여러분께 대안이 되기는커녕 짐이자 근심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낡은 보수와 단절하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열어야 합니다.

우리가 지킬 대상은 특정 개인도 세력도 진영도 아닌 국가 공동체여야 합니다.

국민이 맡긴 권력을 정권 재창출의 수단으로만 쓸 일이 아니라, 국민 통합과 공동의 번영을 위한 도구로 써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국민께 다시 신뢰를 받는 보수로 환골탈태하는 것만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고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길입니다.

대통령 탄핵이 선고되고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 무렵부터 저는 무거운 돌덩이를 가슴에 얹은 마음으로 몇 날 며칠간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과연 지금이 시장직을 중도에 내려놓을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로 나서야 할 때인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습니다.

결국 ‘국가 번영’과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보수의 소명을 품고 대선에 나서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보수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어떤 역할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